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한국은행이 향후 우리나라의 수출 경기가 지속해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고금리 영향이 악재로 계속 작용하겠지만, 그간 부진했던 PC와 스마트폰 등의 수요가 점차 살아나면서 개선 모멘텀이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4일 경제전망보고서의 ‘최근 수출 개선흐름 점검 및 향후 지속가능성 평가’를 통해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IT경기 하강, 중국 등 주요국 성장세 둔화 등으로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2분기 이후 수출액이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10월과 1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가를 기록했다. 다만 과거 회복기에 비해서는 증가 속도가 더딘 모습이다.

한은은 “물량과 단가로 구분해 보면 수출 물량은 자동차‧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올 초부터 꾸준하게 증가했다”며 “단가는 7월 이후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최근 수출은 자동차·기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반도체가 개선세를 견인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AI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주요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감산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물량과 가격이 모두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만‧베트남 등 IT 비중이 높은 국가들에서도 수출 개선세가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만 한은은 컴퓨터‧스마트폰 등 IT최종재의 수출 증가는 아직 뚜렷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전했다. 비IT품목은 자동차·기계가 주요 선진국의 친환경·인프라투자 수요 지속 등으로 양호하지만 석유화학‧철강 등 여타 품목들의 회복은 미흡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한은은 향후 수출 지속가능성 평가에 대해 “우리 수출은 글로벌 고금리 영향이 이어지겠으나 반도체 경기 개선, 신성장 산업 관련 주요국 투자 확대 등으로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반도체 경기와 관련해 한은은 AI 관련 수요 증가로 고대역‧고용량제품의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그간 부진했던 PC‧스마트폰 등의 수요도 점차 살아나면서 개선 모멘텀이 강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신성장 산업 관련 미국‧EU 등의 투자 확대도 우리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미국과 EU는 반도체 등 핵심품목의 공급망 복원력 강화 및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 등을 위한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AI기술 발전(반도체), 친환경 전환(전기차‧배터리 등) 등을 위한 투자를 자국 내에 대규모로 확충함에 따라 우리 수출도 함께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어 향후 우리 수출도 반도체‧화공품‧석유제품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다만 글로벌 고금리가 지속되고 내구재를 포함한 재화소비 회복이 더딘 점은 우리 수출의 제약 요인”이라며 “중국 부동산 경기가 정부의 경기부양에도 불구하고 부진을 지속할 경우 철강‧기계 등을 중심으로 대(對)중 수출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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