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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 최강자의 만남…삼성전자-네이버 손 잡고 만든 ‘AI 반도체’ 윤곽

[삼성과 AI]②
‘HW’ 삼성전자-‘SW’ 네이버…국내 1위 기업 ‘AI 반도체’ 공동 개발
1년 개발 성과 일부 공개…시중 제품보다 전력 효율 8배 이상 강점
네이버 AI 서비스 고도화·효율화 기대…삼성 ‘온 디바이스’ 전략 속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이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4차 인공지능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개발한 AI 반도체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서로의 분야에서 ‘국내 최고’로 불린다. 삼성전자가 만든 반도체·스마트폰·가전·TV 등은 세계 시장에서 널리 쓰일 정도로 제조 영역에선 ‘세계 최고’에 올랐다.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 역시 소프트웨어(SW)·콘텐츠 영역에서 사업 외연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두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역량 역시 ‘일류’란 평가를 받는다.

‘제조’의 삼성과 ‘플랫폼’의 네이버가 1년 전 손을 잡았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심 중심에 둔 협력이다. 국내 최고로 꼽히는 두 기업의 인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일부가 최근 공개됐다. 네이버와 삼성전자의 합작 ‘AI 반도체’는 현재 설계를 마무리하고 양산 준비에 들어섰다.

양사는 지난 2022년 12월 실무 테스크포스(TF)를 꾸리고 AI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한 협력을 시작했다. ‘실제 초대규모 AI’ 환경을 염두에 두고 기술 고도화에 요구되는 다양한 사항들을 고려해 개발하기로 뜻을 모았다. 양사는 최근 1년간 이에 따라 AI 반도체 개발에 역량을 쏟아부었다. 네이버가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기술적 난제를 제시하면 이를 삼성전자가 하드웨어(HW) 역량을 통해 해결하고, 다시 네이버의 SW 노하우로 검증하는 구조다.

연구 방향성은 이 때문에 초고속·초전력 실행할 수 있도록 기능을 반도체 기능을 효율화·최적화 하는 데 맞춰졌다. ‘전기 먹는 하마’로도 불리는 초대규모 AI 모델 운영을 효율화하고자 하는 네이버의 요구가 반영된 개발 방향성이다. 또 연산·추론을 위한 기능 고도화도 주요 개발 방향성으로 설정됐다. 데이터를 프로그램대로 순차 처리하는 기존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로는 온전한 AI 성능 구현이 어렵다. 이를 HW 측면에서 해결하겠다는 게 양사의 협력 취지다. 네이버는 2023년 8월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고 이를 다양한 서비스·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설계·검증 단계 마무리…양산 목전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이런 목적으로 추진한 AI 반도체 개발 성과가 지난해 12월 19일 대외에 일부 공개됐다. 양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개최한 ‘제4차 인공지능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별도 부스를 꾸리고 그간의 성과를 전시했다. 과기정통부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저전력 국산 AI 반도체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개발된 AI 반도체를 데이터센터에 적용, 국내 클라우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추진 방안도 발표한 바 있다. 국산 AI 반도체를 신경망처리장치(NPU)→저전력 프로세서 인 메모리(PIM)→극저전력 PIM 단계로 고도화하겠단 취지다. NPU는 AI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고성능·저전력 프로세서를 말한다. PIM은 메모리에 프로세서 기능을 추가, 고성능·저전력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이 자리에서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형태의 AI 반도체를 공개했다. 개발자가 설계를 변경할 수 있는 반도체로, 양산 전 시제품 제작에 주로 활용된다. AI 모델이 ‘학습’을 완료한 후 새로운 데이터를 통해 논리적 결과물을 내놓는 ‘추론’에 특화돼 있다. 이를 통해 거대언어모델(LLM) 모델의 추론 영역을 고도화하겠단 취지가 엿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전시장에서 AI 반도체로 ‘하이버클로바X’를 구동하는 모습을 모니터로 시연하기도 했다.

소형 D램인 상용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를 탑재한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아닌 LPDDR를 택했다는 점에서 양사의 AI 반도체는 가격 경쟁력 확보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양자화(Quantization)와 가지치기(Pruning·AI에서 검색 모델을 학습한 후 중요도가 떨어지는 요소는 제거하는 기술) 등 AI 모델 경량화 기술 고도화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사는 “상용화된 솔루션과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면서 8배 이상의 전력효율 달성 기대한다”고 전했다.

네이버 측은 특히 현재 개발 중인 AI 반도체가 엔비디아 제품보다 가격·전력 효율 측면에서 강점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AI 개발에 필수재인 세계 GPU 시장을 장악한 기업이다.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이사는 당시 기자들과 만나 “현재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 제품이 가장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이 좋지만, 네이버와 삼성전자가 개발한 AI 반도체가 8배 이상 전력 효율이 높았다”고 강조했다. 또 “메모리에서 읽어내는 방식, 계산하는 방식을 다 뜯어고쳤다”며 “기존 반도체들은 4배를 압축하면 오히려 느려져 버리는데, 우리는 4배가 더 빨라지게끔 해 저전력으로도 성능을 끌어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가 개발 중인 AI 반도체는 현재 설계·검증 단계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제품 제작 단계로, 향후 기술적 안정화를 거쳐 양산에 돌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2022년 12월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네이버]

AI 경쟁력 강화 노린 ‘윈-윈’ 전략

네이버는 AI 반도체 개발이 완료되면 현재 가동 중인 ‘각 세종’ 데이터센터 등에 우선 적용할 방침이다. 이를 기반으로 하이퍼클로바X 운영의 효율화와 기능 고도화를 추진한다. 해당 반도체가 세계 빅테크가 주목하는 생성형 AI 모델에 특화된 만큼 기업 간 거래(B2B) 상품으로도 판매할 계획이다.

양사가 개발 중인 AI 반도체는 칩 하나만으로도 최대 2500억개 매개변수(파라미터·Parameter)의 AI 모델을 가동할 수 있는 성능을 지녔다. AI 영역에서 정보 전달망 역할을 하는 매개변수는 그 규모가 클수록 높은 성능의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온 디바이스’(On-Device) AI를 ‘미래 먹거리’로 꼽은 만큼, 해당 반도체를 통한 스마트 기기 고도화 역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온 디바이스 AI는 정보를 서버로 보내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기기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연산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1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24’(Galaxy Unpacked 2024) 개최하고 ‘갤럭시 S24’ 시리즈를 세계 첫 AI 스마트폰으로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시작으로 ‘온 디바이스 AI’ 사업 확대에 나선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는 1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매일 사용하는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생성형 AI를 적용하기 시작해 새로운 디바이스 경험으로 혁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와 삼성전자는 연내 AI 반도체 설계를 확정하고,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생산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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