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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실적 가른 해외 부동산…한투·미래 상위권 희비 교차

[부동산에 짓눌린 증권사]①
고유동성 시기 해외부동산 공격적인 투자 손실 부메랑
미래에셋, 인식한 해외부동산 투자손실 커지며 순익 감소 

홍콩 주룽반도 동부지역에 위치한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전경. [사진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커지는 해외부동산 투자 리스크가 상위권 증권사들의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 ‘빅2’로 꼽히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해외부동산 손실관련 충당금 규모에 따라 3분기 희비가 교차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미래에셋, 한국투자, NH, 삼성, KB)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63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3% 증가했다.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8% 줄어든 769억을 기록했다. 5개 증권사 중 가장 부진한 수치로 2분기보다 무려 46% 줄었다. 

이는 해외부동산 투자 실패가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해외부동산 투자 관련 충당금으로 1000억원을 반영했다. 3분기 미래에셋증권이 인식한 부동산 관련 손실은 미국 댈러스 스테이트팜 매각 손실 600억원, 프랑스 마중가 타워 손상차손 500억원이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에도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관련 200억원의 충당금을 쌓기도 했다. 지난 7월 미래에셋증권은 GFGC 빌딩의 가치가 급락하자 해당 건물 대출을 위해 조성한 펀드 자산을 90% 상각 처리하기로 했다. 빌딩에 보증을 섰던 건물주 골딘파이낸셜홀딩스 최대주주 판수통 회장이 파산하고 건물이 싼값에 매각되면서 투자금이 공중분해 될 위기에 놓였다.

KB증권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보유 투자자산 손상으로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3분기 실적을 냈다고 평가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은 2023년 해외부동산 펀드 관련 손상이 이익의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어 이익 전망의 가시성이 낮아지고 있다”며 “경쟁사 대비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측면의 열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CJ CGV 전환사채(CB) 관련 평가손실도 반영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4000억원 규모의 CJ CGV 영구 CB 발행 주관사를 맡았다가 미매각 물량을 대규모로 떠안았다. 이후 CJ CGV 주가가 급락하면서 평가손실을 입었다. 미래에셋이 약 2000억원의 실권주를 인수, 현재 100억원대의 투자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위탁매매와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가 증가하며 영업이익은 17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1922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영업이익도 132.9% 증가한 2006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해외 투자 비중이 업계 평균보다 다소 높은 편이지만 관련 손실이 줄면서 전분기보다 충당금을 덜 쌓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3분기 해외부동산 관련 평가손실 및 충당금으로 648억원이 반영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분기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등을 원인으로 1500억원 이상의 충당금과 평가손실을 반영했지만, 이번 3분기에는 해당 규모가 절반 이상 줄었다. 

증권사 실적 희비교차…해외부동산 손실 반영 제각각은 ‘변수’

이외에도 투자은행(IB) 부문의 실적 개선도 한몫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적자를 기록한 미국 IB법인이 올 들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홍콩 법인과 베트남 법인의 연결기준 순이익도 각 270%, 185%씩 늘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3분기 순익증가 요인은 사업부문 전반적으로 고르게 양호했고, 일부 국내외 부동산 충당금과 평가손실이 완화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부동산 관련 이슈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은 향후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2019년 딜소싱한 프랑스 투어유럽빌딩의 경우 자산가치 하락이 상당해 캐시트랩(Cash Trap)이 발동된 것으로 알려진다. Cash Trap이란 자산 가치 하락으로 담보가치 대비 대출금액(LTV)이 일정 수준(약 65%) 이상 오르면 임대수익(배당)을 제한하는 조항이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투자 손실 대비해 충당금 계상을 완료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투자 물건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정기적으로 운용 현황 보고를 하며 관리하고 있다”며 “운용사, 대주단 등과 긴밀한 소통 및 최선의 대응방안을 협의 중에 있으며 손실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내 증권사들은 초저금리 시기 고유동성을 바탕으로 해외 부동산 시장이 성장하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에 이어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공실률 증가 및 오피스 자산 가치 하락 등으로 손실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해외 자산의 경우 관련 현지자료를 받는데 국내보다는 시간이 더 소요되는데다 증권사마다 해외투자 실적 반영에 차이가 있다고 본다. 해외자산 평가가 쉽지 않은 만큼 부실을 반영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산의 경우 1년에 한 번 정도 평가를 하는데 분기별로 엄청 동적으로 반영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며 “반영되는 시기가 회사마다 다르다. 일부러 그렇다기보다는 개별 자산별로 접근하다 보니까 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상황이 좋아지면 아무래도 회수 가능성이 있다는 가정 하에 충당금을 조금 적게 쌓긴 한다. 일단 기한이익상실(EOD)나 확실히 연체가 된 건들은 어느 정도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다”며 “해외 같은 경우는 사실 단기간에 상황이 엄청 좋아지기는 좀 어려워보여서 이연된 측면도 조금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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