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로봇·정치까지 계묘년 달군 테마주 열풍…“빚투는 금물”
올해 국내증시 테마주 ‘쏠림현상’ 이어져
“빚투 보다 펀더멘탈 강한 종목에 여유자금 투자 바람직"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올해 코스피는 2650선에 코스닥은 860선에 올라서며 2023년 국내 증시가 마무리 됐다. 계묘년은 이차전지, 로봇, 정치까지 테마주가 국내증시를 주도하며 ‘쏠림현상’이 꼽히기도 했다. 특히 테마주에 대한 무분별한 ‘빚투’(빚내서 투자) 증가세에 주의도 당부됐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전일 코스피는 1.60% 상승한 2655.2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월 1일 기록한 연고점(2667.07)에 근접한 수치다. 코스닥도 0.79% 오르며 866.57로 마감해 860선을 회복했다.
상반기를 주도했던 것은 당연 이차전지주다. 특히 지난 7월 100원을 돌파하며 코스닥 황제주로 등극한 에코프로의 열풍은 대단했다. 에코프로는 지난 1월 2일 11만원에서 최고 153만9000원까지 오르며 무려 1300%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이차전지들이 힘이 빠지며 에코프로 역시 하락한 상황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잇따라 전기차 생산 목표를 낮추기 시작했고,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요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28일 기준 에코프로는 64만7000원에 마감하며 고점 대비 절반 수준을 밑돌고 있다.
하반기에 기대감이 커진 것은 로봇 관련 주였다. 올 상반기 주도주 역할을 했던 2차전지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하반기에 로봇주가 자리를 대신할 것이란 기대감까지 나오기도 했다. 실제 하반기 상장 대어로 꼽힌 두산로보틱스를 필두로 로봇 기업들이 무더기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기대감을 높였다. 정부가 로봇을 국가 첨단산업 육성분야에 포함한 데 이어 삼성, 한화 등 굴지의 대기업 투자 확대 등의 호재가 잇달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지난 10월 5일 상장한 두산로보틱스는 상장 첫날 5만1400원에서 전날까지 126% 오른 11만6100원에 장을 마쳤다.
올해 연말을 장식한 또 다른 주인공은 정치 테마주였다. 눈에 띄는 흐름을 보인 것은 대상그룹주였다. 대상홀딩스우와 대상우는 전날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각각 3만7550원, 2만6350원에 장을 마쳤다. 대상홀딩스는 전날 대비 18.17% 오른 1만333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배우 이정재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전 법무부장관)이 고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지며 한 비대위원장 테마주로 묶였다. 대상홀딩스는 이정재의 오랜 연인인 임세령 부회장이 2대 주주로 있다. 대상그룹주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배우 이정재와 식사를 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폭등했다. 대상홀딩스우의 경우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3거래일 연속 60% 넘게 급락하다 28일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탄탄한 펀더멘탈(기초체력)을 가진 기업이 아닌 무분별한 테마주 열풍에 동승해 투자하는 것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테마주에 빚투 증가세는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에서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는 시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내년 상반기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향후 시장흐름 역시 단언하기 힘든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전체 신용거래융자잔고 금액은 17조6261억원에 달했다. 10월 말(16조9704억원) 16조원 대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신용거래융자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통해 돈을 빌려 주식을 구매한 뒤 상환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테마주에 들어가는 자금들의 상당 부분은 빚을 내서 들어가는 자금들이 많다. 꾸준히 이어온 현상이다”며 “위험성을 두 배로 키우는 빚투까지 동원해서 테마주 투자를 한다는 거는 굉장히 크게 손실이 나타날 수 있는 방식으로 거래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가급적이면 테마주 보다는 펀더멘탈이 확실한 그런 기업들을 대상으로 긴 호흡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며 “여유 자금 내에서 투자 의사결정을 내려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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