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인도 증시의 인상적인 상승세… 투자 주의 사항은 [스페셜리스트뷰]
한국 개인들 2023년부터 일본, 인도 주식 투자 늘려
미국 비해 정보 비대칭성 커…ETF 편입으로 전체 증시 편입 노려 보는 것도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글로벌리서치 팀장] 우리나라 투자자는 공격적이다. 이러한 특징은 장기적인 투자 수익률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와 인버스 사랑은 외신도 주목할 정도다. 레버리지 또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는 사고파는 시기를 정확히 맞추지 못하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개인의 자산 형성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거래 대금 기준으로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로 높다. 상장 ETF 숫자 기준으로도 미국의 2배가 넘는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테슬라 1.5배 레버리지 ETF인 TSLL을 35% 보유하고 있다. 주식뿐만 아니라 미국의 장기 채권 3배 레버리지 ETF인 TMF를 27%나 가지고 있다. 2023년에 미국 상장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를 23억 달러 매수했다. 이는 지난 2022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 과정을 거치면서 급증한 신용융자잔고 움직임도 배경이 유사하다.
우리나라 투자자는 스마트하다.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 올 들어 일본과 인도의 주가가 급등했다는 뉴스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개인들은 이미 2023년부터 일본과 인도 주식 투자를 늘려왔다. 2022년에는 일본 주식을 2400만 달러(약 327억원) 순매도했으나, 2023년에는 6억3000만 달러(약 8593억원)를 순매수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4년이 3분의 1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일본 주식 순매수 금액은 3억 달러에 육박한다.
인도는 직접 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ETF 자금 유출입 현황을 통해 우리나라 투자자의 인도 증시에 대한 관심을 파악해볼 수 있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인도 ETF의 순자산 총액은 6000억원을 돌파했다. 2023년 4월에 운용을 시작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은 1년도 되지 않아 규모가 2000억원을 넘겼다. 일본·인도가 좋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기 전부터 국내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두 나라의 주식 시장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일본과 인도 얼마나 올랐나
두 나라의 주가 상승률에 대해 알아볼 때 반드시 염두에 둘 점이 있다. 미디어에서 주로 사용하는 수익률은 일본과 인도의 현지 통화인 엔과 루피 기준이다. 우리에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원화로 환산한 수치다. 원달러와 엔달러, 루피달러 환율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터키 주식 시장(MSCI 기준)이 환율 효과도 원화 수익률을 악화시킨 대표적인 경우다. 리라로는 2014~2023년에 연평균 23% 상승했지만, 원으로 바꾸면 -3%로 변한다. 같은 기간 리라의 가치가 90% 이상 절하됐기 때문이다. 현지 통화로 돈을 벌어도 원화로는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은 꼭 유념해야 한다
세계 증시는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 2020년의 회복에 이은 2021년의 강세, 2022년의 부진을 거쳐 2023년부터 재차 반등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강세장과 약세장을 모두 겪었다. 같은 기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완화 이후 긴축이라는 통화 정책의 한 사이클을 마무리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의 지역별 주가 수익률을 비교할 가치가 있는 이유다.2020년부터 세계 주식 시장은 달러 기준으로 39%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62% 상승했다. 중국의 CSI 300은 15% 하락해 가장 부진했다. 일본과 인도는 모두 상승했는데, 전체 시장 대비 우월한 수익률을 기록한 국가는 인도였다. 일본은 24% 오르는데
그친 반면, 인도는 51% 급등했다. 우리 증시가 주요 지역 중 중국 다음으로 부진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두 나라 모두 양호한 성과를 냈다.
전대미문의 전염병 위기를 겪었던 2020년에는 39% 올랐던 코스피가 가장 강건한 시장이었다. 중국이 36%로 2번째로 셌다. 일본, 미국이 뒤를 이었고 인도가 마지막이었다.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늘었던 기간에는 변동성이 크고 경기에 민감한 지역의 상대수익률이 좋았다. 언택트(Untact·비대면)가 하나의 테마로 자리잡으면서 본격적인 상승기에 진입한 2021년에는 혁신을 위한 토양이 잘 갖춰져 있는 미국과 인도가 1·2위를 차지했다. 동북아 3국인 한국·중국·일본은 오히려 하락했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경직된 사회 구조가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연준의 긴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2년에는 시장이 하락했다. 인도의 내림폭이 가장 작았고, 한국이 최악의 성과를 기록했다. 주가 오름세가 재개된 2023년에는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플러스 수익률을 냈는데, 전체적으로 성과는 유사했다. 2021년부터 미국과 인도가 특히 우월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언택트에 이은 인공지능(AI) 기대감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국가로 자금이 몰렸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은 2023년 이후 수익률이 양호하다. 일본은 주요 국가들이 돈줄을 죄는 상황에서 완화적인 정책을 썼다. 또 2012년 말에 아베가 집권한 이후 추진된 아베노믹스의 주식 시장 가치 증대 방안이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AI와 관련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종에서 최고 수준의 기업이 일본 증시에 다수 포진하고 있는 것도 주가가 올라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인도 증시 강세 요인
필자는 9년 가까이 유럽계 증권사에서 한국과 일본의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인도의 명문대학을 나온 애널리스트 동료가 있었다. 관련도가 높은 업종을 담당했기에 같이 이야기할 일이 많았다.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참신한 생각을 들으면서 놀랐던 일이 왕왕 있었다. 인도의 교육이 창의적인 사고를 고양하는 측면이 많다고 생각했다. ‘더이코노믹타임스’는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에서 최고경영자로 일하고 있는 21명의 자국인을 조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어도비, IBM, 마이크론, 스타벅스, 허니웰 등 굴지의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샤넬, 노바티스 같은 유럽 회사도 포함돼 있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된 인도는 출산율도 높다. 2020년 기준으로 가임 여성 1명당 2명이 넘는다. 중위 연령이 28세에 불과한 젊음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 늘어나기까지 하는 인도의 인구 구조는 경제와 주식 시장에 이점을 제공한다. 경제활동참가율까지 낮기 때문에 향후 10년 동안 9700만명이 새롭게 노동 인구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학적 이점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내수 및 기업 투자를 촉진한다. 인도 증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인구 구조의 장점을 가장 중시하기도 한다.
모디가 총리로 취임한 이후 정부 개입을 줄이고 시장 경제를 지지하는 정책을 추진한 것도 인도 증시의 강세에 기여했다. 인도 정부는 사업 편의성 향상, 외국인 투자 유치, 자본 시장 발전 촉진을 목표로 다양한 구조 개혁에 나섰다. 상품서비스세(GST), 지급불능 및 파산법(IBC), 외국인직접투자(FDI) 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투자자 신뢰를 강화해 주식시장 오름세에 도움이 됐다. 상품서비스세 개혁은 역사상 가장 큰 조세 개혁으로 평가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된 2016년 8월 3일에 인도 재무부 장관은 GST법 시행으로 1~2%포인트(p)의 추가적인 경제 성장이 기대된다고 발표했다.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와 증가하는 IT 업종 비중을 특징으로 하는 인도의 기업 부문은 증시 강세의 또 다른 원동력이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및 핀테크 등의 디지털 서비스 확산으로 인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IT 관련 혁신 기업은 완연한 성장세를 보였다. 빠르게 확장되는 인도의 디지털 경제와 함께 가려는 국내외 투자자가 증시에 유입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에 부응해 금융 제도 개선 및 교육에 중점을 두고 투자자 기반을 확장하고 주식 시장 참여를 늘렸다. 디지털 결제 촉진 등은 증시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해 더 많은 개인 투자자가 펀드, ETF 및 개별 주식을 매수해 증시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
주식 시장의 강세를 유도했던 다양한 정책은 인도 기업의 실적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인도 기업의 주당순이익은 연평균 15% 증가했다. 이는 S&P 500의 1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와 중국은 각각 3%, 5% 감소했고, 일본은 9% 늘었다. 세계 증
시의 연평균 주당순이익 증가율은 13%였다. 같은 기간 시장 대비 우수한 이익 성장률을 보여준 국가가 미국과 인도였던 셈이다.
일본 증시 상승 이유
2023년 이후 나타난 일본 주식 시장의 강세를 정책 효과로만 설명하고, 이것이 최근의 일이라는 주장은 오해에 가깝다. 2012년 12월에 집권한 아베 총리는 대담한 통화정책, 기동적 재정정책 그리고 거시적 구조개혁이라는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였다. 거시적 구조개혁에 주주권 강화를 통한 증시 리레이팅이라는 목표가 포함됐다. 엔화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을 용인한 제로 금리와 확장적 재정 정책이 10년 동안 추구한 주주 가치 제고 노력과 맞물리면서 주가가 올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일본 정부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주식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왔다. 기업지배구조 개혁, 규제완화, 외국인 투자 유치 노력 등은 시장 투명성, 효율성 및 증시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 정책과 ETF 매입은 시장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산업 구조는 한국과 공통점이 많다. 세계에서 이 두 나라를 제외하면, 중후장대부터 첨단제조까지 모두 가능한 나라가 없다. 미국은 중후장대가, 중국은 첨단이 약하다. 자동차, 반도체 및 이차전지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나라도 현재로서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여기에 일본은 준기축통화국으로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주식 시장의 기반이 더욱 견고하다. 국내외 투자자들 입장에서 동북아 증시 중 유일하게 선진국으로 편입돼 있다는 점도 편안함을 준다.
일본의 상품 및 서비스 수지는 2022년부터 적자로 전환됐다. 수출 증가율은 제한적인 반면 높아진 에너지 가격으로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 부채도 막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금융 시장은 평온하다. 외생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일본의 경제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것은 막대한 소득수지 흑자다. 잘 나갈 때 해외의 우량 자산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둔 덕분이다. 일본의 순대외투자자산은 5000조원에 육박한다.
일본 증시는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 등의 자연재해, 잃어버린 30년으로 대표되는 경기 침체와 같은 도전에 직면해 회복력과 적응성을 보여줬다. 느리지만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제도와 인프라는 시장 효율성·투명성 및 신뢰를 향상시켜왔다. 포트폴리오의 장기적인 가치와 낮은 변동성을 추구하
는 투자자들의 일본 증시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 이유다.
미-중 무역분쟁 수혜는 공통점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일본과 인도의 주식 시장이 중국의 대안으로 간주됐다. 인도는 국경 분쟁 등의 역사적 긴장으로 중국과 항상 불편한 관계였지만, 미국의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따르지도 않았다. 전쟁에 대한 제재로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로의 원유 수출이 어려워졌을 때 러시아의 숨통을 틔워준 나라가 인도다. 2023년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규모는 하루에 190만 배럴로 중국의 230만 배럴에 육박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과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시장 변동성을 초래해 세계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내수 비중이 높긴 하지만, 일본과 인도 모두 무역의 변화와 공급망 문제에 따른 물가 상승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중국에서 벗어나 제조 기지를 다각화하려고 하고 있어 공급망 변화가 촉발됐다. 이러한 추세는 일본과 인도에 기회로 작용했다.
미국이 중국의 AI 관련 반도체 개발을 막기 위해 규제에 나서면서, 중국은 구형 반도체에서 먼저 독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일본이 그 수혜를 보고 있으며 전력 반도체 등의 수요가 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 일렉트론은 중국이 필요한 반도체의 20% 정도만 자급자족하기 때문에 중국의 관련 장비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반도체 장비 회사의 매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다. 1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뛴 셈이다.
인도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 따른 생산 기지 다변화 관점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애플의 위탁 생산 업체인 홍하이과기집단(FOXCONN)은 인도 내 아이폰 공장 인력을 1만7000만 명에서 7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고용 인원이 20만 명에 이
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이 넘는 수치다. 인도 정부는 중국에서 인도로 넘어오는 생산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금을 깎아주기로 하며, 미-중 갈등을 이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제3세계를 이끄는 역할을 원하는 인도의 외교 정책을 고려하면 이른 미래에 미국과의 급격한 관계 개선을 추구할 가능성은 낮다. 인도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채)에는 참여하고 있지만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은 체결하지 않고 있다. 한국, 아세안 7개국, 일본 및 호주와는 FTA를 체결하고 있다는 사실과 대비된다.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던 러시아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인도가 제조업 성장에 따른 도시화율 상승을 목표로 한다면 생산 기지로의 역할이 확대될 확률은 있다.
다양한 지역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을 낮추는 일이다. 지역 배분을 통해 각국의 고유한 정치·경제 및 통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지리적 분산 투자 관점에서 일본과 인도에 적절한 비중을 가져가는 것은 충분히 권할만하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기준으로 전체 주식 시장에서 일본과 인도는 각각 약 5.6%와 1.8%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외 미국 63%, 중국 2.6%, 한국 1.3% 수준이다.
미국에 비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일본이나 인도의 개별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 보다는 ETF를 편입해서 전체 증시에 대한 노출을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인도 주식 투자 전략과 주의사항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 이상으로 업종과 종목까지 확장해 적극적으로 일본이나 인도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라면, 현지 통화 가치 변화까지 감안한 원화 기준 수익률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데이터가 확인되는 1979년 이후 인도의 센섹스(SENSEX)는 600배나 올랐다. 연평균 15%의 수익
률로 S&P 500의 9%, 나스닥의 11%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런데 달러로 보면 다르다. 58배 상승했고, 연평균 9% 오르는 데 그쳤다. 신흥국 증시의 변동성이 선진국에 비해 더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S&P 500 수준의 성과로는 인도 증시를 구조적인 관점에서 비중을 늘리기엔 충분하지 않다. 달러당
루피 환율이 같은 기간 8에서 83까지 절하됐기 때문이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전에는 엔과 일본 증시의 상관 관계가 명확하지 않았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통화 가치가 절상되던 기간에는 오히려 니케이 지수가 폭등하며 세계 최대의 주식 시장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아베노믹스를 거치면서 엔화 가치와 일본 증시가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니케이는 엔화 기준으로 260% 올랐다. 달러로는 120%에 불과하다. 2023~2024년 달러 수익률은 엔 대비 -19%p다
일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늘고 통화 가치가 세지면 주식 수익률이 빠르게 개선된다. 2008년 전까지 엔과 유로가 안전 통화로 간주되고, 유럽과 일본 증시가 미국 대비 성과가 좋았던 이유다. 엔과 마르크와는 다르게, 위안과 루피는 미국과의 경제 규모 격차 추이와 무관하게 움직였다. 구조적 상품 수지 적자에 시달리는 인도의 통화 가치 하락은 자연스럽다. 코로나 여파로 유가가 크게 하락했던 2020년에도 인도의 상품 수지는 954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을 제외하면 경상 수지도 매년 적자였다.
수출 주도인 중국은 다르다. 과거 10년 동안 매년 경상 수지 흑자를 냈다. 서비스 수지는 적자지만, 상품 수지 흑자가 막대하다. 외환보유고까지 감안하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약하게 유지한다는 미국의 의심을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GDP와 국방비 비중 기준으로 미국과의 격차가 다시 벌어지기 시작한 중국이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는 미국의 요구는 금융 개방이다. 금융 시장을 열면 플라자 합의 이후에 엔이 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이 몰려든 일본의 모습을 중국에서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 증시 투자를 고려한다면 지속적으로 절하되는 루피 가치뿐만 아니라 직접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제약도 고려해야 한다. 수수료가 비싼 펀드나 미국에 상장된 ETF 또는 주식예탁증서(DR)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를 원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직접 투자는 중국보다도 어렵다. 외국인은 FPI(Foreign Portfolio Investment)를 취득해야 하며, 3년마다 등록비를 납부해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FPI는 우선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Board of India·SEBI)에 10종류 내외의 서류를 내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후 영구 계좌 번호(Permanent Account Number·PAN)를 발급받은 뒤, 현지 세무 대리인을 지정해 등록해야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겠다고 굳은 다짐을 해도, 저효율로 악명 높은 인도의 공공 서비스라는 또 다른 난관을 이겨내야 한다. 개별 주식 투자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인도에는 지역 배분 차원에서 수동적(Passive)으로 투자하는 것이 적절하다. 인도 경제 및 기업에 대해 시간을 들여 연구해 돈을 벌겠다는 것은 노력 대비 효과가 낮다.
한상희 연구원은_한화투자증권 글로벌리서치팀 팀장이다.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를 졸업했다. 2004년 동원증권에 입사해 구조화채권 팀에서 일을 시작했다. 2007년 CFA 자격을 취득하며 애널리스트가 됐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도이치뱅크에서 헬스케어, 아시아 산업재 및 유틸리티 등을 담당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해외주식에 눈을 떠 한화투자증권까지 이어졌다. STEPS(한화투자증권), KBS, 연합뉴스경제TV, 삼프로TV 등을 통해 다양한 투자자에게 투자 원칙을 알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국민이주㈜, 시중 4대 은행 협력으로 릴레이 미국이민 프로그램 미국투자이민 세미나 개최
2“아름다운 겨울 만끽”…홀리데이 시즌 기념 ’샤넬 윈터 테일 홀리데이 아이스링크’ 오픈
3신한은행, 강남구와 ‘땡겨요’ 업무협약 체결
4"거액 치료비 선납했는데 의료기관 폐업"…소비자 주의 요구
5“환율 1300원에 환전해줘” 토스뱅크 외화통장, 신규 기능 추가
6신한금융, AI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 성료…대상 3개팀 선정
7업비트, 보이스피싱 피해자 380여명에 85억원 환급
8DGB금융, 경영관리·인사 부서장에 외부 인재 영입…인력구조 혁신
9트럼프, '게이츠 사퇴' 법무장관에 검사 출신 팸 본디 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