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빅파마 격전지 된 비만 치료제…개발 열기 후끈

[비만 정복, 새 물결 인다]②
삭센다·위고비 위협하는 新 치료제 ‘젭바운드’
암젠·화이자 등 글로벌 바이오기업 속속 참전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를 허가받으며, 노보 노디스크가 장악한 비만 치료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 시장의 문을 연 것은 덴마크 다국적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다. 노보 노디스크는 삭센다에 이어 새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연달아 선보이면서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비만 치료제 시장의 이런 지형도는 곧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암젠과 화이자, 로슈를 비롯해 해외의 대형 제약사인 이른바 ‘빅파마’가 앞다퉈 비만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특히 노보 노디스크를 맹추격하는 일라이 릴리의 공세가 거세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만 치료제로 개발한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를 허가받았다. 노보 노디스크가 삭센다를 미국 현지에서 승인받은 지 3년 만이다.

젭바운드의 투여 방법은 위고비와 유사하다. 일주일에 한 번 주사제 형태의 젭바운드를 투약하면 된다. 노보 노디스크의 약물과 달리 젭바운드는 현재 성인만 투약할 수 있다. 일라이 릴리는 젭바운드의 투약 대상 확대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통상 의약품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두각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비만 치료제 시장도 사실상 노보 노디스크의 독무대다. 이런 조건에서도 후발주자인 젭바운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삭센다와 위고비 등 기존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서다.

일라이 릴리는 젭바운드를 비만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해 여러 임상을 진행했다. 과체중이거나 비만한 성인 2500여 명에게 72주간 젭바운드를 투여했더니 이들의 체중이 평균 15~20% 정도 감소했다. 젭바운드를 더 많이 투약한 환자는 체중 감량 효과가 더 컸다.

노보 vs 일라이 경쟁 가시화

일라이 릴리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젭바운드는 위고비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좋다고 알려졌고 심지어 가격도 더 낮다. 일라이 릴리가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가격을 고려해 젭바운드의 가격을 낮춘 탓이다.

일라이 릴리는 공식 자료를 통해 젭바운드의 가격이 위고비에 포함된 성분보다 20%가량 저렴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젭바운드를 한달 동안 사용하기 위해서는 1060달러(약 139만원)가량이 든다. 위고비를 같은 기간 사용하려면 1349달러(약 177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일라이 릴리는 의료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한달에 25달러(약 3만2900원)만 내면 젭바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는 높은 가격이 흠인데, 환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줄여 노보 노디스크가 차지한 시장 지위를 뺏겠다는 의도다.

또한 일라이 릴리는 젭바운드가 등재되지 않은 의료보험에 가입해도 한달간 550달러(약 72만원)를 내면 젭바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마이크 메이슨 일라이 릴리 당뇨병 사업부문 총괄은 “의약품은 환자가 이를 잘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 만큼 더 많은 환자가 젭바운드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일라이 릴리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젭바운드를 비교하는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젭바운드가 다른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보다 더 좋은 비만 치료 효과가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이런 임상은 이른바 ‘헤드 투 헤드’ 임상이라고 불린다. 특정 약물을 다른 약물과 직접 비교하기 때문에 효과 등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위험 부담이 크지만 후발주자가 선두주자를 제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일라이 릴리는 위고비와 젭바운드를 72주간 투여한 환자의 체중이 얼마나 줄었는지 우선 확인할 계획이다. 이후 이들의 허리둘레와 체질량지수(BMI)의 변화도 비교할 예정이다. 비만하거나 과체중인 사람이 대상이며 당뇨병 환자는 임상시험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 임상시험은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암젠·화이자·베링거인겔하임 후발주자 대기

일라이 릴리가 공격적으로 시장을 점유하려는 것은 노보 노디스크가 이미 시장을 석권한 상황에서 다른 빅파마도 속속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비만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인 만큼 약물 복용 기간도 길 것으로 예측된다. 그만큼 안전성과 효과가 분명해야하고 가격 부담도 낮아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자사 제품을 환자에게 익숙하게 만드는 일도 숙제다. 만성질환의 경우 환자가 평소 복용했거나 의료진이 많이 사용한 약물이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 일라이 릴리가 시장을 빠르게 점유하기 위해 위고비보다 낮은 가격에 환자들에게 젭바운드를 공급하려는 이유다.

암젠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GLP-1 RA)와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폴리펩타이드 수용체 작용제(GIP RA)를 결합한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우선 암젠은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A)와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폴리펩타이드 수용체 작용제(GIP RA)를 결합한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위고비나 젭바운드는 현재 일주일에 한 번 투약해야 하는데, 암젠은 개발 중인 약물의 투약 횟수를 줄여 환자가 더 편하게 약물을 투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덴마크의 바이오 기업 질랜드와 함께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베링거인겔하임은 덴마크의 바이오 기업 질랜드와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머크도 현지 바이오 기업인 알티뮨과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 중인 약물과 유사한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화이자는 자금 여력 등을 고려해 이미 임상에 진입했거나, 초기 단계의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을 인수하거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제이 브래드너 암젠 최고과학책임자(CSO)는 “비만 시장은 기업들이 진입하기 늦지 않은 시장”이라며 “미충족 수요가 남아있고, 기존 치료제가 모든 공중 보건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한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국내·외 증권사 임원들 “밸류업 시행 초기, 공시 단순화해야”

2KT, 건강보험공단 목소리인증 상용화…공공기관 최초

3주한가나대사관, ‘하모니 인 심벌즈 컬렉티브’ 아프리카 전시회 후원

4엠게임, 1분기 매출 193억원·영업이익 40억원 달성

5무안 힐스테이트 '신축 하자’ 논란 해결…현대엔지니어링 입주자협의회와 합의

6“‘3000원짜리 샤넬’?”…다이소 ‘제2의 리들샷’ 정체는

7“창의적 아이디어 발굴 지원”...현대차·기아, ‘2024 발명의 날’ 개최

8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지방색 벗고 ‘iM뱅크’로

9주담대 변동금리 더 내린다, 4월 기준 코픽스 0.05%p↓

실시간 뉴스

1국내·외 증권사 임원들 “밸류업 시행 초기, 공시 단순화해야”

2KT, 건강보험공단 목소리인증 상용화…공공기관 최초

3주한가나대사관, ‘하모니 인 심벌즈 컬렉티브’ 아프리카 전시회 후원

4엠게임, 1분기 매출 193억원·영업이익 40억원 달성

5무안 힐스테이트 '신축 하자’ 논란 해결…현대엔지니어링 입주자협의회와 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