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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小人)보다 우인(愚人)이 낫다[전형일의 세상만사]

사마광 “군자는 재주로 선행, 소인은 재주로 악행”
삼국지 주인공, 왜 조조 아닌 유비일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전형일 칼럼니스트] 중국 북송(北宋) 때의 정치가이자 학자인 사마광(司馬光)은 사람을 네 유형으로 나눴다.

사마광은 어려서부터 서당에서 배운 것을 똑같이 강의할 정도로 천재 소리를 듣고 자랐다. 그가 어릴 때 동네 아이들과 놀다가 한 아이가 물이 가득 찬 큰 항아리에 빠졌다. 깊은 항아리에 빠진 아이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아이들은 어른들을 부르러 뛰어가거나 놀래서 우느라 정신없었다. 어른들도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을 때 사마광이 항아리를 향해 큰 돌을 던졌다. 항아리가 깨지면서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아이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여기서 ‘항아리를 깨 아이를 구하다’는 고사성어 ‘격옹구아’(擊甕求兒)가 나왔다. 

약관의 나이에 관리가 된 사마광은 검소하고 청렴한 생활로 네 명의 황제로부터 총애를 받았다.

그는 황제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제왕학의 교과서로 알려진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저술했다. 편년체(編年體)로 편찬된 이 책은 완성하기까지 19년이 걸렸다.

그는 이 책 ‘재덕론’(才德論)에서 사람을 “재덕(才德)을 겸비한 성인(聖人), 제주는 없으나 덕이 있는 군자(君子), 덕은 없고 재주만 있는 소인(小人), 재주도 덕도 없는 어리석은 자(愚人)”로 구분했다.

사마광에 따르면 사람을 쓰거나 뽑을 때 성인이나 군자가 최선이나 그렇지 못할 경우 ‘소인보다는 우인을 쓰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자는 재주로 선행하고 소인은 재주로 악행을 저지른다. 재주로 선행을 하면 선행이 이르지 않는 곳이 없고, 재주로 악행을 저지르면 악행이 이르지 않는 곳이 없다. 하지만 우인은 비록 악행을 저지르려 해도 머리가 둔하고 역량이 부족해 할 수가 없다. 이는 강아지가 물려고 해도 주인이 이를 능히 제압할 수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또 “소인은 지모가 간사한 짓을 하기에 충분하고 용기도 포악한 짓을 하기에 충분하다. 이는 호랑이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짓”이라며 “예로부터 나라의 난신(亂臣)이나 집안의 패자(敗子)의 경우 재주는 남는 바가 있으나 덕이 부족한 사람이다. 이들 가운데 나라와 집안을 뒤엎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소인에 의한 폐해가 얼마나 크면 오히려 무재무덕(無才無德)한 우인(愚人)을 뽑으라 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다.

좌구명(左丘明)의 역사서 ‘국어’(國語)에는 진(晉)나라의 유력 가문의 수장 지요(智謠)의 일화가 있다. 그는 ‘많은 장점이 있으나 포용력이 부족해 각박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주변에서 ‘그는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지요는 결국 권력을 계승하고 탁월한 능력으로 세력을 키워 주변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지요의 잔인함에 나머지 가문들이 연합함으로써 결국 지씨 일족은 멸망했다.

사마광은 이에 대해 “지요의 멸망은 재주만 많고 덕이 부족했기 때문(才勝德)”이라고 분석했다.

순자(荀子) 역시 “군자는 자기에게 능력이 있을 때는 남을 너그럽게 용납하고 능력이 없을 때는 그 힘을 아껴 남을 섬기는 일에 쓰는 데 반해, 소인배들은 자기에게 능력이 있을 때는 오만방자해 함부로 남을 무시하고, 반대로 능력이 없을 때는 괜스레 남을 시기, 질투, 원망해 사태를 나쁜 방향으로만 몰아간다”고 지적했다.

공자(孔子) 또한 ‘천재불용’(天才不用)이라 했다. 덕이 없이 머리만 좋은 사람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삼국지의 조조(曹操)는 무엇보다 재능을 우선시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처참했다. 인재에 욕심이 많았던 조조는 몇 차례 ‘구현령’(求賢令)을 내려 천하의 인재를 모았다. ‘유재시거’(唯才是擧)로 도덕성이 없어도 오직 능력 우선의 인사 원칙이다. 이후 조조의 왕조는 능력만 보고 발탁한 사마의(司馬懿)의 후손에 의해 사라졌다.

절대적·우선적 가치 지닌 덕(德) 

이러한 사례는 예나 지금이나 무수히 많다. 오히려 다변화된 현대 시대에 들어서는 더욱 다양한 소인들이 출현하고 있다.

법조인이 법을 어기고, 부하를 잃은 장수가 재상에 오르고, 사회적 참사가 나도 책임지는 위정자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실형을 받거나 교도소에 수감 된 사람도 정당을 만든다. 도덕과 윤리는 실종되고 양심은 저버린 ‘소인 천하’가 도래했다.

덕(德)은 사전적으로 ‘도덕적, 윤리적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인격적 능력’을 말한다. 재승박덕한 사람들은 권력에 기대는 것을 좋아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들은 한때 빛을 보지만 결국은 남을 해치고 자신도 망친다. 덕이 부족한 사람들의 마지막이 어떤지는 익히 알려져 있다. 

사마광은 ‘덕은 재주를 통솔하고 재주는 덕을 보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덕의 의미는 시대와 분야를 떠나 여전히 절대적이고 우선적인 가치를 갖는다.

삼국지의 주인공이 조조에 비해 용맹도 지략도 부족하지만, 포용력이 크고 덕이 많았던 유비(劉備)인 것도 덕이 우위라는 당위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성인과 군자가 남들 앞에 나설 리 없다. 나대는 소인들은 늘 재주만 뽐낸다. 그나마 덕이 있다는 소리는 안 해서 다행이다. 우인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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