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저축은행…부실 위험 고조에 대안책 된 M&A
PF부실 뇌관…수익성 악화에 건전성도 ‘빨간불’
업황 악화에 지분 매각·M&A 나서는 저축은행
“단기간 내 수익성 반등 가능성 높지 않아”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제 2의 저축은행 사태가 올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 업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다. 주요 자산건전성 지표인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험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위기설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 인수합병(M&A)과 관련한 소문이 무성한 것도 저축은행이 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 업계의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962억원으로 9년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대형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총자산 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 (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애큐온·다올·상상인·모아·신한)을 기준으로 봐도 올 2분기에만 당기순이익 11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주계열 저축은행 4곳(KB·신한·하나·우리금융)은 올 초부터 3분기까지 207억 원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849억 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수익성 악화도 문제지만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이 악화한 곳이 1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79개 저축은행 중 고정이하여신비율이 8%를 넘긴 곳이 올 2분기 기준 총 15곳으로 집계됐는데 전년 동기엔 5곳이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을 8% 아래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의 여신 중에 회수에 문제가 생긴 여신의 보유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사의 여신은 5개의 단계로 건전성이 평가되는데 이중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세 개의 여신 합계액이 고정이하여신이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악화가 대손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단기간 내에 수익성이 반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한다. 부동산 금융에 투자를 이어갔던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PF 부실이 뇌관으로 떠오르자 대손충당금 등 대손 비용을 늘렸고 실적 부진으로까지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2024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저축은행은 은행과의 예금 금리 경쟁과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으로 적자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금리인하와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부실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방 건설 사업장의 부동산PF 비중이 높은 비은행업권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저축은행 업황의 침체의 기운이 짙어지면서 지분 매각에 나서는 저축은행들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선 상상인저축은행과 한화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등이 매물로 나와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도 지난 7월 M&A 활성화를 위해 비수도권 저축은행과 부실 저축은행에 한해 M&A 허용 기준을 완화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공식화 한 만큼 향후 인수 결과에 따라 저축은행 M&A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 거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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