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이 새겨들어야 할 한은 총재의 “공짜는 없다”[부채도사]
이창용 “물가 목표치 가는 마지막 구간, 지금보다 쉽지 않을 것”
‘비둘기’된 미 연준과 다른 ‘고금리 장기화’ 예고
영끌족들도 가계부채 확대에 신중해진 분위기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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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는 없다.”
물가 관리 수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그는 12월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올랐어야 할 전기·도시가스와 대중교통비 등 공공요금 인상이 치솟던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늦춰졌던 점을 강조했다.
이로 인해 향후 물가상승률을 2%로 낮추는 속도는 더 느려지게 됐고, 이를 감내할 국민의 의지가 중요해졌다는 점을 이 발언 안에 담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현 기준금리가 생각보다는 오래 갈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이 총재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내놓은 ‘금리 인하 논의’ 발언과 관련해서도 시장의 과도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제가 BIS에서 (파월 의장을) 자주 봐서 그런지 시장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크게 (금리 전망이) 변했다고 생각을 안 한다”며 “어떤 면에서 비둘기적으로 보였지만 얼마나 오래 이걸(금리를) 가져가는지에 따라 (물가안정이) 달려 있다고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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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국내의 금리 전망을 동일 선상에 놓고 말할 수 없다는 입장도 내놨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외에 따져야 할 국내 상황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은 입장에서 미 연준이 어떤 정책 방향을 보이더라도 ▲국내 가계부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준 ▲가계대출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에너지가격 변화 추이 ▲공공요금 인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물가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설명으로도 풀이된다.
이 총재도 “미 연준이 더 이상 금리를 올리는 건 아니라는 점이 자리 잡았기 때문에 환율이라든지 자본이동 등 제약 조건이 풀린 것은 사실”이라며 “(한은이) 독립적으로 국내 요인을 보면서 통화 정책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중해진 ‘매파’ 한은, 영끌족 부채 확대에 영향 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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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의 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은은 시장의 예상보다도 신중하고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이미 미국 채권시장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에 크게 반응하고 있지만, 국내 금리 사정은 한은의 태도에 따라 철저하게 국내 물가에 초점을 맞춰 변할 것이란 분석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모든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에 대해 이 총재도 ‘인하 기대는 시기상조'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마지막 한걸음(last mile)’은 지금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전망을 충분히 고려해서 부채를 늘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매달 강해지던 가계대출 증가세도 최근 들어 주춤해졌다. 국내 고금리 상황이 미국보다 더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11월 국내 은행 가계대출은 5조4000억원 증가했는데 전월 증가액보다 1조2000억원 줄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은행에서도 확신하기 어렵다”며 “한은에서 고물가에 대해 긴장을 늦추기엔 이르다고 전한 대로 은행도 부채 부실 관리를 더 신경 써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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