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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 확산에 대학이 나선다…창업 환경 만들기 주력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대다수 대학생 창업 관심 낮지만…일부 대학 기업가정신 필수 과목으로 채택
국내외 학생 연합 창업 프로그램 인기 높아

가천대학교 코코네 스쿨에서 개최한 한·일대학교 연합 창업 행사. [사진 최화준]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지난 몇 달 동안 창업 관련 연구에 참여하면서 국내 대학들을 방문해 창업 현장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 주로 창업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나 창업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교직원들을 만나 대학 창업 교육의 현황을 듣고 개선 방향을 알아보는 목적이다. 

분명 국내 창업 생태계의 성장에 대학 창업 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 대학은 여러 형태의 창업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재원은 정부에서 나온다. 2004년 중기부의 창업대학원 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오늘날의 대학 창업 교육에는 과기부와 교육부도 함께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주요 정책 기조로 천명하면서, 최근에는 지방 정부도 지역 내 창업 지원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그래서 국내 거의 모든 대학은 자체 창업보육기관을 운영하고 있고, 이제 대학생들은 창업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환경이 되었다. 그럼에도 대학 현장에서는 창업 교육에 대해 수없이 고민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위증에 별도 전공으로 창업 명시 학교 증가 

소수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에서 창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낮은 편이다. 학생들은 창업보다 취업을 선호한다. 이런 현상은 비수도권 대학과 여대에서 유난히 두드러진다. 비수도권 대학 관계자들은 지역 내 창업 인프라 부족을, 여대 관계자들은 남성 창업자를 선호하는 국내 창업생태계의 분위기가 주요 원인이라 입을 모아 말한다. 

이에 대학들은 여러 해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비수도권 대학들은 기업가정신 관련 수업을 교양 과목으로 다수 개설하면서 창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부 대학들은 이를 교양 필수 과목으로 제도화하여 모든 신입생이 기업가정신을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교과목이 아닌 비교과 활동으로 창업을 독려하는 접근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에서 얻은 창업 지원 예산의 일부를 창업동아리 활동에 지원하거나, 정기적으로 창업가 특강을 개최하는 등 대학들은 캠퍼스 활동 안에서 창업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다방면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스타트업 업무 환경에서 활용되는 업무 툴 교육을 통해 창업생태계 환경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는 등 창업 관련 비교과 활동 지원 방식은 상당히 포괄적이다. 

창업 전공과목을 제공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창업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은 여전히 소수이지만, 대신 복수전공·융합전공·연계전공·마이크로전공 등 학위의 이름은 다르지만, 창업을 학위증에 별도의 전공으로 명시하는 학교가 많이 증가했다. 기업가정신 체험을 독려하는 것이 대학 내 전반적인 추세로 자리 잡았다.

창업이라는 공통 분모로 협업하는 대학들

다양성은 창업생태계의 핵심 가치다. 창업 교육에 관심을 가진 대학들이 다양성의 힘을 인식하면서 대학이 연합해 창업 지원 활동을 함께 진행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가장 흔한 사례는 동남권·호남권·수도권 등 동일 권역 내 대학들이 함께하는 연합 창업 행사이다. 이는 권역 내 기업과 공공 기관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동시에 과도한 예산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일석 이조의 효과로 창업 교육 관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활동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창업 교육의 주인공인 학생들의 만족도다. 개별 학교 단위의 행사보다 규모가 크고, 다른 학교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참여 학생들의 몰입도와 만족도가 대단히 높다. 

권역 내 연합 창업 관련 행사가 성공적으로 운영되자 대학들은 권역 외 대학들과 연합을 하는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 연합 행사가 대표적이다. 이는 특히 투자 유치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비수도권 대학의 창업 지원에서 투자 유치는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서울·경기권에 투자사가 집중되어 있어 이를 지역으로 끌어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대학이 수도권 대학과의 연합 행사를 진행하면 주요 투자 단에 접근하고 투자를 유치할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흔하지 않지만 해외 대학과 연계 행사를 추진하는 대학들도 있다. 최근 창업학과를 개설한 한 국내 대학은 작년 연말 무박 2일 해커톤 행사를 개최했다. 여기에 일본의 대학들을 초청해 한국과 일본의 20여 개의 학생 창업팀이 함께 했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대학 창업 교육

국내 대학의 창업 지원 환경을 연구하면서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대다수의 대학생은 창업보다 취업을 선호하고, 창업을 주체적인 커리어 선택지가 아닌 취업의 대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있다. 여성 창업가가 소외되는 국내 창업생태계의 안타까운 현실이 여대의 창업 교육 현장에 투영되는 안타까운 현실도 확인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에 참여하면서 국내 대학 창업 교육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커졌다. 천편일률적일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현장에서 일하는 교내 창업 관계자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더 나은 대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비슷한 내규에 기반해 운영되는 국립대학조차도 때로는 총장의 의지로, 때로는 일선 창업 교육 관계자의 의지에 따라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해 맞춤화 된 지원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대학의 미래를 걱정하며 염려하지만, 적어도 창업 교육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대학생들에게 더 나은 창업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는 교내 창업 관계자들을 응원한다.  
가천대학교 코코네 스쿨에서 개최한 한·일대학교 연합 창업 행사. [사진 최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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