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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되살아난 정주영 선대회장...감동·기대감 공존했던 울산[가봤어요]

[퍼스트 무버 현대]②
현대차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 기공식
미래를 향한 도전 준비 현장 열기 뜨거워

현대차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 기공식 현장. [사진 이지완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찬 바람이 거세게 불던 지난 13일 울산. 두꺼운 외투가 필요할 정도로 공기가 차가웠지만, 현대자동차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 기공식 현장은 조금 달랐다. 100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과 수백 명의 현대차 임직원, 거기에 정치권 인사들까지 모인 이곳은 많은 이들의 기대감이 뒤섞인 탓인지 매우 뜨거웠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 기공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에 앞서 정부 및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뱉은 말은 “회장님 감사합니다”였다. 현대차가 약 2조원을 투입해 국내 신공장을 울산에 짓기로 한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다.

현대차가 2025년 완공, 2026년 1분기 양산을 목표로 하는 울산 EV 전용공장은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에 새롭게 세워질 생산시설이다. 첨단 플랫폼 도입으로 작업자들에게 쾌적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연간 2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EV 전용공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김두겸 울산광역시 시장은 “오늘은 현대차가 자동차 메카 울산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날이다. 120만 울산 시민을 대표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27만명이었던 울산 시민은 어느덧 120만명이 됐다. 울산의 과거 50년을 현대차가 이끌어 왔는데, EV 전용공장이 새로운 울산의 먹거리로 향후 50년을 이끌어 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국내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치권의 지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채익 의원(국민의힘)은 “EV 전용공장의 경우 3년 정도 인허가 절차가 진행돼야 하는데, 공무원 직접 파견 등으로 10개월 만에 관련 절차를 마감했다”며 “앞으로 2000명 넘는 인력이 투입되는 것으로 아는데 매우 기쁘다. EV 전용공장이 잘 안착하도록 정치권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차 최초의 EV 전용공장은 마더 팩토리(국내외 생산시설 중 중심이 되는 곳) 전략의 좋은 사례”라며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가 지원한다는 모토 아래 세제 및 규제 개혁 등 첨단 사업 육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의 EV 전용공장은 50여 년 전 한국 최초 자동차 산업이 시작된 이래 두 번째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리스크(위험성) 속에서도 중대한 결정을 내려준 정의선 회장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가 미국 포드와 협력해 처음으로 울산공장에서 조립생산한 코티나. [사진 이지완 기자]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 기공식 현장에 전시된 쏘나타 EV 프로토타입. [사진 이지완 기자]

출발점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다


1967년 건립된 울산공장은 현대차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울산 EV 전용공장 부지는 현대차의 미래차 연구가 시작된 종합 주행시험장이 있던 자리다. 이곳에서 수많은 기술진이 노력한 끝에 오늘날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는 현대차 창업주인 정주영 선대회장의 목소리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한 영상이 상영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나는 자동차 공업으로도 세계 시장 경쟁을 꿈꾸고 있습니다. 오랜 전통과 거래선을 갖고 있는 선진국 자동차업계에 우리가 하루아침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 노력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시장은 세계 도처에 있습니다. 이 꿈은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세계 제일의 무기가 있는데, 그 무기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능공들입니다. 훌륭하고 우수한 이들의 능력과 헌신에 힘입어 머지않아 한국의 자동차, 우리의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휩쓰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나는 확신합니다.”(이하 정주영 선대회장 AI 음성)

정의선 회장은 할아버지인 정주영 선대회장의 목소리가 복원된 영상이 나오자 뭉클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휴머니티(인간에 대한 사랑)”라며 “선대회장님이 생각하셨던 그 정신 그리고 ‘하면 된다’, 또 근면한 생각까지 그것들을 중심으로 해서 우리가 같이 노력할 각오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공식 행사 말미, 현대차는 ‘또 하나의 꿈을 향한 문’을 콘셉트로 한 세레모니(의식)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울산공장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문을 열어 또 하나의 꿈인 ‘미래 EV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이후 정 회장 등은 기공식 현장 한쪽에 마련된 헤리티지(유산) 전시 공간을 방문했다. 울산공장의 과거 50년을 돌아볼 수 있도록 ▲꿈의 시작 ▲꿈의 실현 ▲우리의 꿈, 오래된 미래라는 3가지 테마로 구성된 공간이다. 이곳에는 ▲현대차 최초의 조립차 코티나 복원 차량부터 ▲첫 번째 독자 개발 모델인 포니 ▲전기차 프로토타입 쏘나타(Y2) EV ▲포니를 계승한 N 비전 74 등이 전시됐다.

과거를 교훈 삼아 미래를 내다보는 현대차의 공격적인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회장은 “큰 틀에서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운영의 묘를 살려서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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