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가 또 암 유발할지도”…CAR-T 치료제 뭐길래
[‘기적의 치료제’ 돌파구는]①
美 FDA, CAR-T세포치료제에 암 발생 ‘경고문구’ 조치
치료 비용 포함해 여러 한계도…CAR-NK 등 해답 될까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질병은 무병장수의 꿈을 위협한다. 그중에서도 암은 예후가 좋지 않고 치료 과정도 고통스러워 모두가 피하고 싶은 질병이다. 하지만 암 환자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암 치료를 받았거나, 암이 발병한 적이 있는 환자의 수는 243만4089명에 달한다. 국민 20여 명 중 1명은 암으로 고통받았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면 암 발병률은 더 높아진다. 65세 이상인 암 환자의 수는 119만4156명으로 국민 7명 중 1명꼴이다. 암은 한국인만의 문제도 아니다. 국제암연구소가 2022년 발표한 암 발생률 추정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암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289.3명이지만, 국제협력기구(OECD) 평균인 300.9명보다 낮다. 암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전 세계 여러 나라의 고민인 셈이다.
화학항암제부터 면역항암제까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는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암 치료제 개발이 대표적이다. 암 치료제는 1세대인 세포독성 화학항암제부터 2세대인 표적항암제, 3세대인 면역항암제까지 다양하다. 특히 빠르게 분화하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세포독성 화학항암제는 현재도 많이 쓰이는 암 치료제다. 하지만 세포독성 화학항암제는 모낭세포와 골수세포 같이 암세포처럼 분열이 빠른 정상세포도 함께 공격한다. 암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고통받는 이유다.
항암제가 정상세포를 공격하지 않으면, 암 환자의 치료 고통을 줄일 수 있을까? 기업은 답을 찾기 위해 더 좋은 항암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온 항암제가 표적항암제다. 표적항암제는 ‘미사일’처럼 암세포의 단백질 일부만 찾아 공격한다.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내기 때문에 세포독성 화학항암제를 투여했을 때보다 부작용이 적다. 하지만 표적항암제도 완벽한 치료제는 아니다. 정상세포에도 암세포와 같은 단백질이 있을 수 있고, 암세포가 진화하면 내성이 생겨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면역항암제는 세포독성 화학항암제와 표적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치료제다. 암세포는 사람의 면역체계를 교란해 성장하는데,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강화해 암세포를 잘 인식한 뒤 공격하게 유도한다. 면역항암제도 부작용이 없는 완벽한 항암제는 아니지만, 환자 특성과 잘 맞는다면 치료 효과가 좋고 유지 기간이 길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도 면역항암제의 일종인 면역관문억제제다.
CAR-T세포치료제가 암 유발? 기업 ‘혼란’
면역항암제는 의료현장에서도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릴 획기적인 치료제로 여겨진다. 면역항암제의 하나인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T세포치료제는 ‘기적의 항암제’로도 불린다. CAR-T세포치료제는 환자의 면역세포 중 T세포에 암세포를 찾아내는 물질인 CAR을 장착한 것이다. 세포독성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 등은 외부 물질을 환자의 몸에 넣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지만, CAR-T세포치료제는 환자의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암 치료 효과는 높이고 정상세포의 손상은 줄일 수 있다.
시장에도 이미 몇몇 치료제가 나와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CAR-T세포치료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와 테카투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브레얀지와 아베크마, 얀센의 카빅티가 있다. 이 중 킴리아와 예스카타, 테카투스, 브레얀지는 암세포 표면의 CD19 단백질을, 아베크마와 카빅티는 B세포 성숙 항원(BCMA)을 찾아낸다. 가장 먼저 승인된 CAR-T세포치료제는 킴리아다. CAR-T세포치료제는 높은 치료 비용이 장벽으로 꼽히는데, 킴리아의 투여 비용은 건강보험을 적용받아도 4억원에 달한다.
CAR-T세포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최근 이들 기업을 주춤하게 만든 사건도 발생했다. FDA가 CAR-T세포치료제 투여 환자들에게서 암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다. FDA가 CAR-T세포치료제의 안전성을 조사한 이유는 지난해 11월 CAR-T세포치료제를 투여한 환자가 부작용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FDA는 CAR-T세포치료제를 투여한 미국 환자 2만7000명을 조사했고, 이 중 22명에게서 T세포 악성종양이 발생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 투여한 항암제가 다시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후 FDA는 기업이 자사의 CAR-T세포치료제에 “CD19와 BCMA를 표적하는 유전자 변형 자가 T세포 면역요법으로 치료한 뒤 T세포 악성종양이 발생했다”는 경고문구를 삽입하도록 했다. CAR-T세포치료제를 쓸 수 있는 질병을 확대해달라고 신청한 기업들은 FDA의 조사 기간 오래 기다려야 하기도 했다. FDA가 CAR-T세포치료제의 안전성 문제를 가볍게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통상 환자가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약물이 CAR-T세포치료제인 점을 고려했을 때 FDA의 조치의 여파가 대단하진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새로운 약물이 승인되거나 기존 치료제가 사용 범위를 확장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FDA의 이번 조치로 인해 CAR-T세포치료제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약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T세포 대신 다른 세포를 CAR에 붙여 암세포만 찾아내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CAR-자연살해(NK)세포치료제도 마찬가지다. CAR-NK세포치료제는 암세포에 세포독성을 갖는 NK세포에 암세포를 찾아내는 CAR을 붙인 것이다. CAR-T세포치로제와 달리 다른 사람의 NK세포를 활용할 수 있어, 치료 비용이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CAR과 M세포를 결합한 CAR-M세포치료제도 있다. M세포는 고형암 주변에서 잘 발견되는 대식세포다. CAR을 활용하는 기존의 치료제와 비교하면 연구개발(R&D) 단계가 초기이지만, CAR-T세포치료제의 한계를 넘을 치료제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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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암 발병률은 더 높아진다. 65세 이상인 암 환자의 수는 119만4156명으로 국민 7명 중 1명꼴이다. 암은 한국인만의 문제도 아니다. 국제암연구소가 2022년 발표한 암 발생률 추정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암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289.3명이지만, 국제협력기구(OECD) 평균인 300.9명보다 낮다. 암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전 세계 여러 나라의 고민인 셈이다.
화학항암제부터 면역항암제까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는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암 치료제 개발이 대표적이다. 암 치료제는 1세대인 세포독성 화학항암제부터 2세대인 표적항암제, 3세대인 면역항암제까지 다양하다. 특히 빠르게 분화하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세포독성 화학항암제는 현재도 많이 쓰이는 암 치료제다. 하지만 세포독성 화학항암제는 모낭세포와 골수세포 같이 암세포처럼 분열이 빠른 정상세포도 함께 공격한다. 암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고통받는 이유다.
항암제가 정상세포를 공격하지 않으면, 암 환자의 치료 고통을 줄일 수 있을까? 기업은 답을 찾기 위해 더 좋은 항암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온 항암제가 표적항암제다. 표적항암제는 ‘미사일’처럼 암세포의 단백질 일부만 찾아 공격한다.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내기 때문에 세포독성 화학항암제를 투여했을 때보다 부작용이 적다. 하지만 표적항암제도 완벽한 치료제는 아니다. 정상세포에도 암세포와 같은 단백질이 있을 수 있고, 암세포가 진화하면 내성이 생겨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면역항암제는 세포독성 화학항암제와 표적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치료제다. 암세포는 사람의 면역체계를 교란해 성장하는데,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강화해 암세포를 잘 인식한 뒤 공격하게 유도한다. 면역항암제도 부작용이 없는 완벽한 항암제는 아니지만, 환자 특성과 잘 맞는다면 치료 효과가 좋고 유지 기간이 길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도 면역항암제의 일종인 면역관문억제제다.
CAR-T세포치료제가 암 유발? 기업 ‘혼란’
면역항암제는 의료현장에서도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릴 획기적인 치료제로 여겨진다. 면역항암제의 하나인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T세포치료제는 ‘기적의 항암제’로도 불린다. CAR-T세포치료제는 환자의 면역세포 중 T세포에 암세포를 찾아내는 물질인 CAR을 장착한 것이다. 세포독성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 등은 외부 물질을 환자의 몸에 넣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지만, CAR-T세포치료제는 환자의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암 치료 효과는 높이고 정상세포의 손상은 줄일 수 있다.
시장에도 이미 몇몇 치료제가 나와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CAR-T세포치료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와 테카투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브레얀지와 아베크마, 얀센의 카빅티가 있다. 이 중 킴리아와 예스카타, 테카투스, 브레얀지는 암세포 표면의 CD19 단백질을, 아베크마와 카빅티는 B세포 성숙 항원(BCMA)을 찾아낸다. 가장 먼저 승인된 CAR-T세포치료제는 킴리아다. CAR-T세포치료제는 높은 치료 비용이 장벽으로 꼽히는데, 킴리아의 투여 비용은 건강보험을 적용받아도 4억원에 달한다.
CAR-T세포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최근 이들 기업을 주춤하게 만든 사건도 발생했다. FDA가 CAR-T세포치료제 투여 환자들에게서 암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다. FDA가 CAR-T세포치료제의 안전성을 조사한 이유는 지난해 11월 CAR-T세포치료제를 투여한 환자가 부작용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FDA는 CAR-T세포치료제를 투여한 미국 환자 2만7000명을 조사했고, 이 중 22명에게서 T세포 악성종양이 발생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 투여한 항암제가 다시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후 FDA는 기업이 자사의 CAR-T세포치료제에 “CD19와 BCMA를 표적하는 유전자 변형 자가 T세포 면역요법으로 치료한 뒤 T세포 악성종양이 발생했다”는 경고문구를 삽입하도록 했다. CAR-T세포치료제를 쓸 수 있는 질병을 확대해달라고 신청한 기업들은 FDA의 조사 기간 오래 기다려야 하기도 했다. FDA가 CAR-T세포치료제의 안전성 문제를 가볍게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통상 환자가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약물이 CAR-T세포치료제인 점을 고려했을 때 FDA의 조치의 여파가 대단하진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새로운 약물이 승인되거나 기존 치료제가 사용 범위를 확장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FDA의 이번 조치로 인해 CAR-T세포치료제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약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T세포 대신 다른 세포를 CAR에 붙여 암세포만 찾아내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CAR-자연살해(NK)세포치료제도 마찬가지다. CAR-NK세포치료제는 암세포에 세포독성을 갖는 NK세포에 암세포를 찾아내는 CAR을 붙인 것이다. CAR-T세포치로제와 달리 다른 사람의 NK세포를 활용할 수 있어, 치료 비용이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CAR과 M세포를 결합한 CAR-M세포치료제도 있다. M세포는 고형암 주변에서 잘 발견되는 대식세포다. CAR을 활용하는 기존의 치료제와 비교하면 연구개발(R&D) 단계가 초기이지만, CAR-T세포치료제의 한계를 넘을 치료제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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