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삼양라면이 ‘문화 만들기’ 나선 이유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푸드 다큐·고압 세척기 만든 식품사
소비자 행동 관찰해 브랜딩 접목해
브랜딩 성패는 소비자 경험에 달려
[허태윤 칼럼니스트] 오뚜기는 바르고 정직한 브랜드 이미지로 별명이 ‘갓뚜기’다. 이 회사는 브랜드로 만드는 콘텐츠, 이른바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면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호평받았다. 오뚜기가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유통한 ‘국물의 나라’ 이야기다.
오뚜기의 무모하지만 참신한 시도
국물의 나라는 넷플릭스를 통해 160여 개 국가에 15개 언어로 제작 배포됐다. 브랜디드 콘텐츠이지만 콘텐츠를 선정하는 기준이 높다고 알려진 넷플릭스의 선택을 받았다. 배포 이후 성적도 좋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10주 연속 ‘인기 콘텐츠’와 ‘지금 뜨는 콘텐츠’ 순위에 올랐다. 푸드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역대 최다 조회수를 기록했다.
K-푸드를 향한 관심이 높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더 성과가 좋다. 이 지역 내 푸드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역대 조회수 3위에 오르면서다. 오뚜기는 이런 결과를 발판 삼아 후속편인 ‘김치의 나라’와 ‘반찬의 나라’도 제작해 넷플릭스를 통해 배포했다.
국물의 나라는 한국인의 밥상에 빠질 수 없는 한 그릇의 국물 요리를 찾아 전국을 여행하는 로드 트립 형태의 푸드 다큐멘터리다. 미식가로 알려진 만화가 허영만, 요리 솜씨가 뛰어난 배우 류수영, 뮤지컬 배우이자 유튜버인 함연지가 참여한다. 이들은 전국 10개 도시에서 40여 개의 국물 요리를 찾아 50회에 걸친 촬영을 통해 담아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오뚜기가 브랜디드 콘텐츠로 제작했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뚜기가 식품 기업으로서 브랜드 인식을 제고하면서도 K-푸드의 우수함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국물의 나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 프로그램에는 오뚜기의 브랜드가 직접적으로 노출되거나 콘텐츠에 삽입되는 간접광고(PPL)도 없다.
이런 시도는 브랜드 강화나 마케팅과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어쩌면 무모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의 지역별 국물 요리에 얽힌 역사와 재료를 알게 된다. 국물 요리의 ‘독창성’(originality)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 일부 소비자들은 오뚜기에 대한 브랜드 호감도와 충성도가 높아졌을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브랜드, ‘문화’ 만들어야
광고의 독창성을 통해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은 다른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광고회사 아이디엇은 삼양라면의 라면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라면 냄비를 닦는 초고압 냄비 세척기를 만들어 브랜딩에 성공했다. 광고회사가 광고 대신 제품을 발명해 브랜딩에 활용한 것이다. 이 냄비 세척기는 고압 컵 세척기를 개량한 것으로, 세계 최초의 라면 냄비 전용 세척기이기도 하다.
삼양라면은 소비자들의 행동을 연구한 결과, 라면을 끓이는 것보다 식사 후 설거지의 번거로움이 라면을 먹지 않게 되는 요인이라는 점을 파악했다. 라면 소비가 억제되는 문화와 환경에 주목해 만들어진 브랜딩 사례다.
실제 아이디엇은 삼양라면 홍보 동영상을 만들거나 광고 캠페인을 구상하지 않았다. 냄비 세척기라는 아이디어를 제품화했고, 제품을 만들면서도 물이 닿지 않는 영역을 줄이거나 수압을 높이는 노즐을 적용하는 디테일도 살렸다. 아이디엇이 내놓은 라면 냄비 고압 세척기는 지난해 11월 750여 명의 소비자에게 전해지기도 했다. 모든 과정은 “귀찮음 한 그릇 덜어드립니다”라는 주제의 캠페인으로 제작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캠페인을 시작한 지 5일 만에 사연 5000여건이 접수됐다. 소셜미디어(SNS)를 비롯한 여러 커뮤니티에도 이 캠페인이 확산했다.
소비자는 제품을 사용하는 순간뿐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브랜드를 만난다. SNS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이런 변화는 광고회사의 고민이 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아이디엇은 이렇게 말한다.
“요즘 시대의 광고는 무엇일까 계속해서 고민합니다. 한 편의 영상을 통해 브랜드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정답일까? 어쩌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을까? 사람들의 일상 접점으로 다가가 그들이 마주한 고충을 직접 해결할 수 있다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광고의 소재이자 브랜드의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아요. ‘삼양라면 초고압 세척기’도 이런 철학에 바탕을 두고 탄생한 제품입니다. 앞으로도 시대에 발맞춰 사람들의 일상 접점에서 내면 깊이 원했던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요.”
오뚜기와 삼양라면은 ‘디지털 시대의 광고는 무엇일까’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은 제품 구매 과정에서 나오지 않는다. 소비자를 둘러싼 삶의 모든 접점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브랜드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오뚜기는 식품을 향한 바르고 정직한 문화를 소비자에게 전달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배포한 푸드 다큐멘터리도 이런 문화의 연장선에 있다.
삼양라면의 초고압 냄비 세척기도 소비자가 라면을 어떻게 소비하는지에 주목한 결과다. 공감(sympathy)이라는 브랜드 문화를 소비자와의 모든 삶의 접점에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라는 뜻이다.
좋은 라면은 너무 많다. 소비자들의 경험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그리고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다르게 만들 것인지가 핵심이다. 삼양라면은 새로운 음식 문화를 만들었다. 컨설팅업체인 PwC에 따르면 소비자는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최대 16%까지 추가 비용을 기꺼이 지출할 의향이 있다. 이런 선호가 높은 브랜드에는 더 높은 충성도도 보였다.
디지털 시대에는 브랜드의 성패가 제품 판매가 아닌 브랜드가 제공하는 고객 경험에 달려 있다. 브랜드는 물건을 팔기보다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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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의 무모하지만 참신한 시도
국물의 나라는 넷플릭스를 통해 160여 개 국가에 15개 언어로 제작 배포됐다. 브랜디드 콘텐츠이지만 콘텐츠를 선정하는 기준이 높다고 알려진 넷플릭스의 선택을 받았다. 배포 이후 성적도 좋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10주 연속 ‘인기 콘텐츠’와 ‘지금 뜨는 콘텐츠’ 순위에 올랐다. 푸드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역대 최다 조회수를 기록했다.
K-푸드를 향한 관심이 높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더 성과가 좋다. 이 지역 내 푸드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역대 조회수 3위에 오르면서다. 오뚜기는 이런 결과를 발판 삼아 후속편인 ‘김치의 나라’와 ‘반찬의 나라’도 제작해 넷플릭스를 통해 배포했다.
국물의 나라는 한국인의 밥상에 빠질 수 없는 한 그릇의 국물 요리를 찾아 전국을 여행하는 로드 트립 형태의 푸드 다큐멘터리다. 미식가로 알려진 만화가 허영만, 요리 솜씨가 뛰어난 배우 류수영, 뮤지컬 배우이자 유튜버인 함연지가 참여한다. 이들은 전국 10개 도시에서 40여 개의 국물 요리를 찾아 50회에 걸친 촬영을 통해 담아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오뚜기가 브랜디드 콘텐츠로 제작했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뚜기가 식품 기업으로서 브랜드 인식을 제고하면서도 K-푸드의 우수함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국물의 나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 프로그램에는 오뚜기의 브랜드가 직접적으로 노출되거나 콘텐츠에 삽입되는 간접광고(PPL)도 없다.
이런 시도는 브랜드 강화나 마케팅과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어쩌면 무모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의 지역별 국물 요리에 얽힌 역사와 재료를 알게 된다. 국물 요리의 ‘독창성’(originality)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 일부 소비자들은 오뚜기에 대한 브랜드 호감도와 충성도가 높아졌을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브랜드, ‘문화’ 만들어야
광고의 독창성을 통해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은 다른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광고회사 아이디엇은 삼양라면의 라면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라면 냄비를 닦는 초고압 냄비 세척기를 만들어 브랜딩에 성공했다. 광고회사가 광고 대신 제품을 발명해 브랜딩에 활용한 것이다. 이 냄비 세척기는 고압 컵 세척기를 개량한 것으로, 세계 최초의 라면 냄비 전용 세척기이기도 하다.
삼양라면은 소비자들의 행동을 연구한 결과, 라면을 끓이는 것보다 식사 후 설거지의 번거로움이 라면을 먹지 않게 되는 요인이라는 점을 파악했다. 라면 소비가 억제되는 문화와 환경에 주목해 만들어진 브랜딩 사례다.
실제 아이디엇은 삼양라면 홍보 동영상을 만들거나 광고 캠페인을 구상하지 않았다. 냄비 세척기라는 아이디어를 제품화했고, 제품을 만들면서도 물이 닿지 않는 영역을 줄이거나 수압을 높이는 노즐을 적용하는 디테일도 살렸다. 아이디엇이 내놓은 라면 냄비 고압 세척기는 지난해 11월 750여 명의 소비자에게 전해지기도 했다. 모든 과정은 “귀찮음 한 그릇 덜어드립니다”라는 주제의 캠페인으로 제작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캠페인을 시작한 지 5일 만에 사연 5000여건이 접수됐다. 소셜미디어(SNS)를 비롯한 여러 커뮤니티에도 이 캠페인이 확산했다.
소비자는 제품을 사용하는 순간뿐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브랜드를 만난다. SNS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이런 변화는 광고회사의 고민이 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아이디엇은 이렇게 말한다.
“요즘 시대의 광고는 무엇일까 계속해서 고민합니다. 한 편의 영상을 통해 브랜드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정답일까? 어쩌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을까? 사람들의 일상 접점으로 다가가 그들이 마주한 고충을 직접 해결할 수 있다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광고의 소재이자 브랜드의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아요. ‘삼양라면 초고압 세척기’도 이런 철학에 바탕을 두고 탄생한 제품입니다. 앞으로도 시대에 발맞춰 사람들의 일상 접점에서 내면 깊이 원했던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요.”
오뚜기와 삼양라면은 ‘디지털 시대의 광고는 무엇일까’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은 제품 구매 과정에서 나오지 않는다. 소비자를 둘러싼 삶의 모든 접점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브랜드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오뚜기는 식품을 향한 바르고 정직한 문화를 소비자에게 전달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배포한 푸드 다큐멘터리도 이런 문화의 연장선에 있다.
삼양라면의 초고압 냄비 세척기도 소비자가 라면을 어떻게 소비하는지에 주목한 결과다. 공감(sympathy)이라는 브랜드 문화를 소비자와의 모든 삶의 접점에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라는 뜻이다.
좋은 라면은 너무 많다. 소비자들의 경험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그리고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다르게 만들 것인지가 핵심이다. 삼양라면은 새로운 음식 문화를 만들었다. 컨설팅업체인 PwC에 따르면 소비자는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최대 16%까지 추가 비용을 기꺼이 지출할 의향이 있다. 이런 선호가 높은 브랜드에는 더 높은 충성도도 보였다.
디지털 시대에는 브랜드의 성패가 제품 판매가 아닌 브랜드가 제공하는 고객 경험에 달려 있다. 브랜드는 물건을 팔기보다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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