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을 경험한 이강인 광고 브랜드들[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왜 한국은 유명인 모델 광고에 목숨을 거는가
이강인 사태로 본 브랜드 엠베서더 전략의 명과 암

이때 이강인을 브랜드 모델로 기용한 기업들은 지옥의 문턱을 오가는 경험을 했다. 기업들은 엄청난 모델비와 제작비가 들어간 광고를 내려야 했다. 또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매출에도 차질이 생겼고 공식 SNS는 비난 댓글로 도배가 됐다. 자신들의 통제 밖에서 일어나는 광고 모델의 돌출행동이나 스캔들에 의해 피해를 당하는 것이 큰 위협요인임을 알면서도 국내 기업들은 왜 유명인을 활용한 광고를 유독 선호할까?
유명인 광고 활용, 1위는 한국
기업이나 조직은 인지도가 높거나 이미지가 좋은 유명인을 브랜드 모델로 활용한다. 이들을 브랜드 엠베서더(brand ambassador), 즉 브랜드 홍보 대사라고 부른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명인을 브랜드 엠베서더로 활용하는 ‘빅모델 광고’ 선호 국가다. 실제로 한 논문(Fedorenko, 2009)에 따르면 한국은 유명인을 이용한 광고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광고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9.9%의 광고만이 유명인을 모델로 사용하고 그 밖의 선진국들도 유명 모델 의존도는 10% 내외였다. 그런데 한국은 60%대로 이 분야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사실 유명인의 광고 출연 시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모델이 광고의 설득력보다는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이론도 있다. 또 긍정적인 감정의 전이(affect transfer)가 발생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태도를 좋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론, 그리고 모델이 갖고 있는 신뢰감으로 소비자가 광고 내용을 신뢰하게 된다는 이론까지, 다양한 이론과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유명인 출연 광고 비중이 60% 이상인 것을 설명하긴 역부족이다. 유명인이 등장하는 광고가 마케팅의 성공을 보장하는 '요술 방망이'라면 서구 국가들의 유명인 등장 광고의 비중이 낮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광고에 유명인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
재미있는 사실은 유명인 모델을 즐겨 사용하는 상위 국가 대부분이 권력거리(power distance:권위에 대한 구성원들이 느끼는 인식 정도)가 높고 관계주의 성향이 있는 아시아의 유교 문화권이라는 점이다.
이런 문화권에서는 광고에 등장한 유명인과 소비자의 관계가 훨씬 효과적으로 형성된다. 유명인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브랜드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애착을 느끼고, 더 잘 기억하며, 더 호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적절한 브랜드 엠베서더 전략이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임영웅 효과’가 잘 설명한다. 현재 한국에서 중장년층을 목표 고객으로 하는 제품에서 제일 영향력 있는 브랜드 엠베서더인 그가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의 모델로 기용돼 광고 당월 매출을 전월대비 54% 증가시킨 것은 이 업계에서 도는 전설같은 이야기다. 임영웅이 모델로 나선 청호나이스의 ’에스프레소 카페‘도 매출이 전년 대비 3배가 늘었다.
이런 긍정적 효과에도 ’브랜드 엠베서더‘ 전략은 리스크가 크다. 얼마 전 마약사건으로 구속된 배우 유아인의 경우 수년간 전속 모델로 그를 활용했던 무신사에 엄청난 피해를 끼쳤다.
특히 이 브랜드는 ’무아인‘이란 가상 인간까지 만들어 유아인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해왔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에 미치는 악영향도 더 컷다.
그는 무신사 뿐 아니라 아웃도어브랜드 네파, 건강보조식품회사 종근당건강 등 10여개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활약한 바 있다. 또 그가 출연해 개봉이나 방영을 앞뒀던 영화와 드라마가 줄줄이 중단되면서 마약사건으로 생긴 피해액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런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20여 년 전 MBC 대하드라마 ’허준‘에 출연해,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배우 황수정은 마약 투여와 스캔들로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켰다. 동시에 당시 출연했던 브랜드인 롯데백화점, 레미안아파트, 마몽드화장품 등 유수의 브랜드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혔다.
유명인 출연 광고의 또 다른 리스크는 중복출연의 폐해다. 최근 ‘범죄도시’의 연이은 성공으로 주목받는 배우 마동석은 갈빗집, 보일러광고 등 10여 개의 광고에 동시 등장한다.
개그맨 유재석도 한해 10개 이상의 광고에 출연한다. 좀 지난 얘기지만, 배우 이영애가 한참 인기가 있던 시절엔 동시에 10개가 넘는 브랜드에 출연해 '이영애와 함께 아침을 먹고 그녀와 함께 잠자리에 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이같은 이유에도 기업들이 유명인 광고를 선호하는 것은 단기간 내 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훌륭한 브랜드는 소비자와의 관계를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만들어 간다. 그래서 특정 유명인의 이미지보다는 브랜드 스스로의 이념을 잘 만들고,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몰두하며, 그 이념에 동조하는 팬덤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인 브랜드 전략이다. 이는 애플의 모든 광고에서 '사람'보다 '제품'이 주인공인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영리한 기업들은 유명인을 이용한 브랜드 엠베서더 전략 선택 시 이를 매우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 또 모델의 사회적 평판과 성향도 신중히 고려한다. 국내 최장수 브랜드 엠베서더였던 CJ제일제당의 광고모델 배우 김혜자가 좋은 사례다. KB금융그룹 광고모델을 10여년 이상 해온 피겨스타 김연아도 효과적인 브랜드 엠베서더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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