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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가치, 브랜드 기회로 만들어야”

[2023 하반기 소비자 만족 브랜드 대상]
이코노미스트 선정 ‘2023 하반기 소비자 만족 브랜드’ 비결은
“소비자의 가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아이디어도 빛나”

[허태윤 한신대 IT영상콘텐츠학과 교수] 올 한해를 빛낸 브랜드 중 하나는 농심의 ‘먹태깡’이다. 먹태깡은 지난 6월 출시 직후 품절 대란을 이어갔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먹태깡의 품절 대란을 보며 ‘한정판 마케팅’, ‘헝거 마케팅’의 승리라고 평가한다. 이 마케팅 전략은 제품을 한정된 물량만 판매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을 말한다.

농심이 한정판 마케팅을 통해 먹태깡의 인기를 높인 것이라면 다른 제품도 기업이 공급을 줄였을 때 성공해야 한다. 먹태깡이 성공한 것은 단순히 마케팅 전략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기업이 소비자의 가치가 변화하는 흐름을 주시하고, 변화에 맞게 창조적 아이디어를 제품에 반영한 결과라고 이해해야 한다. 

실제 국내 과자(스낵) 시장은 아동·청소년이 중심인 시장에서 성인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의 인구 구조도 아동·청소년의 수가 줄고 고령자의 수가 늘어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기도 하다. 스낵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생존하려면 해외 시장에 진출하거나, 주 고객을 성인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이 맥주 등 주류 안주로 먹태깡을 찾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농심은 머천다이징(제품 기획·마케팅·판매 등)을 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기업들도 그동안 안주용 스낵을 출시했지만 먹태깡의 성공은 남다르다. 우선 먹태깡은 사내 공모를 통해 만들어졌다. 먹태는 주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안주인데 이를 스낵에 연계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제품에 아이디어를 더해 상품화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며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점도 먹태깡이 인기를 얻는 데 한몫했다. 집에서 술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를 잡자 먹태와 같은 간단한 안주용 과자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농심의 노력도 빛을 발했다. 농심이 사내 공모를 통해 먹태깡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뒤 1년 동안 제품을 개발했다.

특화 영역 구축한 브랜드 눈길…“시장 꿰뚫는 눈 필요” 

소비자들의 생애주기에 주목한 브랜드도 올 하반기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한화손해보험의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이 대표적이다. 이 보험은 생리와 임신·출산·갱년기·폐경 등 여성 소비자에 특화한 항목들을 보장한다. 한화손해보험은 유방암과 갑상선암, 난소·자궁암 등 고위험 질병군에 노출된 여성을 연구해 이 제품을 만들었다.

소비자들의 호응도 뜨겁다. 한화손보는 이 제품을 출시하자마자 월 평균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성의 생애주기와 건강을 고려한 제품을 내놓은 덕이다. 한화손보가 시장의 변화를 잘 읽었다고도 볼 수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산다. 여성의 사회 진출도 빨라지고 경제와 산업 분야에 기여하는 정도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보험 시장의 제품 상당수는 남성 소비자에 맞춰져 있다. 이를 선제적으로 꿰뚫어 본 기업이 한화손보다. 실제 한화손보가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을 출시한 뒤 경쟁사들은 너나없이 이 시장에 달려들었다.

한화손보는 이후 여성 특화 자동차 보험과 상해 보험 등을 개발해 여성 특화 보험사로 자리매김했다. 한화손보는 특화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연구와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앞서 여성과 관련한 질병과 여성의 생애주기를 연구하는 ‘라이프 플러스 팸테크 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여성병과 불임 치료 등에 특화된 이화의료원, 차병원과 업무 협약을 맺는 등 기존 손보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발상의 전환이 만든 브랜드 

발생의 전환으로 올 한해 자사 브랜드를 성공시킨 기업도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처럼, 갓 튀긴 맛을 내는 치킨을 집에서 만들 수는 없을까?”는 CJ제일제당이 ‘고메 소바바 치킨’을 개발하게 된 질문이다. 국내 치킨 시장의 규모는 5조원에 달한다. 배달 치킨의 가격은 3만원에 육박한다. 소비자들도 자연스럽게 집에서 만 들어 먹는 치킨을 생각하게 된다.

CJ제일제당은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해도 갓 튀긴 듯한 바삭함을 맛볼 수 있는 치킨을 개발하기로 했다. 특히 좋은 소스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해 프랜차이즈 치킨처럼 두 번 튀긴 뒤, 회사가 직접 개발한 소스 코팅 기술을 적용했다. CJ제일제당이 고메 소바바 치킨을 출시한 지 한 달여 만에 이 제품은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출시 6개월 후 곧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도 주목했다. 치킨은 국민 배달 음식이지만, 최근 외식비와 배달비가 올라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회사는 여기에서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고메 소바바 치킨을 전략 제품으로 선정해 새로운 K-푸드 항목으로도 성장시킬 계획이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시장 지배…아트 캠페인 등 눈길

동아제약의 프리미엄 비타민 제품 오쏘몰 이뮨의 성장도 놀랍다. 건강기능식품은 통상 주요 매체의 광고나 전문가의 추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됐다. 동아제약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소셜커머스나 올리브영과 같은 유통 채널을 통해 오쏘몰 이뮨을 ‘비타민계의 에르메스’로 만들었다. 이 제품을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단번에 안착시킨 것이다.

매출도 놀랍다. 오쏘몰 이뮨은 올해 1000억원대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성적 뒤에는 제약사가 시도하지 않은 협업 전략이 눈에 띈다. 동아제약은 젊은 예술가 40명과 아트 캠페인을 진행했다. 세계 최초의 만년필 메이커인 독일 라미와도 협업했다. 이외 다른 기업과 제작한 한정판 패키지는 젊은 세대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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