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최고금리 받기 쉽지 않네…‘뽑기’하고 1만보 걸으라고요?
[금융사 ‘꼼수 마케팅’ 민낯] ①
은행, 수신 유치 위해 연 10%대 적금 마케팅
500명 중 1명 불과한 우대금리 혜택 등 어려운 조건 ‘눈살’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 올해 초 새내기 직장인 정우연(30·가명)씨는 목돈을 모으기 위해 적금상품을 알아봤다. 최고금리 연 10.00%를 제공한다는 문구에 혹해 가입했지만, 정씨는 결국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받지 못했다. 해당 금융사 신용카드 관련 이용 실적이 문제였다. 정씨는 “은행이 숫자만 강조하고 상세 조건 안내는 부족했던 것 아니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은행들이 고금리 특판 적금 상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지만 우대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매우 까다로운 조건들을 달성해야 해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목소리가 커진다. 은행들이 내건 최고금리 적용 조건에는 매달 0.2% 확률의 뽑기를 하거나 매일 1만보 이상을 걸어야 하는 등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조건들이 수두룩했다. 심지어 우대금리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면 평균 시중금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자를 받는 경우도 있어 은행권 ‘꼼수 마케팅’의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혼도 해야 하고, 청약도 있어야 하고…’
금융권에 따르면 전북은행의 ‘JB슈퍼씨드 적금’은 기본 연 3.60%에 최고 연 13.60% 금리를 제공한다. 광주은행 ‘광주은행제휴적금with유플러스닷컴’의 경우 기본금리가 연 3.00%, 최고금리가 연 13.00%인 적금이다.
우리은행의 ‘데일리 워킹 적금’(최고 연 11.00%), KB국민은행의 ‘온국민 건강적금-골든라이프’(최고 연 10.00%), 웰컴저축은행의 ‘웰뱅 워킹 적금’(최고 연 10.00%) 등도 연 이자가 10%를 웃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고금리 적금 상품들이 내건 우대금리 조건이다. 사실상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전북은행 ‘JB슈퍼씨드 적금’의 우대금리 연 10.00%는 매달 JB뱅크 앱에서 ‘씨드’를 받아 해당 씨드가 ‘슈퍼씨드’면 얻어낼 수 있다. 그런데 이 슈퍼씨드가 나타날 확률이 0.2%에 불과하다. 한 달에 고객 500명 중 고작 1명만이 최고금리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대다수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조건들이 은행들의 과장 광고나 꼼수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금융소비자들의 건강을 과하게 신경 써주는 눈물겨운(?) 상품도 많다. 우리은행의 ‘데일리 워킹 적금’은 최고금리 연 11.00%의 혜택을 받으려면 입금일마다 은행 만보기 기준으로 1만보 이상 걸어야 한다. 웰컴저축은행의 ‘웰뱅 워킹 적금’의 경우 연간 걸음 수 400만보 이상이면 최고 우대금리(연 8.00%)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1년(365일)로 나누면 하루에 약 1만959보를 채워야 한다.
부산은행의 ‘너만 솔로(Solo) 적금’의 조건은 더욱 복잡하다. ▲가입 기간 중 결혼에 골인하고 ▲부부 각자 적금을 가입해 부어야 하고 ▲만기 때 부산은행의 주택청약종합저축도 갖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최근 3년간 부산은행 예·적금 가입 이력도 없어야 하며 ▲같은 은행에 보유한 본인명의 입출금 통장 월평균 잔액 합산액이 100만원 이상인 횟수가 가입월 수의 절반 이상이어야 한다. 이 다섯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비로소 최고 연 8.90%의 금리를 챙길 수 있다.
이처럼 은행권이 과도한 우대금리 조건을 내걸다보니 사실상 금융소비자들은 최고금리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특판 상품 우대금리 제공 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은행이 지난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출시한 특판 예·적금 58종 중 만기도래 고객에게 지급된 금리는 최고금리의 78%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판 예·적금 58종 중 2종은 이 수치가 50% 이하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직장인 김수민(34)씨는 “내년 결혼을 앞두고 목돈 마련을 위해 신혼부부 관련 적금이 없나 찾아봤는데 황당한 조건을 내건 상품이 너무 많았다”며 “이 정도면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전했다.
꼼수 마케팅, 어쩔 수 없다는 은행권
은행권에서는 이런 적금 상품의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있지만 고객 모집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눈에 띄는 수치를 제시하면 실제 유입 고객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라며 “또 오프라인 영업점 입장에선 특판 상품 판매가 실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고금리 마케팅을 당장 없애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우선 금융소비자들의 주의를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고금리가 높더라도 기본금리가 현저히 낮은 경우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시중금리보다 오히려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며 “우대금리 조건 충족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최종 예상금리를 시중금리와 비교해 신중히 가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소비자의 오인 가능성이 큰 금융상품에 대해선 필요 시 현장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사전심의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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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고금리 특판 적금 상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지만 우대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매우 까다로운 조건들을 달성해야 해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목소리가 커진다. 은행들이 내건 최고금리 적용 조건에는 매달 0.2% 확률의 뽑기를 하거나 매일 1만보 이상을 걸어야 하는 등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조건들이 수두룩했다. 심지어 우대금리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면 평균 시중금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자를 받는 경우도 있어 은행권 ‘꼼수 마케팅’의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혼도 해야 하고, 청약도 있어야 하고…’
금융권에 따르면 전북은행의 ‘JB슈퍼씨드 적금’은 기본 연 3.60%에 최고 연 13.60% 금리를 제공한다. 광주은행 ‘광주은행제휴적금with유플러스닷컴’의 경우 기본금리가 연 3.00%, 최고금리가 연 13.00%인 적금이다.
우리은행의 ‘데일리 워킹 적금’(최고 연 11.00%), KB국민은행의 ‘온국민 건강적금-골든라이프’(최고 연 10.00%), 웰컴저축은행의 ‘웰뱅 워킹 적금’(최고 연 10.00%) 등도 연 이자가 10%를 웃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고금리 적금 상품들이 내건 우대금리 조건이다. 사실상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전북은행 ‘JB슈퍼씨드 적금’의 우대금리 연 10.00%는 매달 JB뱅크 앱에서 ‘씨드’를 받아 해당 씨드가 ‘슈퍼씨드’면 얻어낼 수 있다. 그런데 이 슈퍼씨드가 나타날 확률이 0.2%에 불과하다. 한 달에 고객 500명 중 고작 1명만이 최고금리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대다수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조건들이 은행들의 과장 광고나 꼼수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금융소비자들의 건강을 과하게 신경 써주는 눈물겨운(?) 상품도 많다. 우리은행의 ‘데일리 워킹 적금’은 최고금리 연 11.00%의 혜택을 받으려면 입금일마다 은행 만보기 기준으로 1만보 이상 걸어야 한다. 웰컴저축은행의 ‘웰뱅 워킹 적금’의 경우 연간 걸음 수 400만보 이상이면 최고 우대금리(연 8.00%)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1년(365일)로 나누면 하루에 약 1만959보를 채워야 한다.
부산은행의 ‘너만 솔로(Solo) 적금’의 조건은 더욱 복잡하다. ▲가입 기간 중 결혼에 골인하고 ▲부부 각자 적금을 가입해 부어야 하고 ▲만기 때 부산은행의 주택청약종합저축도 갖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최근 3년간 부산은행 예·적금 가입 이력도 없어야 하며 ▲같은 은행에 보유한 본인명의 입출금 통장 월평균 잔액 합산액이 100만원 이상인 횟수가 가입월 수의 절반 이상이어야 한다. 이 다섯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비로소 최고 연 8.90%의 금리를 챙길 수 있다.
이처럼 은행권이 과도한 우대금리 조건을 내걸다보니 사실상 금융소비자들은 최고금리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특판 상품 우대금리 제공 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은행이 지난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출시한 특판 예·적금 58종 중 만기도래 고객에게 지급된 금리는 최고금리의 78%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판 예·적금 58종 중 2종은 이 수치가 50% 이하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직장인 김수민(34)씨는 “내년 결혼을 앞두고 목돈 마련을 위해 신혼부부 관련 적금이 없나 찾아봤는데 황당한 조건을 내건 상품이 너무 많았다”며 “이 정도면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전했다.
꼼수 마케팅, 어쩔 수 없다는 은행권
은행권에서는 이런 적금 상품의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있지만 고객 모집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눈에 띄는 수치를 제시하면 실제 유입 고객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라며 “또 오프라인 영업점 입장에선 특판 상품 판매가 실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고금리 마케팅을 당장 없애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우선 금융소비자들의 주의를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고금리가 높더라도 기본금리가 현저히 낮은 경우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시중금리보다 오히려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며 “우대금리 조건 충족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최종 예상금리를 시중금리와 비교해 신중히 가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소비자의 오인 가능성이 큰 금융상품에 대해선 필요 시 현장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사전심의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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