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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을 어떻게 믿고?’...알리 신선식품 전략 통할까

[‘알리’ 세력 확장] ②
알리 신선식품 판매 개시
직접 배송 아닌 셀러 자체 배송으로 기간 단축

알리익스프레스 광고 출연 중인 배우 마동석. [사진 알리익스프레스 유튜브 영상 캡처]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국내에서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계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신선식품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다만 다른 제품군과 비교해 신뢰가 중요한 식품군 특성상 알리가 카테고리 확장 및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알리가 값싼 공산품을 내세워 ‘초저가’ 전략으로 승부하면서 현재까지도 가품 판매 등 논란을 빚고 있어서다. 물론 알리에서 판매되는 신선식품은 모두 한국산이지만 알리의 중국산 판매 이미지 때문에 여전히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또한 새벽배송에 익숙해진 국내 소비자들이 배송 기간만 2일 이상 소요되는 알리의 신선식품을 선택할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선식품 초저가 물량 공세 배경은

22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지난해 10월 애플리케이션(앱) 내 한국산 제품 전용 판매 공간 ‘K베뉴’를 개설하며 딸기, 귤 등 일부 과일과 수산물, 육류 등을 팔기 시작했다. 그동안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팔던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입점 업체(셀러)가 알리의 중개상을 통해 신선식품, 공산품 등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오픈마켓’ 형식이다.

특히 알리는 K베뉴에서 지난 18일부터 1000억원 상당의 쇼핑 보조금을 지원하는 ‘1000억 페스타’를 진행했다. 첫날 진행된 타임세일에서는 계란·바나나·망고·딸기·한우 등의 신선식품이 단돈 1000원에 판매돼 전 상품이 10초 만에 매진됐다. 남은 기간 동안 진행되는 타임 세일에서는 신선식품 외에도 CJ의 알리반점 세트 및 햇반·수세미 물티슈·생리대 등이 최저 1000원에서 1만7950원 사이 가격에 판매될 예정이다. 생활용품에 이어 신선식품까지 판매 영역을 전방위로 키워가는 모습이다. 

알리는 신선식품 판매의 경우 배송 서비스를 K베뉴 입점 업체들에게 맡겼다. 셀러가 자체 배송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2~3일 내 배송이 완료된다. 향후 알리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물류를 효율화하고, 입점 셀러 수를 늘려 매입 단가를 낮출 경우 배송기간을 1~2일 이내로 단축할 수도 있다.

다만 기존보다 배송 기간이 짧아졌어도 쿠팡의 ‘로켓프레시’처럼 새벽 배송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알리의 최우선 과제는 소비자들의 구매 선택권 확대를 위해 입점사를 늘리는 것이다. 이에 알리는 더 많은 셀러를 끌어모으기 위해 입점 수수료 및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 중 입점 수수료를 안 받는 경우는 있지만 알리는 아예 거래 수수료까지 무료다. 중소 셀러 입장에서는 알리에 입점해 손해볼 게 없는 상황이다.

알리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파트너사와 함께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 우선 과제가 해결되면 가격 및 배송 경쟁력이 확보돼 소비자 제공 서비스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사 입장에서 알리는 입점 수수료가 없고 많은 소비자를 확보한 플랫폼이라 입점에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풀어야 할 숙제는

이커머스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알리가 안정적인 물류 프로세스 및 고객 시스템 등을 갖출 경우 더 위협적인 경쟁상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앱 시장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종합몰 애플리케이션(앱) 사용 순위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이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쿠팡(3010만명)에 이어 2위를 기록할 만큼 이미 영향력이 커진 상태다.

국내 이커머스는 본격적인 알리 견제에 나선 분위기다. G마켓은 지난달부터 익일 배송 서비스인 ‘스마일 배송’에 신선 상품을 추가했으며, 롯데온은 최근 일부 상품 판매자에 대한 수수료를 9%에서 5%로 내렸다. 11번가는 첫 입점 판매자에 대한 판매 수수료 인하하는 등 신규 판매자 초기 정착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앱 내 고객 서비스 업그레이드 공지 롤링 배너. [사진 알리익스프레스]

다만 알리의 식품 사업이 초기 단계인 만큼 불확실성은 풀어야 할 과제다. 입점부터 배송 이후 서비스까지 가이드라인이 아직 부재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교환·환불 등 서비스 ▲식품의 신선도 유지 등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국내 물류망 구축 여부가 알리의 신선식품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알리가 냉장·냉동을 기본으로 한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배송, 품질 등에서 신선식품 시장 선두기업인 쿠팡, 컬리 등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현재 알리는 국내 물류센터 구축을 계획 중이나 막대한 비용이 드는 콜드체인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알리 관계자는 “K베뉴에 입점한 신선식품은 셀러가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이라며 “당장은 직접 배송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며 나중에 물류센터를 짓게 되면 콜드체인도 갖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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