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아이콘’ 수입차 한국인 CEO 한상윤 vs 이윤모[피플&피플]
8년 만에 1위 탈환 성공한 BMW
볼보, 시장 4위 넘어 3위 노린다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지난해(2023년)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 한국인 최고경영자(CEO)들이 세운 놀라운 성과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인 CEO가 귀해진 요즘이라 이들의 성과가 더욱 빛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협회 소속 회원사 20곳(승용 및 상용 포함) 중 한국인 CEO를 둔 곳은 2월 1일 기준 총 9곳으로, ▲BMW그룹코리아(한상윤) ▲FMK(김광철) ▲볼보자동차코리아(이윤모) ▲볼보트럭코리아(박강석) ▲스텔란티스코리아(방실) ▲아우디코리아(임현기) ▲지엠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서영득) ▲폴스타오토모티브코리아(함종성) ▲혼다코리아(이지홍) 등이다.
불과 7~8년 전만 하더라도 ▲닛산코리아(허성중)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백정현)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정재희) ▲한불모터스(송승철) ▲폭스바겐코리아(박동훈) 등 보다 더 다양한 수입차 브랜드에 한국인 CEO가 있었다. 그러나 브랜드 철수 및 실적 부진 그리고 합병 등에 따른 교체가 이어지면서 한국인 CEO의 설 자리가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한국인 CEO는 한상윤 BMW코리아 대표와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를 누르고 BMW코리아를 다시 한번 최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은 한상윤 대표, 스웨디시 열풍을 일으키며 독일차 중심의 국내 수입차 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은 볼보자동차코리아 이윤모 대표를 분석했다.
수입차 시장 1위 탈환 vs 최다 판매 기록 경신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띈 브랜드를 꼽자면 단연 BMW와 볼보자동차다. BMW코리아는 8년 만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를 판매량에서 앞서며 국내 수입차 시장 1위 탈환에 성공했다. BMW코리아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마지막으로 1위를 차지했던 해는 지난 2015년이다.
종이 한 장 차이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7만7395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7만6697대를 팔았다. 두 브랜드 간 격차는 698대에 불과했다. BMW코리아는 신차 혜택 강화 등을 앞세워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추격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만7018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수치다.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역대 최다 판매 신기록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4.4% 위축되는 상황 속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갔다.
연간 누적 실적 기준 처음으로 수입차 4위에 오르기도 한 볼보자동차코리아다. 꾸준히 4위 자리를 유지했던 독일의 폭스바겐코리아를 넘어선 볼보자동차코리아는 3위 아우디코리아(1만7868)를 바짝 추격하며, 톱3 진입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두 CEO 공통점…BMW 출신·1966년생 동갑내기
재미있는 사실은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한상윤, 이윤모 대표에게 공통점이 많다는 것이다. 모두 1966년생 말띠, 올해 나이 58세로 동갑내기다. 한상윤 대표는 1966년 10월 11일, 이윤모 대표는 1966년 5월 7일생으로 모두 한국 출생이다.
둘 다 공대 출신이라는 점도 유사한 점이다. 한상윤 대표는 1991년 호주 시드니 공과대학교 재료과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한양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이윤모 대표는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모두 30년 이상의 자동차 업계 경력을 자랑하는 BMW 출신의 세일즈 전문가라는 점도 비슷하다. 한상윤 대표는 1992년 SBW 개발(무주 리조트) 세일 & 마케팅 이사, 1995년 사브코리아 마케팅 & PR 매니저, 2000년 GM코리아(캐딜락코리아) 마케팅 & 딜러 개발 매니저, 2013년 BMW그룹코리아 BMW 세일즈 총괄, 2016년 BMW그룹말레이시아 대표를 지낸 뒤 2019년 4월 BMW그룹코리아 대표 자리에 올라섰다.
이윤모 대표는 1994~1999년 대우자동차 경영기획실, 아·중동 수출 본부를 거친 뒤 2002년 BMW코리아 딜러 개발 매니저를 지냈다. 2010년에는 BMW코리아 세일즈 상무, 2013년 BMW코리아 애프터 세일즈 상무 등을 역임한 뒤 2014년 7월부터 볼보자동차코리아를 이끌기 시작했다.
성공 DNA 단기간에 주입한 추진력
한상윤·이윤모 대표 모두 단기간에 회사를 개선한 CEO로 평가받기도 한다. 한상윤 대표는 2019년 본격 개시된 대규모 리콜 사태로 추락한 BMW의 이미지를 단기간에 회복시켰다. 당시 BMW코리아는 배기가스순환장치(EGR) 부품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수십만 대에 달하는 리콜을 진행하고 있었다. 시장에서는 BMW코리아가 훼손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상윤 대표 체제의 BMW코리아는 적극적인 리콜 및 후속 조치로 소비자 신뢰 회복에 박차를 가했다. 이를 발판으로 BMW코리아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빠르게 실적을 회복했다. 실제 BMW코리아의 연도별 국내 판매 실적을 보면 2019년 4만4191대, 2020년 5만8393대, 2021년 6만5669대, 2022년 7만8545대로 매년 실적이 개선돼 왔음을 알 수 있다.
이윤모 대표 또한 마찬가지다. 이전까지 연간 1000여 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던 볼보자동차를 업계 상위권(판매량 기준)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이윤모 대표는 지난 2021년까지 10년 연속 연간 판매량 두 자릿수 성장률 달성을 이끌었다. 이는 국내 수입차 시장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볼보자동차 브랜드가 진출해 있는 전 세계 시장에서도 유일한 성과다.
이 같은 성과는 한국 고객만을 위한 ‘특별한 전략’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한상윤 대표는 BMW 5시리즈, 6시리즈 등 주력 모델을 세계 최초로 국내 시장에 선보이면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 나갔다. 지난해에도 신형 5시리즈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 선보인 바 있다.
이윤모 대표는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2022년 볼보자동차 브랜드 최초의 쿠페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40 리차지를 선보였을 때도 미국보다 약 900만 원, 독일보다 약 2200만 원 낮은 가격으로 책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S90, XC60 등 주력 모델을 출시할 때도 해외보다 저렴한 가격을 강조해 온 이윤모 대표다.
최우선 가치는 ‘소통·신뢰 구축’
한상윤·이윤모 대표는 올해로 각각 6년, 11년째 글로벌 브랜드 한국법인을 이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장기간 대표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배경으로 고객과의 적극적인 투자와 소통 그리고 신뢰 구축 등을 꼽는다.
BMW코리아는 2014년 700억 원을 투자해 인천 영종도에 BMW 드라이빙센터를 구축한 바 있다. 드라이빙센터는 이전까지 BMW 본사가 있는 독일과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에만 존재했다. 영종도에 들어선 드라이빙센터는 전 세계 세 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다.
한상윤 대표 체제의 BMW코리아는 최근까지 지속해서 관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부대 시설을 확충하고,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늘려 나갔다. 지난해에는 이곳에 브랜드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대규모 충전 시설도 구축했다.
이윤모 대표 역시 국내 고객들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며 브랜드 신뢰도를 높게 쌓아 올렸다. 대표적인 것이 볼보자동차코리아가 300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통합형 티맵(TMAP)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오롯이 국내 고객만을 위해 개발된 것이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이윤모 대표는 2023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자동차인-산업 부문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물론 고객과의 소통만 중요시한 것은 아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한상윤·이윤모 대표다. 두 대표 모두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지양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오피스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이와 연결된다. 이 시스템은 직무, 직급 등의 제한 없이 원하는 자리에서 자유롭게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BMW, 볼보자동차는 모두 외국계 기업”이라며 “이들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소통, 신뢰 확보 등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빛난 두 명의 한국인 CEO는 올해도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까. 올해 두 회사의 사업 계획을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상윤 대표의 BMW코리아는 X2, iX2, 4시리즈, M5, X3 등 다양한 신차를 선보여 벤츠의 추격을 따돌릴 계획이다. 이윤모 대표의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브랜드 첫 번째 콤팩트 전기 SUV EX30 고객 인도 등으로 전동화 부문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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