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OCI 캐스팅보트’ 신동국 회장이 주식 팔고 싶어 한 이유
한미사이언스 주가 반토막…손해 봤을 가능성 있어
“임성기 회장 작고해 원망 못 해…지분 처분 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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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과거 신동국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주식 매입 후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높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보유 지분을 처분해 최대한 이익을 내려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분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두 그룹의 기업 통합을 그대로 지지하는 쪽이 유리하다.
16일 한미약품그룹의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임성기 전 회장은 생전 ‘한미사이언스 주식이 주당 3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한 적 있는데, 이때 신동국 회장도 주식을 일부 샀다”며 “이후 내부자거래 이슈로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크게 하락했고, 신동국 회장이 여기에 대해 답답해 했다고 안다”고 했다.
앞서 임성기 전 회장은 한미약품그룹이 사업 성과를 올린 것을 기념해 2016년 초 임직원 2800여 명에게 그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약 90만주를 무상으로 지급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다. 당시 한미사이언스 주식은 2015년 12월 말 기준 주당 12만9000원으로,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11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1년이 되지 않아 곤두박질쳤다. 같은 해 9월 한미약품이 다국적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은 기술 수출 계약이 해지됐고, 이 정보가 공시 전 새나가면서 ‘내부자거래’ 이슈로도 퍼졌다.
A씨는 “당시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오를 것이란 말을 듣고 한미약품 임직원 중 주식을 억 단위로 사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도 했다. 한미사이언스 주식은 가격이 지속 하락해, 현재 5만6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A씨는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임성기 전 회장이 작고해 크게 원망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오르거나, 혹은 유리한 조건을 제안받으면 지분을 모두 처분할 가능성이 큰 셈”이라고 했다. 제약업계 또 다른 관계자도 “신동국 회장은 이전부터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팔고 싶어 했다”고 했다.
신동국 회장의 결정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그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기업 통합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통합은 한미약품그룹 내에서 송영숙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사장이 주도하고 있는데, 장남인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과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그룹 사장은 여기에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신동국 회장이 임종윤 회장의 손을 잡는다면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지분율은 모두 19.85% 정도다. 임종윤 회장과 임종훈 사장의 지분율은 둘을 합해 17.69%다. 신동국 회장은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중 12.15%를 보유하고 있다. 신동국 회장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는 셈이다.
A씨는 신동국 회장이 임주현 사장과 임종윤 회장, 둘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에 대해 “임종윤 회장과 신동국 회장의 성향이 굉장히 다르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임종윤 회장은 주관이 뚜렷해 이번 기업 통합에 대한 입장을 낸 상황에서 결과를 받고 싶어 할 것”이라면서도 “두 그룹이 예정대로 통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만큼, 신동국 회장도 이 점을 고려해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신동국 회장은 임성기 전 회장의 고향 후배다. 두 경영자는 김포 통진읍 가현리에서 나고 자랐고, 둘 다 통진종합고를 졸업해 인연이 각별했다. 이들이 가까워진 것은 2000년 한미약품이 동신제약을 인수하면서다. 당시 신동국 회장은 동신제약 주식 약 60만주를 한미약품에 장외거래로 넘겼고, 한미약품은 이를 통해 동신제약을 수월히 합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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