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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업이 점령한 의료용 로봇 시장…국내 기업 ‘틈’ 노리려면

[부상하는 의료용 로봇 시장]②
시장 규모 큰 수술용 로봇...美 다빈치가 선두
걸음마 수준 韓기업, 경쟁력 갖추려면

국내 의료용 로봇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려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국내 대기업이 의료용 로봇 시장에 일제히 뛰어들고 있지만, 이 시장은 아직 다국적 기업의 독무대다. 이 때문에 수술용 로봇을 개발 중인 국내 기업은 다국적 기업이 뛰어들지 않은 분야를 노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기술을 의료용 로봇에 적용하고 있다. 시장의 빈틈을 찾아 제품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다. 의료용 로봇은 수술을 돕는 로봇에서부터 의료 서비스를 보조하는 로봇까지 종류가 다양해 국내 기업이 활약할 분야는 많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제품 역량을 강화하고, 기업 간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의료용 로봇 시장서 해외 기업 두각

의료용 로봇은 의료현장에서 의료진의 진단과 수술 등을 보조하는 로봇이다. 환자를 간호하거나, 이들의 재활 훈련을 돕고 환자에게 병원 곳곳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수술 로봇, 재활·요양 로봇, 의료 서비스 로봇 등이 있다.

여러 분야 중 수술용 로봇의 시장 규모가 현재 가장 크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이 개발 중인 의료용 로봇은 대다수가 재활·요양 로봇으로, 수술용 로봇과 비교해 시장 규모가 작다.

의료용 로봇, 특히 수술용 로봇이 의료 현장에 쓰이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장이 개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제품이 있다. 미국의 의료기기 기업인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의료용 로봇 ‘다빈치’ 얘기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2000년 현지 규제기관으로부터 이 제품을 승인받았다. 다빈치는 의료진의 손가락 동작에 맞춰 정교한 수술 기업을 구현할 수 있는 수술용 로봇이다. 작은 부위를 절개해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고 회복도 빨라, 복강경 검사 등에 쓰인다.

다빈치는 현재 수술용 로봇 시장을 이끌고 있어 매출 규모도 크다. 시장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다빈치를 통해 2025년을 기준으로 93억2000만 달러(약 13조1505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수술용 로봇 시장을 이끄는 다빈치가 사실상 의료용 로봇 시장 전체를 선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술용 로봇 시장이 의료용 로봇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이 수술용 로봇 시장의 비중 상당수를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가 차지하고 있다.

다빈치를 비롯한 몇몇 의료용 로봇을 제외하면, 세계 각국의 의료 현장에서 의료용 로봇이 실제 쓰이는 경우는 매우 적은 실정이다. 실제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2019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의료용 로봇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이 20여 년 전 출시한 다빈치를 앞세워 수술용 로봇은 물론, 전체 의료용 로봇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의료용 로봇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다른 기업들도 대다수가 해외 기업이다. 수술용 로봇은 인공관절 수술에서 잘 쓰이는데, 이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 시장을 이끄는 기업이 미국의 의료기기 업체인 스트라이커다.

주력 제품은 수술용 로봇인 ‘마코’다. 스트라이커는 임플란트와 내시경 시스템, 응급 의료 장비 등도 생산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해외 시장에서의 지위를 발판 삼아 국내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수술용 로봇이 잘 쓰이는 또 다른 분야는 척추 수술이다. 이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의료기기 업체 메드트로닉이 인수한 이스라엘의 마조 로보틱스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조 로보틱스는 외과 수술 중에서도 척추 수술에 쓰는 의료용 로봇을 개발했다. 2017년 수술용 로봇 ‘마조 엑스’를 출시했고 이후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국내 기업 선전하려면…“기술력, 가격 경쟁력 필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다국적 기업들과 비교하면 국내 의료용 로봇 기업은 외형 측면에서 걸음마 수준이다. 기술력을 갖췄어도 주요 기업이 선점한 시장을 뚫기 쉽지 않아 고전하는 기업도 많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 국산화에 성공하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우선 큐렉소는 인공관절 수술 로봇과 척추 수술 로봇으로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미래컴퍼니도 수술용 로봇 레보아이를 개발해 전립선과 신장, 갑상선 절제술 등으로 적용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고영 테크놀로지는 의료용 로봇을 개발해 의료기기 분야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의료용 로봇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려면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 삼아 특정 분야에 집중한 기기를 내놔야 한다고 말한다. 해외 기업의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국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다.

의료용 로봇을 개발하는 국내 한 기업 관계자는 “임플란트 수술에 주로 쓰이는 인에이블링(Enabling) 수술용 로봇 분야는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며 “다국적 기업들은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인에이블링 수술용 로봇을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전략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모습은 인에이블링 수술용 로봇뿐 아니라 의료용 로봇 분야 전반에서 나타난다”며 “국내외 기업들이 기술력을 잘 갖춘 기업들과 협력 체계를 갖춘다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어 “국내 시장에서는 ‘로보틱 암’의 핵심 부품을 제조 수입하는 산업 생태계가 잘 꾸려져 있고, 완제품을 제작하고 조립하는 분야에서 여러 경험을 쌓은 기업도 많다”며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면 큰 시장에서 많은 기업 기관에 자사 제품을 매력적으로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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