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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1년 만에 흑자전환…SK하이닉스, 직원부터 챙겼다

직원에 격려금·자사주 지급…임원 처우는 ‘확실한 흑자전환’까지 유보
4Q 매출 11조3055억원, 영업익 3460억원…D램 경쟁력으로 적자 탈출

SK하이닉스 직원이 생산 라인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SK하이닉스가 바닥에서 탈출했다. 1년간 이어진 적자를 끊어냈다. 회사는 공로를 직원들에게 돌렸다. 자사주 15주와 격려금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정했다. 여기에 임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SK하이닉스 측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큰 폭의 기업가치 상승을 이끈 구성원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25일 실적발표를 통해 2023년 4분기 연결기준 매출 11조3055억원, 영업이익 346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2년 4분기부터 이어진 적자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4분기 영업이익률은 3%로 나타났다. 다만 이 기간 순소실은 1조3795억원(순손실률 12%)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연간 기준으론 영업손실을 피할 순 없었다. 2023년 연간 실적은 매출 32조7657억원, 영업손실 7조730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률은 24%로 집계됐다. 연간 순손실 역시 9조1375억원(순손실률 28%)을 써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흑자로 전환된 배경으로 ▲인공지능(AI) 서버와 모바일향 제품 수요 증가 ▲평균판매단가(ASP·Average Selling Price) 상승하는 등 메모리 시장 환경이 개선을 꼽았다. 또 수익성 중심 경영활동의 효과도 나타났다는 점도 조기에 흑자전환을 이룬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간 적자에도 직원 챙긴 회사

1년 만에 분기 흑자를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직원부터 챙겼다. 연간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라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진 못했지만, 격려금을 통해 직원의 마음을 챙겼다. 200만원 격려금은 오는 29일 지급된다. 자사주 15주는 추후 필요한 절차를 거쳐 각각 지급될 예정이다.

다만 임원들은 회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함께한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연봉 등 모든 임원 처우에 관한 결정은 회사가 확실하게 연속적인 흑자전환을 달성하는 시점 이후로 유보하기로 했다. ‘리더의 솔선수범을 통한 위기 극복’을 지속하겠단 취지다. 회사 측은 “지난해 임원과 구성원 모두는 원팀(One Team)으로 결속,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모두가 비용 절감을 실천하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고 전했다.

회사가 직원에게 자사주를 지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 측은 “핵심 경쟁력인 구성원들에게 미래 기업 가치 제고를 향한 동참을 독려하고자 지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가 최근 밝힌 ‘3년 내 기업가치 200조원 달성 목표’ 포부에 회사 구성원이 함께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단 취지다.

“시장 선도한 기술력 지속 고도화”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DR5·HBM3 지난해 매출은 각각 전년 대비 4배·5배 이상 증가했다. 반도체 시장 반등이 늦어지면서 실적 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력 제품의 높은 판매량은 분기 흑자전환을 이룬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다만 회사는 반도체 불황에 따라 낸드 분야에선 그간 투자와 비용을 효율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DDR(Double Data Rate)은 한 번의 클럭 신호에 데이터를 두 번 전송할 수 있는 D램을 말한다. HBM(High Bandwidth Memory·고대역폭 메모리)는 적층 기술을 접목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일반적인 D램보다 높인 제품을 말한다. 두 제품 모두 뒤에 붙은 숫자가 높을수록 성능이 개선됐다는 걸 의미한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을 통해 “올 하반기로 갈수록 HBM3나 DDR5 같은 선단 제품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레거시 제품 공급은 급격히 줄어들고 연말에는 고객뿐 아니라 공급사 재고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고성능 D램 수요 증가 흐름에 맞춰 ▲AI용 메모리인 HBM3E 양산 ▲HBM4 개발 등을 순조롭게 진행할 방침이다. 서버와 모바일 시장에 DDR5·LPDDR5T 등 고성능·고용량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계획이다. LPDDR(Low Power DDR)은 극단적인 저전력을 목표로 만든 DDR을 말한다. 주로 모바일 제품에 탑재된다.
SK하이닉스가 2023년 8월 개발에 성공한 AI용 초고성능 D램 신제품인 ‘HBM3E’ 이미지. [제공 SK하이닉스]

회사는 지속해서 확대되는 AI향 서버 수요와 온디바이스(on-device) AI 응용 확산을 대비해 고용량 서버용 모듈 MCRDIMM((Multiplexer Combined Ranks Dual In-line Memory Module)과 고성능 모바일 모듈 LPCAMM2(Low Power Compression Attached Memory Module 2) 준비에도 만전을 기해 기술 리더십을 지켜간다는 계획이다. MCRDIMM은 여러 개의 D램이 기판에 결합된 모듈 제품이다. 모듈의 기본 정보처리 동작 단위인 랭크(Rank) 2개가 동시 작동돼 속도를 향상했다. LPCAMM2는 LPDDR5X 기반의 모듈 솔루션 제품으로 기존 DDR5 SODIMM 2개를 LPCAMM2 1개로 대체하는 성능 효과를 보인다.

SK하이닉스는 LPCAMM2가 공간 절약뿐만 아니라 저전력과 고성능 특성을 지녀 시장에서 강점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낸드의 경우 eSSD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생산을 늘려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기조를 유지한다. 투자비용(CAPEX) 증가는 최소화해 안정적인 사업 운영에 방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장기간 이어져 온 다운턴에서도 회사는 AI 메모리 등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며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과 함께 실적 반등을 본격화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아 변화를 선도하고 고객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하면서 ‘토털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성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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