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시한폭탄에도 ‘성과급’…부동산 성과보수 칼 빼든 금감원
[부동산에 짓눌린 증권사]③
9개 증권사 PF 성과급 4년 간 8500억원
금감원 10여개 증권사 성과급 검사 나서
“부실화 우려에 미리 준 성과급 환수해야”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홍다원 기자]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금융감독원의 칼날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금감원은 부동산 PF 관련 성과 보수 체계를 꼼꼼히 들여다 보고 있다. PF 부실 우려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증권사들이 높은 성과급을 챙겼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내부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증권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PF 사업 부실이 확정된다면 이연 성과급을 환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부터 10여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부동산 PF 관련 과도한 성과급이나 위법 행위가 있는지 검사에 나섰다. 검사는 서면으로 이뤄진다. 이번 검사는 상반기 금감원의 부동산 PF 성과 보수 체계 점검에 따른 조치다.
금감원은 최근 이베스트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현대차증권에 이어 하이투자증권 검사에 착수했다. 메리츠증권의 현장 검사도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 증가율 상승 배경 등 업무 전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부동산PF 성과 보수 체계 점검
앞서 금감원은 지난 7월 증권사 17곳이 성과급 총액이 규정에 미달하면 이연 지급 대상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전액 일시급으로 지급한 사례를 적발한 바 있다. 증권사가 성과보수 지급 수단이나 이연 지급 기간을 준수하거나 성과보수 조정을 위한 절차를 갖추지 않은 사례도 찾아냈다.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증권사는 성과 보수가 장기 성과와 연계될 수 있도록 주식 등으로 지급하고 40% 이상을 3년 이상 이연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증권사가 지나치게 현금에 편중(금액 기준 79.7%)해 지급해 문제가 됐다.
특히 금감원은 하이투자증권의 부동산 PF 관련 부서 등에 수시 검사를 위한 사전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지난달 국감에서 하이투자증권의 ‘꺾기 영업’ 의혹이 제기됐다. ‘꺾기’란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다른 상품에 대한 가입을 강요하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PF를 비롯해 올해 금감원의 수시 검사, 정기 검사 등이 한 번이라도 이뤄지지 않은 10대 증권사는 없다”면서 “증권업계에서도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에 특히 신경 쓰고 있는 해”라고 말했다.
증권사 수익성을 담당했던 부동산 PF 사업은 진행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면서 개발·분양 실패로 고꾸라지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 공격적인 영업으로 수익을 냈지만 금리가 치솟으면서 ‘부실화 우려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증권사는 보통 본 PF사업 전 브릿지론이나 대출을 담보로 한 유동화증권(ABCP 등) 발행 매입약정 등 보증 형태로 수수료를 받는다. 문제는 금리가 올라 부동산 PF 사업이 부실화되는 상황에서도 높은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됐다는 점이다. 부동산 PF 사업 성과급은 증권사 내부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해 왔다.
2024년 전망도 암울…“PF 부담 더욱 늘어날 것”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제 대형 증권사 9곳이 최근 4년 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은 85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한국투자·미래에셋·KB·키움·NH투자·신한투자·삼성·하나증권 등 9개 증권사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지급한 부동산 PF 관련 성과급은 8510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PF 관련 성과급 규모가 가장 큰 회사는 메리츠증권이었다. 메리츠증권은 4년 간 3550억원을 지급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1411억원), 미래에셋증권(840억원), KB증권(824억원), 키움증권(595억원), NH투자증권(517억원), 신한투자증권(373억원), 삼성증권(239억원), 하나증권(158억원) 순이었다.
최근 4년 간 연평균 성과급을 부동산 IB(투자금융) 인력 수로 나눈 1인 당 연평균 성과보수는 한국투자증권이 4억9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메리츠증권(3억9800만원)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부터 고금리 부담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PF 부실 위험도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증권사의 올해 6월 말 기준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은 28조4000억원에 달한다. 연체율은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17.28%를 기록했다.
부동산 PF 업계 관계자는 “선순위 대출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은 많지만 사실상 들어와 줄 곳이 없는 실정”이라며 “일단 금리만 조심하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2024년 전망도 좋지 않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 연구위원은 “올해 6월 기준 부동산 PF는 133조원이 넘어서고 있고 증권사의 연체율도 17.3%까지 상승했다”며 “특히 브릿지론의 대부분이 2024년 만기 도래 예정으로 향후 1년 간 PF 손실 부담이 과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부동산 PF 등 자금시장 불안 해소가 전제돼야 하는데 부정적 환경요인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PF 부실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 미리 주어진 성과급에 대한 환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용우 의원은 “부동산 PF 부실 여부에 따라 향후 책임 있는 임직원에 대해 철저한 성과급 환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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