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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한 스마트폰 시장에 ‘갤럭시 AI’ 왔다…세계 ‘판매량 8% 증가’ 의미 [수(數)크릿]

갤 S24 시리즈, 미국·서유럽 중심 판매 호조…‘스마트폰 왕좌’ 탈환 시동
‘대동소이’ 스마트폰, AI 새바람…‘시장 선점’ 삼성전자, 신규 수요 창출

수는 현상을 나타내는 가장 적합한 단어입니다. 유행·변화·상태·특성 등 다소 모호한 개념에도 숫자가 붙으면 명확해지곤 하죠. 의사결정권자들이 수치를 자주 들여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 역시 성과·전략 따위를 수의 단위로 얘기합니다. 수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고도화된 정보통신기술(ICT)을 만나 높은 정밀성은 물론 다양성도 갖춰가고 있습니다. 최근 나온 다양한 수치 중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꼽아 연재합니다. 수(數)에 감춰진 비밀(Secret), 매주 수요일 오전 뵙겠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 1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4’ 행사장. [사진 삼성전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전년 동기 전작 대비 세계 판매량 8% 증가.

‘세계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이란 타이틀을 달고 시장에 나온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시리즈 초기 성적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1월 28일부터 2월 17일까지 갤럭시 S24 시리즈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인데요.

판매량 8% 증가를 ‘소비자 반응이 좋다’ 정도로 해석해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업계에선 몇 가지 지점에서 이번 결과를 두고 “놀랍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는데요. 침체기에 완전히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모처럼 나온 ‘반등’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포화’ 스마트폰 시장…어려워진 수요 창출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한 뒤로 꾸준히 성장해 온 스마트폰 시장은 현재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시장조사기업 카날리스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1억4200만대 수준을 기록했죠. 이는 최근 11년 중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2022년에도 전년 대비 12% 감소한 11억9330만대로 집계됐는데, 2023년에는 시장이 이보다 더 위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 수요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냅니다.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연간 출하량이 14억대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활황이던 스마트폰 시장이 최근 둔화 기조를 보이는 배경으론 ▲글로벌 경기 위축 ▲교체 주기 장기화 등이 꼽히는데요.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신규 스마트폰을 살만한 수요 창출이 더욱 어려워졌단 의미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평균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역대 최장인 43개월 수준으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스마트폰 기능이 대동소이해지면서 신제품 출시 효과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합니다.
미국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4’ 행사장에서 현지 관람객이 갤럭시 S24 시리즈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을 마주한 셈인데요. 삼성전자 2023년 사업보고서 내 ‘주요 제품별 매출실적’에 따르면 회사가 스마트폰 사업 영역에서 벌어들인 돈은 108조6325억원에 달합니다. 전체 매출(258조9355억원)의 41.95%를 스마트폰이 담당했죠. 주력 사업 분야인 스마트폰 시장이 둔화 기조를 나타낸다는 건 ‘성장 동력 상실’을 의미하기에 회사 안팎에서 ‘위기론’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더욱이 2010년 이후로 줄곧 유지했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난해 애플에 내주기도 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스마트폰 2억3460만대(20.1%)를 출하했죠. 반면 삼성전자는 2억2660만대(19.4%)에 그쳤고요. 시장 자체가 침체기에 접어든 와중에 주도권까지 넘어갈 조짐을 보이자, 위기론에 더욱 힘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시장 침체? 주도권 상실?…“답은 AI”

삼성전자가 이 같은 상황에 내놓은 답은 AI인데요. AI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 반전’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대외에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습니다.

갤럭시 S24 시리즈 출시 전에도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편의 기능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유려한 문장을 써내는 AI와 대화하며 정보를 요약해 볼 수 있고, 창작에 도움을 받는 일도 가능해졌죠. 원하는 바를 입력하면 이에 맞는 그림도 그려주고, 번역 역시 자연스럽습니다. 이 같은 기능을 통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활발하고요.

삼성전자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이런 AI 편의 기능을 기기로 끌고 들어온다면, 침체한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충분히 유의미한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봤습니다. 서버 연결 없이 기기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인 ‘온 디바이스 AI’(On-Device AI)에 초점을 맞춰 신규 스마트폰 모델을 기획한 이유입니다. AI 기능을 탑재한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고, 이는 신규 수요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삼성전자와 구글이 함께 개발한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 기능의 사용 예시.  어느 화면에서나 동그라미를 그리기만 하면 쉽고 빠르게 검색을 시도할 수 있는 기능이다. [영상 구글]

삼성전자는 지난 1월 갤럭시 S24 시리즈를 공개하며 이 비전을 현실에 구현해 냈습니다. 애플보다 먼저 ‘AI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세계 최초란 타이틀도 확보했습니다. 선점 효과를 거머쥔 셈이죠. 다소 섣부르지만, 시장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지난해 애플에 내준 ‘스마트폰 왕좌’ 자리를 올해 다시 탈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벌써부터 내놓고 있습니다.

갤럭시 S24 시리즈엔 ▲서버 연결 없이도 13개 언어를 지원하는 ‘실시간 통역 통화’(AI Live Translate Call) ▲구글과 협업해 화면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곧장 정보가 튀어나오는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 복잡한 글을 요약·정리하는 ‘노트 어시스트’(Note Assist) ▲인터넷 페이지를 원하는 언어로 번역·요약해 주는 ‘브라우징 어시스트’(Browsing Assist) ▲AI 기반의 ‘생성형 배경 화면’ 기능 ▲사진 일부를 채워주거나 사물을 삭제·이동할 수 있는 ‘생성형 편집’(Generative Edit) ▲사진을 분석해 편집 도구를 추천하는 ‘편집 제안’(Edit Suggestion) 등 다양한 AI 기능이 탑재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를 묶어 ‘갤럭시 AI’로 소개했죠.
갤럭시 S24 시리즈에 탑재된 ‘실시간 통역’ 기능 설명. [영상 삼성전자]

숫자로 입증된 ‘갤럭시 AI 수요 창출’ 효과

갤럭시 AI는 시장 예상보다 높은 성능과 완성도를 보이는 동시에 사용자 친화적인 기능을 다수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이에 따라 갤럭시 AI가 스마트폰 전체 시장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카날리스는 갤럭시 S24 시리즈 출시 후 2024년 스마트폰 출하량 예상치를 당초 예상치보다 4% 증가한 약 11억7000만대로 제시하기도 했죠.

갤럭시 S24 시리즈 초기 판매 성과가 전작 대비 8% 높다는 이번 조사 결과에 그래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AI가 스마트폰의 새로운 수요 창출 수단이 되리라는 전망이 처음으로 숫자로 증명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조사에 앞서 ▲갤럭시 S24 시리즈의 국내 사전 판매 기록이 그간 출시된 어떤 모델보다 높은 성적을 올렸다는 점 ▲출시 28일 만에 국내 판매량 100만대 돌파하며 갤럭시 S 시리즈 중 최단기간 신기록을 써낸 점 등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결과가 발표되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조사 범위가 한국 시장으로 국한돼 있고, 삼성전자 발표라서 다소 한계가 있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이번 조사 범위는 세계 시장입니다. AI를 통한 스마트폰 수요 증가가 ‘삼성 안방이라 통했다’는 일각의 시선을 잠재울 수 있는 데이터인 셈이죠.
[자료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실제로 갤럭시 S24 시리즈는 최대 판매국인 미국을 비롯해 서유럽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유럽의 경우, 전작 대비 28%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측은 “영국·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 주요 국가에서 초기 예약 주문량이 상당히 높았던 영향으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시리즈 제품별 판매 실적에서도 AI 기능에 대한 소비자 수요 증가가 확인됐는데요. 3주간 누적 실적에서 갤럭시 S24 플러스 비중은 21%로 나타났습니다. 전작 대비로는 53% 증가한 수치죠.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측은 이에 대해 “갤럭시 S24 시리즈에 처음 소개된 생성형 AI 기능이 주원인으로 보인다”며 “생성형 AI 활용을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D램 용량이 필요하다. S24 플러스 모델의 경우 최저 사양 모델의 D램 용량이 전작의 8GB에서 12GB로 늘어났다. 생성형 AI를 사용해 보고 싶은 사용자들의 수요가 플러스로 몰렸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정량 집계뿐 아니라 정성 평가에서도 갤럭시 S24 시리즈의 높은 인기가 확인됐는데요. 소비자 리뷰 데이터 분석업체 퍼펙트렉 조사에서 10명 중 9명이 이 모델에 최고점(기본 91%, 플러스 84%, 울트라 88%)을 부여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갤럭시가 아이폰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죠. 아이폰 15 시리즈의 고객 만족도 만점 비율은 74~77% 수준에 그쳤습니다.

확산하는 ‘온 디바이스 AI’…선점 효과 ‘뚜렷’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낸 ‘온 디바이스 AI 전략’을 가전·PC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갤럭시 S24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AI 기능을 탑재한 노트북 ‘갤럭시 북4 시리즈’가 대표적인데요. 이 제품은 출시 9주 만에 국내 판매 10만대를 돌파할 정도로 순항 중입니다. 이는 전작인 ‘갤럭시 북3 시리즈’ 대비 6주 정도 빠른 속도죠. 삼성전자 측은 “갤럭시 북4 시리즈의 초반 흥행 돌풍은 강력한 AI 퍼포먼스의 최신 프로세서와 뛰어난 사용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습니다.

삼성전자가 포문을 연 ‘AI 스마트폰’ 시장에 애플은 물론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주요 제조사가 참전할 움직임을 보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는 이에 따라 AI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대폭 커지리라 전망했습니다. 또 삼성전자가 이 시장을 82% 점유할 수 있다고 내다봤죠.
‘갤럭시 북4 시리즈’ 제품 이미지.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갤럭시 AI’를 통해 만든 새로운 시장 수요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요? 분명한 건 갤럭시 AI의 기능은 고도화될 일만 남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온 디바이스 AI’ 기기인 갤럭시 S24 시리즈와 갤럭시 북4 시리즈의 인기가 수치로 확인된 건 아직 초반 성적에 한정됩니다. 삼성전자의 장밋빛 미래도 전망일 뿐이죠. 다만 삼성전자가 침체한 스마트 기기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추진한 전략이 일단은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 주도권을 지속할 수만 있다면 삼성전자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룰 수 있는 구조죠.

강민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생성형 AI가 시장 화두가 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들이 AI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스마트폰의 다음 세대 혁신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의 향후 혁신 방향은 이런 AI를 다수의 삼성 기기에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갤럭시 S24 시리즈의 초기 판매호조는 향후 삼성 방향성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겠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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