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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막장 드라마’ 속 숨은 인류의 고민…AI는 어디로, 얼마나 갈 수 있나? [한세희 테크&라이프]

‘챗GPT 아버지’ 샘 올트먼 축출한 오픈AI 이사회
AI 발전 방향성 ‘갑론을박’ 심화하는 계기 될 듯

지난 11월 6일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첫 개발자 회의에서 함께 무대에 오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왼쪽)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진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막장 드라마라도 대본을 이렇게 쓰면 욕먹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주말 사이 이사회에 의해 축출됐다. 이후 다른 기업으로 이직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22일(한국시간) 오후 3시쯤 소셜 미디어 엑스(X, 전 트위터)를 통해 원래 자리로 복귀한다는 발표가 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대화형 초거대언어모델 챗GPT를 내놓으며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가까이 왔음을 세상에 알린 기업 오픈AI, 그 회사의 창업자이자 경영자인 ‘실리콘밸리 창업 생태계 스타’ 샘 올트먼, AI의 돌파구를 연 연구자로서 오픈AI의 기술 개발을 주도하던 일리야 수츠케버 등이 주인공인 이 드라마는 똑똑한 부자들의 욕심과 야망이 빚은 한편의 ‘막장’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AI라는 기술이 만들어 낼 새로운 세상의 질서를 둘러싼 사상 경쟁의 첫 장으로 역사에 기록될까?

가장 주목받는 회사의 가장 이상한 지배구조

오픈AI는 챗GPT를 발표한 지난 연말 이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가 되었다. 회사 가치는 290억 달러로 평가되고,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실리콘밸리 굴지의 벤처투자사들이 돈을 부었다. 어떻게 이런 회사의 CEO를 이사회 이사 몇 명이 투자사들에 사전에 알리지도 않고(정확히는 올트먼에게 알리기 수 분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에 통보했다) 일방적으로 몰아낼 수 있었을까?

이는 오픈AI의 거버넌스가 바로 이런 조치가 가능하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오픈AI는 2015년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일반 인공지능(AGI)’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출발했다. 수많은 스타 기업을 키워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지원조직 Y컴비네이터의 올트먼과 일론 머스크 등이 주도했다. 이후 2019년에는 생성 AI 연구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영리회사인 오픈AI LP를 별도로 설립하고 외부 투자를 유치했다. 

이 같은 투자는 AI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과 우수 직원 유치를 위한 보상 등에 쓰였다. 올트먼은 오픈AI LP의 CEO를 맡았고, 수츠케버 등 대부분 연구진도 이 회사로 적을 옮겼다. 하지만 이 ‘회사’는 비영리단체 오픈AI의 설립 목적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못 않도록 독특한 구조를 채택했다. 비영리단체 오픈AI의 이사회 멤버는 오픈AI LP의 지분을 갖지 않고 이사회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회사’ 오픈AI의 방침에 최종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외부 투자사들의 이사회 참여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사회의 누구든 다른 이사들의 다수결로 축출될 수 있고, 이는 올트먼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사회에는 올트먼과 이번에 함께 축출된 그레그 브록먼 최고기술책임자(CTO) 외에도 ▲수츠케버 ▲미국판 지식인 ‘쿼라’ CEO인 아담 단젤로 ▲스타트업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 타샤 맥컬리 ▲조지타운대학에서 AI 안전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 헬렌 토너 등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AI가 인간에 악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AI 안전을 강조하는 사람들로, 외부 투자를 적극 유치하며 AI 기술의 급격한 상용화를 꾀하는 올트먼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AI에 대한 연구를 통해 급격히 발달하는 AI가 인류에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 오픈AI가 정작 AI에 의한 세계의 급격한, 그리고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를 선도하는 현재 상황에서 나오는 긴장이 오픈AI 조직의 특이한 거버넌스 구조에 힘입어 급격하게 터져버린 셈이다. 

[사진 AFP/연합뉴스]

AI의 오펜하이머 모멘트?

이사회가 이렇게 갈라선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올트먼 축출을 발표하며 이사회가 내세운 이유는 그가 “이사회와의 소통에 있어 솔직하지 않다”라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AI의 안전을 중시하는 측과 빠른 상용화를 원하는 측의 갈등이 원인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이사회는 후에 자신들의 결정이 “안전이나 부정 때문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올트먼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자신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수츠케버를 몰아내려 하자, 수츠케버가 선수를 친 것일 수도 있다.(실제로 수츠케버는 최근 회사에서 역할이 축소됐다.)

이 현실 드라마 출연진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 다만, 이 사건은 AI의 향후 발전 방향성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심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사건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주요 당사자들이 AI의 미래를 고민하는 오픈AI라는 조직의 방향성을 두고 다투는 사람들, 그리고 오픈AI의 기술과 역량을 상업적으로 활용하거나 그로 인해 이익을 얻으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대형 벤처투자자이기 때문이다. 

AI는 과연 어떤 기술이며,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우리는 AI를 통제할 수 있을까? AI에 대한 연구를 통제함으로써 인류의 미래를 더 낫게 할 수 있을까? 적극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에서 검증하는 편이 결국 더 나은 방법인 것은 아닐까? 질문은 꼬리를 문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약속한 100억 달러 투자의 상당수는 직접 현금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 비용으로 대체된다고 한다. 이미 기술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 예속된 오픈AI가 말하는 ‘이상’은 의미가 있는가?

강력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기술의 등장 앞에 우리는 불안을 느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한 미국 과학자들은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안도감, 과학적 진전을 이뤘다는 성취감, 세계를 파멸시킬 힘을 만들어 냈다는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지금 이 시기를 AI 분야의 ‘오펜하이머 모멘트’라 부르기도 한다. 오픈AI 등 AI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1945년의 미국 과학자들과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을지 모른다. 자신들의 연구에 대한 자랑과 애정, 두려움이 섞인 복잡한 감정들이 동료를 몰아내고, 후회하고, 다시 불러오려는 어이없어 보이는 행동의 밑바닥에 있을지 모른다. 

그런 복잡한 마음들을 뒤로 하고 인류는 앞으로 나간다. 인류는 핵무기를 이고 사는 방법을 배웠고, 또 다른 핵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비록 많은 반대급부를 치르긴 했지만 말이다. AI에 대해서도 같은 기대를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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