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했다”[이코노 인터뷰]
주명규 세븐미어캣 대표
서울대 자율주행 주차장 테스트 업체로 세븐미어캣 선정
아파트 주변 상가 대상 커머스 서비스로 확대 중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거기가 뭐 하는 곳인데요”, “우리는 필요 없어요” 등 그는 지난 2~3년 동안 아파트 동대표나 부녀회장에게 잡상인 취급을 받았다. 아파트 주차장을 혁신할 수 있다는 신념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은 지난했다. 별의별 말을 다 들었지만, 허허실실 웃으면서 또 도전했다. 그렇게 3~4년 동안 기술 개발과 아파트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3월 기준 서울 삼성 타워팰리스·송도 더샵퍼스트파크·배곧신도시 SK뷰 등 전국 58개 아파트에서 모빌리티&라이프 플랫폼을 지향하는 세븐미어캣의 인공지능(AI) 주차관제 시스템을 채택했다. 2019년 4월 세븐미어캣을 창업한 주명규 대표는 “현재 우리 시스템 도입을 위해 이야기하는 아파트가 80여 곳이나 된다”면서 “모두 채택하면 우리가 주차 관리하는 차량이 20만 대 정도가 되기 때문에, 자동차 관련 비즈니스를 더욱 다양하게 할 수 있다”고 웃었다.
국내 상업용 시설의 주차장 사업 규모는 2조원대로 성장했지만, 아파트 주차장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주 대표는 “투자를 받기 위해 투자사 심사역을 만나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아파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라는 말이었다”고 회고했다. 아파트 공동체는 보수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종 및 차량 외관 데이터 인식 가능한 센서 기술력이 무기
세븐미어캣이 아파트 주차장을 타깃으로 한 이유가 궁금했다. 주 대표는 “자율주행과 전기차 시대가 오면 가장 먼저 변해야 할 공간이 아파트 주차장이라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그가 아파트 주차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도전한 것은 차량 번호를 인식하는 AI 엔진 개발이다. 이와 함께 차종 구분 및 차량 외부 오염도와 파손까지 차량의 외관 데이터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주 대표는 “차량 외관 데이터를 인식할 수 있다면 정비 및 세차 등 관련 사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차 여부를 구분한다면 늘어난 전기차로 벌어지는 주차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마트 주차 관제 시스템의 하드웨어는 주차장 사업을 하고 있던 친동생에게 맡겼다. 주 대표는 전문가와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달렸다. “창업 이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아파트 방문도 어려웠기 때문에 창업 초기에는 연구개발에만 집중했다. 만약에 포스텍홀딩스의 투자와 팁스(TIPS, 민관공동창업자발굴육성) 프로그램에 선정이 되지 않았다면 우린 망했을 것”이라며 주 대표는 웃었다.
매출 없이 기술 개발에만 2~3년을 투자하던 시간을 투자사는 기다려줬다. 포스텍홀딩스 외에도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D캠프 등이 세븐미어캣의 미래에 3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 주 대표는 “지난해 1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면서 본격적으로 비즈니스가 시작됐다”면서 “올해 사업 확장을 위해 30억원 정도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계획대로 세븐미어캣은 아파트 주차장과 입주민 커뮤니티를 여러모로 바꿨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세븐미어캣이 개발한 통합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입주민은 세븐미어캣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입주민과 관리사무소가 실시간으로 소통하게 됐다. 허위 방문 신고로 불법 주차를 한 차량은 입주민과 관리사무소가 서로 체크하면서 무단 주차 차량도 줄었다.
전기차 인식 센서 덕분에 충전 관련 분쟁 줄어
전기차 인식이 가능한 시스템 덕분에 충전 관련 분쟁도 확연히 줄었다. 충전 시설에 마련된 CCTV에 세븐미어캣이 개발한 인공지능 차량정보 인식 엔진(미어캣 킵고잉)만 부착하면 충전 공간에 전기차가 있는지 내연차가 있는지를 구분할 수 있다. 충전 공간에 전기차가 오래 머물고 있으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차량 주인에게 모바일 앱을 통해 이동을 권고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공간에 내연 차량이 주차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이동을 권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전기차 충전 공간 때문에 벌어진 입주민 사이의 분쟁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스마트 주차관제 시스템 덕분에 아파트 주차장을 이용하는 차량의 이동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 평소에 이동이 적은지,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나가 일요일에 들어오는 캠핑족은 누구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데이터가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됐다.
예를 들면 자동차보험사가 가장 선호하는 차량은 평소에 운행하지 않는 차량이다. 사고가 날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보험 회사가 세븐미어캣과 손잡고 자동차보험 판매를 시작한 이유다. 캠핑을 좋아해서 주말에 자주 나가는 차주에게 캠핑 관련 제품 할인 쿠폰 제공도 가능하다. 차량의 외관도 인식하므로 세차와 차량 수리 관련 업체 정보도 차주에게 알람으로 전달할 수 있다. 오래된 연식 차량도 파악할 수 있어서 중고차 판매도 테스트했다. 주 대표는 “중고차 판매를 희망하는 입주민들과 중고차 딜러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를 테스트했고,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월세차 및 전기차 충전 결제 등 다양한 모빌리티 편의 서비스로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븐미어캣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아파트 단지 상가까지 아우르고 있다. 아파트 단지 주변 상가는 아파트 입주민만을 위한 공동구매나 할인쿠폰 제공 등을 원한다. 세븐미어캣 모바일 앱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주 대표는 “아파트 입주민만을 위한 공동구매나 배달, 광고 등은 입주민과 주변 상가 모두 원하는 서비스였다”면서 “우리는 아파트 주차 관리 서비스를 넘어 아파트 커뮤니티의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주차장을 타깃으로 했던 비즈니스는 이제 차량 관리부터 아파트 단지 입주민을 위한 커뮤니티와 커머스 기능으로 확대된 것이다. 주 대표는 남들이 기회를 보지 못했던 아파트 주차장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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