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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의 벽은 높았다’…결국 넷플릭스 넘어서지 못한 토종 OTT

[한국 OTT의 위기]①
넷플릭스 압도적 점유율로 국내 1위 수성
웨이브, 티빙 등 토종 OTT 적자 계속 돼

경성크리처 메인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국내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위기를 맞이한 모습이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외산 OTT인 넷플릭스가 주도하고 있다. 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왓챠 등 국내 토종 OTT들이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넷플릭스를 넘어서진 못했다.

아이지에이웍스가 운영하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2023년 12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164만명으로 국내 OTT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쿠팡플레이(664만명), 3위 티빙(521만명), 4위 웨이브(404만명), 5위 디즈니플러스(304만명), 6위 왓챠(55만명) 순으로 조사됐다. 넷플릭스의 경우 2위인 쿠팡플레이와의 격차가 500만명 이상으로 사실상 독보적인 국내 1위를 기록 중이다.

국내 OTT 점유율 넷플릭스 1위…2위 쿠팡플레이·3위 티빙

특히 주목할 점은 다른 경쟁 OTT들이 구독자를 크게 늘렸음에도 불구, 2022년 12월과 비교해 넷플릭스의 국내 영향력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2년 12월 기준 넷플릭스의 MAU는 1160만명으로 2023년 12월(1164만명)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티빙과 웨이브 역시 큰 차이가 없었다. 티빙의 2022년 12월 MAU는 489만명이었으며, 웨이브의 MAU는 404만명이었다. 

반면 디즈니플러스는 한국형 히어로 드라마 ‘무빙’의 흥행으로 MAU가 2022년 12월 195만명에서 2023년 12월 304만명으로 크게 늘었고, 쿠팡플레이 역시 여러 스포츠 경기 중계 및 오리지널 콘텐츠인 ‘SNL코리아’ 흥행에 힘입어 2022년 12월 기준 395만명에서 2023년 12월 664만명으로 MAU가 많이 증가했다.

디즈니플러스와 쿠팡플레이의 MAU가 1년 새 많이 늘어났지만 왓챠의 MAU는 오히려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왓챠의 MAU는 2022년 12월 81만명에서 2023년 12월 55만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OTT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러 OTT를 동시에 구독하는 이용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넷플릭스를 먼저 구독하고 다른 OTT를 1개 더 구독하는 경향이 굳어지고 있다”며 “넷플릭스 역시 꾸준히 K-콘텐츠를 선보이며 국내 점유율 수성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힐 수 있었던 배경은 국내 맞춤형 콘텐츠 덕분이다. 사실 지난 2016년 넷플릭스가 처음 한국에 상륙했을 때만 해도, 방송·통신업계는 넷플릭스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OTT에 대한 이해도 낮았고, 무엇보다 국내 맞춤형 콘텐츠가 적어 소수의 미국 드라마 마니아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했다. 특히 유료 방송 가입자가 기존 가입을 해지하고 OTT로 넘어가는 ‘코드컷팅’ 현상도 한국에서는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 월 이용 금액이 10만원이 넘는 미국 유료방송과 달리 국내 유료방송 가격은 2~3만원대로 저렴했기 때문이다.

당시 상당수 전문가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이후 한국 맞춤형 콘텐츠로 국내 이용자들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독점 공개한 데 이어 2019년 한국형 좀비 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킹덤’으로 단숨에 많은 국내 이용자 확보에 성공했다.


K-콘텐츠로 국내와 해외 모두 사로잡은 넷플릭스

이후 넷플릭스는 ‘인간수업’, ‘D.P.’,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소년심판’, ‘수리남’, ‘지옥’, ‘더 글로리’, ‘오징어게임’ 등 여러 K-콘텐츠 흥행작들을 연달아 배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 2021년 9월 공개된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 역대 흥행 콘텐츠 1위에 오르며 전 세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23년 6월 한국을 방문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넷플릭스 내 한국 콘텐츠 시청 수가 지난 4년간 6배 증가하고 90% 이상의 K-로맨스 시청 수가 한국 외 국가에서 발생했다”며 “넷플릭스와 한국 창작가들의 파트너십은 앞으로 더욱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만들어 낼 것이며, 한국을 향한 투자가 콘텐츠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가능성을 토대로 넷플릭스는 향후 4년간 한국에 약 25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테드 서랜도스는 “25억 달러의 투자금이 2016년부터 지금까지 투자했던 금액의 2배”라며 “차세대 크리에이터를 트레이닝하는 것 또한 포함”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독주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넷플릭스를 제외한 대다수의 OTT 플랫폼이 적자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국내 토종 OTT인 티빙, 웨이브, 왓챠도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티빙, 웨이브, 왓챠는 2022년 각각 1192억원, 1217억원, 555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아울러 티빙의 2023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 손실은 1177억원이며, 같은 기간 웨이브의 누적 영업 손실은 797억원으로 집계됐다.

토종 OTT들의 경우 적자가 계속되는 만큼, 넷플릭스와 같은 대규모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쉽사리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제작비를 낮추고 인기 지식재산권(IP)은 확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최근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토종 OTT들이 주춤하는 사이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디즈니플러스가 오히려 ‘무빙’이라는 한국형 히어로물을 흥행에 성공시키며 MAU를 크게 늘린 모습이다. 강풀 작가의 초능력 세계관 시리즈 중 하나인 카카오웹툰 ‘무빙’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의 영웅적 활약을 국내 역사적 배경 안에 녹여낸 ‘한국형 히어로물’로 국내 누적 조회 수 2억회를 기록한 히트작이다.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무빙 시나리오 역시 강풀 작가가 직접 집필을 맡았으며,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등 베테랑 배우들의 합류로 공개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드라마 무빙은 디즈니플러스에서 총 20개 에피소드가 공개됐으며, 마지막까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OTT업계 관계자는 “최근 넷플릭스의 ‘경성크리처’가 한국을 비롯, 글로벌 시장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며 “K-콘텐츠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은 장르다. 토종 OTT들이 넷플릭스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소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K-콘텐츠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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