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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투어리즘 성지 연평도…피격된 민가 처연하네, 저어새 함께 울어줄까[E-트래블]

비극적 사건 장소 찾아 교훈 얻는 다크투어리즘 최적지로 꼽혀
조기 파시 탐방로 옛길·구리동 해변 노을 등 소소한 구경거리 많아

연평도에 조성된 평화공원. 

[글·사진 강석봉 스포츠경향 여행기자] 다크투어리즘은 휴양과 관광을 위한 일반 여행과 다르다. 재난이나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가 체험함으로써 반성과 교훈을 얻는 여행이다. 다른 말로는 블랙(black)투어리즘 또는 그리프(grief)투어리즘이라고 한다. 

유대인대학살 현장인 폴란드의 아우슈비츠수용소, 수백만 명이 학살된 캄보디아의 킬링 필드 등이 대표적인 다크투어리즘 코스다. 9·11 테러가 발생했던 세계무역센터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도 여기에 해당한다. 국내에는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비무장지대(DMZ), 제주 4·3 평화공원 등이 있다. 최근 들어서는 연평도가 다크투어리즘 최적지로 알려지고 있다.

연평의 섬뜩한 경험…선명한 기억으로 다시는

여객에게 섬은 이상향이다. ‘썸’일 수도 있겠다. 오죽하면 통칭 그 섬에 가고 싶었겠는가? 섬은 가만히 있는데, 인간의 욕심이 농단한다. 가고 싶은 섬이, 섬뜩한 기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 그 발길은 ‘후들후들’. 허리 잘린 반도의 섬 역시 그 몇은 이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꽃게의 황금어장이고 조기 파시로 활황의 역사를 간직한 연평은 해전과 피격을 거치며 ‘부들부들’ 생채기가 났다. 언제부턴가 연평이 다크투어리즘의 성지로, 안보 관광의 메카가 됐다. 통한을 넘어 통일로 가는 길에서 만난 연평이 전하는 말은 무엇일까.

서해 먼바다 위로 노을은 비단결처럼 고왔다. 언제나 예뻐야 할 노을이 어느 땐 포연이 됐다.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전해진 육지 소식은 포탄의 굉음일 때도 있었다.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고 소연평도를 거쳐, 2시간을 가면 만나게 되는 연평도.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있는 그 섬은 북한과의 거리가 18㎞에 불과한 우리에겐 요충지, 저들에겐 눈엣가시다.

연평도 앞 구지도는 저어새 도래지로 유명하다. 

무거운 발걸음이나마, 연평을 가야 하는 이유

​고향이 아니라면 특별히 찾을 일 없는 이곳! 오히려 무거워져 발길마저 질질 끌며 찾아온 이유는 엄혹함의 뿌리를 찾기 위함이다. 정기 도선의 주변에도 근엄한 표정의 해병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으니, 이곳이 만만치 않은 곳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여기에 연평 항로가 날씨의 영향에 민감해, 그 품을 쉽게 내주지 않으니 이래저래 연평과 교감을 나누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꿈을 꾸는 저녁 바다에 갈매기 날아가듯, 고요히 잡아주는 손이 돼 그 섬에 간다. 섬마을 아이들의 웃음소리 따라 그곳으로….

연평도는 조기박물관과 가래칠기해변을 빼놓고는 교과서적인 안보 관광지의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췄다. 탱크·해병용 수륙양용차·비행기 등 퇴역 군사 장비가 곳곳에 전시돼 있다. 2006년까지 운영된 M47패튼 전차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말은 안보관광의 모티프가 고만고만한 연출로 식상함만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섬마을 아이들의 웃음소리…고요히 잡아주는 여심

여행객의 욕심은 자기만족에 가치를 둔 탓에, 연평의 아픔보다 스스로의 아쉬움에 볼멘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먼 나라 옛이야기가 아닌, 몇몇 사건을 되뇌다 보면 어느새 이 나라 사람임을 직시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연평도안보교육장’은 ‘연평도 포격전’으로 인해 포격을 당한 민가 세 채를 포격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한 곳이다. 포격 사태 당시를 재현한 전시관과 연평도 지역의 지형과 군사시설을 소개하는 영상관, 그리고 연평도 주민들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 포탄 모형 조형물은 연평도 포격전 당시 연평도 해병대 제7포병 중대의 대응 상황을 디오라마로 보여준다. 계단을 통해 연평도안보교육장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내려다본 모습은 ‘피격된 민가’다. 매캐한 화약 냄새가 머릿속에 번진다. 환각임을 모르지 않지만, 환장할 과거는 분명 우리 땅에서 일어났다.

연평도안보교육장에는 연평도 포격전 당시 포격을 당한 민가의 모습이 보존되어 있다.


그때 그들이 있었고, 오늘 우리가 기린다

1999년 6월 제1연평해전,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에 적지 않은 인명이 산화했다. 제1연평해전엔 부상자만 나왔지만, 제2연평해전엔 사상자까지 나왔다. 한국 해군 윤영하 소령·한상국 중사·조천형 중사·황도현 중사·서후원 중사·박동혁 병장 6명이 전사했으며 19명이 상처를 입었다. 고 윤영하 소령은 퇴역한 참수리정을 대체한 윤영하급 미사일 고속함으로 부활했다. 만재 배수량을 570톤(t)으로 늘린 이 군함은 ‘정’에서 ‘함’으로 승격됐다.

목숨 바쳤던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평화공원이 연평도에 조성돼 있다. 연평포격전 희생자 위령탑과 해전·폭탄전 전사자의 부조탑 등이 있다. 민간인 희생자의 위령비는 따로 세워졌다.

연평도 포격전에 산화한 서정우 하사의 해병 군표는 그가 목숨을 잃은 광경을 지켜본 나무에 비수처럼 꽂혀 그날의 일을 웅변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전’에선 해병 장병 두 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다크투어리즘 밖 연평도 이야기

다크투어리즘 아이템으로 연평도의 군터널 등이 개방돼 우리의 안보 현실을 살필 수 있다. 포격전을 대비한 대피소도 관람 방문객에게 연평의 현실을 알리기에 충분하다. 조기박물관에서 조망이 가능한 구지도는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저어새의 국내 최대 번식지다. 이외에도 노랑부리백로, 2급인 검은머리물떼새가 서식하고 있다.

연평도는 구석구석이 소소한 구경거리로 적지 않다. 조기 파시 탐방로 옛길·구리동 해변 노을·함상공원 일출·평화공원 북녘 별자리·바다가 갈라지는 용듸·큰 자리·해루질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섬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정식 식당은 아니지만 연평도 꽃게를 잡는 선주가 운영하는 이벤트 맛집이 있다. 15명 이상의 단체 여행객의 경우, 사전 예약으로 맛볼 수 있다. 올해 풍년인 꽃게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식사는 숨은 맛집으로 불러도 좋은 맛과 ‘연평바다한상’이라 표현할 만큼 훌륭한 식단이다.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진미로 가득했다.

연평도 가래칠기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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