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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고전 중 홈플러스…겹악재 안개 속 ‘돌파구’ 찾기

[MBK의 아픈 손가락]②
줄줄이 점포 매각…대부분 인수금융 상환
업황 침체로 신용등급 하락·재무구조 악화
회수시기 늦어져…원매자 찾기도 고군분투

8년째 MBK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사로 남아있는 홈플러스도 투자금 회수(엑시트) 방안을 정하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지난 2015년 MBK 인수 당시 역대 최대 규모 딜로 주목받았던 홈플러스는 업황 부진 여파로 인한 악재를 점포 매각으로 막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점포 매각으로 인수금융 변제 ‘급급’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인수 이후 홈플러스는 잇달아 점포를 매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20년 경기 안산점을 시작으로 대전 탄방점·대전 둔산점·대구점·부산 가야점·대전 동대전점·부산 해운대점 등을 매각했다. 2017년 전국 142개였던 매장 점포는 132개로 축소됐다. 매각을 통한 대금 대부분은 인수금융 상환에 사용됐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약 4조30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했다. 그런데 인수 당시 8조원대 매출 성장세를 보였던 홈플러스가 손바뀜 이후 지속적인 역성장성을 나타내자 인수금융 계약 당시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계약에는 자산 매각 시 인수금융을 우선적으로 갚겠다는 약정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8년간 MBK파트너스는 4조원이 넘는 금액을 인수금융 상환에 사용했다. 

MBK파트너스가 점포 매각으로 인수금융 변제에 힘쓰고 있을 동안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의 침체 분위기와 대형마트 업황 악화로 겹악재가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2022년 26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도 동기 대비 적자폭을 48.7%가량 키웠다. 2019년(1602억원), 2020년(933억원)으로 쪼그라든 영업이익이 2021년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신용등급 하락 불가피…“재무구조 개선 여력 낮아”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신용등급 하락도 피하지 못했다. 한때 AA-급 신용등급을 유지했던 홈플러스는 가파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지난 9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도 각각 ‘A3+’에서 ‘A3’으로 낮췄다. 

한기평은 신용등급 하락 이유로 부진한 영업실적과 재무부담 등을 꼽았다. 한기평은 “오프라인 중심 사업 기반의 높은 고정비 부담, 인플레이션, 고객 유치를 위한 판매 촉진 확대 등으로 제반 비용부담이 상승한 결과”라면서 “점포 매각 등을 통해 내부자금소요와 차입금 상환부담에 대응할 예정이지만 점포 수리 및 투자 부담, 저조한 수익성 등이 지속되면서 중단기간 내 재무구조 개선 여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의 연이은 폐점에는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의 침체 분위기와 대형마트 업황 악화도 한 몫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편의점,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주도권을 빼앗겼고 이후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비위축 등의 영향도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까지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전체의 65%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50% 안팎을 넘나드는 수준으로 시장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는 올해 매출에서 쿠팡에 밀렸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그간 이익창출력이 약화했고 향후 현금흐름 개선도 쉽지 않다는 전망에서다. 

인수 희망자 ‘어디?’…강성 노조도 리스크 

시장마저 하강국면에 들어서면서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매각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뒤 5년 이내 엑시트를 한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홈플러스의 회수 시기는 상당히 늦어진 상태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 전반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인수 희망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11번가도 지분 매각설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리며 새 주인을 찾아 나섰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아마존을 비롯해 알리바바와 큐텐 등이 인수 후보자로 떠오르며 큐텐과 매각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결렬됐다. 이후 최대주주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 주도로 매각을 실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원매자 후보도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대표적인 강성 노조인 홈플러스 노조가 사측과 지속적인 충돌을 이어온 것도 엑시트를 어렵게 하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마트노조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가 MBK파트너스에 매각된 이후부터 인력감축과 점포 매각 등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임금 협상부터 연말 파업까지 노사 관련 문제가 계속해서 일어나면서 인수를 꺼리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경쟁사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홈플러스 인수 희망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실적 반등을 위한 체질개선이 내년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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