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대출 줄고 부실대출 늘고”…상생금융이 만들 부작용은?[부채도사]
은행권, ‘2조원’ 달하는 상생금융안 약속
횡재세 도입에는 당국도 “거위 배 가르자는 것” 비판
상생 불가피하나 “빚 갚지 말자” 분위기 확대 요인 될 수도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62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상생금융이 화두다. 내년에도 이어질 고금리 상황에 따라 서민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취지에서 최근 2조원에 달하는 상생금융안이 나왔다. 다만 이로 인해 발생한 금융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출자가 대출 상환을 지속해서 미루고, 부실화된 채권을 은행이 매번 감당하는 악순환이 장기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횡재세 ‘2조원’ 나오자 은행권 “2조원 상생금융”
은행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이 나온 후 지난 20일 당국과 8개 국내 금융그룹 회장들이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모였다. 회장들은 이 자리에서 자발적 상생금융안 마련을 약속했다. 고금리로 늘어난 일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2조원 가량을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2조원 상생금융안’은 최근 국회 야당 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횡재세’와도 관련이 깊은 것으로도 해석됐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금융사가 지난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에 대해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이라는 명목의 부담금을 부과·징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안에 따라 올해 예상되는 12개 은행 순이자수익에서 발생하게 될 횡재세 규모는 1조9000억원으로 예상됐다.
은행권에서는 법률에 의해 세금이 결정되는 것보다 차라리 비슷한 규모의 상생금융을 확대하는 쪽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세금 부과를 넘어 은행 내부에서 더 이상 이익을 확대하려는 분위기가 사라질 수 있고, 특히 투자자 이탈 등 금융권 전반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당국에서도 은행의 이런 주장에는 동의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3일 “최근 논의되는 횡제세 안은 개별 금융기관 사정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고 일률적이고 항구적으로 이익을 뺏겟다는 내용이 주된 틀로 이해하고 있다”며 “금융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특히 “기근이 들어 어려운 상황에 거위 알을 나눠쓰자는 상황에서 갑자기 거위 배를 가르자는 논의가 나온 것 같다”고도 강조했다.
“대출 안 갚아도 된다” 분위기 확산 우려↑
은행들은 서민의 이자 부담을 낮춰야 대출 부실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생금융 필요성을 인정하나,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클 것으로도 보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연체율 상승 외에도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무수익여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공시한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2조2772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2조8988억원으로 27.3% 급증했다. 총여신이 같은 기간 3%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강하다.
문제는 상생금융안이 원금 상환 유예와 이자 감면에 집중돼 있어 연체된 대출을 고객들이 유지하고 확대해도 괜찮다는 심리를 줄 수 있고, 이로 인해 무수익여신 같은 악성 대출 확대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출자들은 기본적으로 원금 상환을 통해 대출을 없애려고 노력하지만, 연체가 발생하면 이자가 커지기 때문에 해당 대출의 상환 능력은 갈수록 저하된다. 연체 발생 후부터는 정상화보다 부실화가 빨라질 우려가 커지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취약계층에 원금 상환 유예와 이자 감면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대출 상환 의지가 더 약해지면서 결국 은행이 감당해야 하는 부실채권만 무분별하게 증가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상 대출은 원금 상환이 매번 이뤄져 갈수록 감소하겠지만, 부실 대출은 금융지원으로 인해 더욱 커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미래 상환 능력 있는 대출자’에게 금융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이를 가려낼 명확한 기준도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상생금융으로 성실하게 원금을 상환하고 이자를 갚아온 대출자들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결국 다수의 대출자에게 연체를 해도 괜찮다라는 인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상생금융도 일시적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코로나 금융지원을 보면 매번 연장됐고, 그로 인해 규모가 점차 커졌다”며 “금융지원 종료시마다 연체 확대라는 우려를 함께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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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금융이 화두다. 내년에도 이어질 고금리 상황에 따라 서민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취지에서 최근 2조원에 달하는 상생금융안이 나왔다. 다만 이로 인해 발생한 금융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출자가 대출 상환을 지속해서 미루고, 부실화된 채권을 은행이 매번 감당하는 악순환이 장기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횡재세 ‘2조원’ 나오자 은행권 “2조원 상생금융”
은행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이 나온 후 지난 20일 당국과 8개 국내 금융그룹 회장들이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모였다. 회장들은 이 자리에서 자발적 상생금융안 마련을 약속했다. 고금리로 늘어난 일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2조원 가량을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2조원 상생금융안’은 최근 국회 야당 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횡재세’와도 관련이 깊은 것으로도 해석됐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금융사가 지난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에 대해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이라는 명목의 부담금을 부과·징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안에 따라 올해 예상되는 12개 은행 순이자수익에서 발생하게 될 횡재세 규모는 1조9000억원으로 예상됐다.
은행권에서는 법률에 의해 세금이 결정되는 것보다 차라리 비슷한 규모의 상생금융을 확대하는 쪽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세금 부과를 넘어 은행 내부에서 더 이상 이익을 확대하려는 분위기가 사라질 수 있고, 특히 투자자 이탈 등 금융권 전반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당국에서도 은행의 이런 주장에는 동의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3일 “최근 논의되는 횡제세 안은 개별 금융기관 사정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고 일률적이고 항구적으로 이익을 뺏겟다는 내용이 주된 틀로 이해하고 있다”며 “금융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특히 “기근이 들어 어려운 상황에 거위 알을 나눠쓰자는 상황에서 갑자기 거위 배를 가르자는 논의가 나온 것 같다”고도 강조했다.
“대출 안 갚아도 된다” 분위기 확산 우려↑
은행들은 서민의 이자 부담을 낮춰야 대출 부실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생금융 필요성을 인정하나,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클 것으로도 보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연체율 상승 외에도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무수익여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공시한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2조2772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2조8988억원으로 27.3% 급증했다. 총여신이 같은 기간 3%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강하다.
문제는 상생금융안이 원금 상환 유예와 이자 감면에 집중돼 있어 연체된 대출을 고객들이 유지하고 확대해도 괜찮다는 심리를 줄 수 있고, 이로 인해 무수익여신 같은 악성 대출 확대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출자들은 기본적으로 원금 상환을 통해 대출을 없애려고 노력하지만, 연체가 발생하면 이자가 커지기 때문에 해당 대출의 상환 능력은 갈수록 저하된다. 연체 발생 후부터는 정상화보다 부실화가 빨라질 우려가 커지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취약계층에 원금 상환 유예와 이자 감면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대출 상환 의지가 더 약해지면서 결국 은행이 감당해야 하는 부실채권만 무분별하게 증가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상 대출은 원금 상환이 매번 이뤄져 갈수록 감소하겠지만, 부실 대출은 금융지원으로 인해 더욱 커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미래 상환 능력 있는 대출자’에게 금융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이를 가려낼 명확한 기준도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상생금융으로 성실하게 원금을 상환하고 이자를 갚아온 대출자들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결국 다수의 대출자에게 연체를 해도 괜찮다라는 인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상생금융도 일시적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코로나 금융지원을 보면 매번 연장됐고, 그로 인해 규모가 점차 커졌다”며 “금융지원 종료시마다 연체 확대라는 우려를 함께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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