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와 혁신 그 사이…‘무인 마트’ 축소하는 아마존, 대안은? [한세희 테크&라이프]
아마존, 저스트 워크 아웃 대신 ‘대시 카트’에 초점
기술로 오프라인 확장 노렸지만…‘아마존 효과’ 미미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장보기의 미래’로 주목받던 아마존의 무인 쇼핑 및 결제 기술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이 퇴출 수순에 들어간다. 대신 쇼핑 카트에 스마트 기능을 더한 ‘대시 카트’(Dash Cart)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
저스트 워크 아웃은 ‘아마존 고’(Amazon Go) 등 아마존의 오프라인 매장에 쓰이는 무인 자동화 기술이다. 저스트 워크 아웃이라는 이름 그대로 매장에 들어가 원하는 물건을 고른 후 계산대 앞에 줄 설 필요 없이 그대로 들고나오면 자동으로 계산과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계산대도, 대기 줄도, 계산원도 없는 쇼핑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아마존은 카메라·각종 센서·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술 등을 동원했다. 천장에는 100대 이상의 카메라를 설치해 누가 어떤 물건을 집어 드는지 파악했고, 물건의 무게나 고객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들도 대거 설치됐다. 고객이 고른 상품은 머신러닝으로 학습한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식별했다. 고객이 매장을 나가면 아마존 계정으로 디지털 영수증이 전송되었다.
대기 줄·계산대 없는 쇼핑의 미래
2016년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 아마존 고 시범 매장이 문을 열었고, 2018년 일반 대중 상대의 아마존 고 매장이 개점했다. 이어 아마존은 아마존 고보다 규모가 큰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 매장을 선보였다. 여기에도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이 적용됐다. 아마존 고는 편의점, 아마존 프레시는 슈퍼마켓 매장이라 할 수 있다. 아마존은 2017년 137억 달러(약 18조원)에 인수한 ‘홀마트’와 함께 식료품 중심 오프라인 매장 라인업을 완비하게 됐다.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이마트 에브리데이·이마트24를 보유한 것과 비슷하다.
전자상거래를 장악한 아마존이 시장 규모가 크지만, 온라인 거래를 하기에는 어려운 식료품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시도였다. 촘촘한 카메라와 센서 등 첨단 인프라와 AI 컴퓨터 비전 기술로 편의성을 높이고,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겠단 취지다. 한편으론 매장 인력을 줄여 운영을 효율화하려는 행보이기도 했다. 배송을 앞당긴 아마존 프라임 구독 등의 혁신으로 일상을 바꿔 나가던 ‘아마존스러운’ 오프라인 진출이라 외부인에게는 흥미진진함을, 경쟁사엔 두려움을 안겼다.
아마존은 다른 대형 유통기업들에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 솔루션을 판매해 독자적인 무인 매장을 구축하도록 돕는 사업도 병행했다. 하지만 초기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아마존 고를 2021년까지 300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2023년 31개 매장 중 8개를 폐쇄했다. 2023년에는 아마존 프레시 매장 확장을 중단한다고도 밝혔다. 현재 미국 내 아마존 프레시 매장은 44곳이다.
아마존은 앞으로 대시 카트를 중심으로 매장을 바꿔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시 카트는 담기거나 빠지는 상품을 카메라와 센서로 인식해 카트에 달린 디스플레이에 표시해 준다. 쇼핑 후 매장에 있는 전용 레인으로 나가면, 아마존 회원 정보에 등록된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영수증은 이메일로 받을 수 있다. 카트 주변의 상품을 알려주기도 한다. 2020년 처음 도입돼 일부 매장에서 테스트해 왔다. ‘그냥 걸어 나가는’(just walk out) 경험은 비슷하지만, 기존 쇼핑과 비슷한 방식으로 장을 볼 수 있어 소비자에게 더욱 친숙하다. 손바닥으로 결제하는 ‘아마존 원’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기술은 신기한데 소비자는 어디에?
아마존 무인 매장 사업의 침체 원인으로는 한창 성장을 위해 속도를 내야 할 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성장세가 꺾였고, 이후 소비자들이 속도나 계산 편의보다는 낮은 가격을 원하는 경향이 커진 데 대응하지 못한 것 등이 꼽힌다.
하지만 기술적 놀라움과 신기함을 넘어서는 실질적 가치를 주지 못했고, 이 신기함을 위해 지불할 대가가 더 컸다는 것이 더 큰 이유로 보인다. 고객 입장에선 데이터가, 매장을 운영하는 아마존 입장에서는 비용 문제가 특히 심각했다.
저스트 워크 아웃은 매장 전체에 카메라와 센서를 깔고 고객의 동선과 행동을 세세하게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을 전제로 가동된다. 카메라와 센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진열대에서 무엇을 집고 무엇을 내려놓는지 등은 물론, 고객의 얼굴과 체형 등까지 파악한다. 무인 매장에서 고객을 추적해 결제를 자동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겠지만, 이 같은 정보까지 대기업에 넘기는 것에 대해 마음이 편할 사람은 드물다.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아마존의 무인 기술이 생각처럼 완벽하게 작동한 것은 아니었다. 물건을 그냥 들고나오면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지고 영수증이 도착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영수증이 오기까지 1~2시간씩 걸리곤 했다. 실수로 물건이 누락 되거나 사지 않은 것이 추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사용자와 상품을 추적하고 컴퓨터 비전으로 인식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장에 눈이 보이는 캐셔는 없었지만, 실제로는 인도 등에서 1000여 명의 외주 인력이 매장 영상을 검수하는 작업을 한다고 알려졌다. 눈앞의 캐셔 몇 명이 하던 일이 보이지 않는 IT 외주 인력에 넘어간 셈이다. 카메라와 센서를 설치하는 비용도 초기 400만 달러 수준에 이를 정도였다. 매장 규모나 수가 스케일업 하며 인력과 인프라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노렸으나, 성장 속도가 기대에 못 미쳤다.
공격적인 데이터 수집과 신기술 활용으로 고객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긍정적 고객 반응을 얻으면 빠르게 규모를 키워 그간의 막대한 비용 투자를 상쇄하고 경쟁자와 격차를 벌리는 ‘아마존 효과’가 여기에선 빛을 못 본 셈이다.
결과가 나온 후 실패 원인을 논하기는 쉽다. 실패 원인으로 꼽히는 것 중 상당수는 만약 성공했다면 성공 원인으로 간주될 수도 있는 것들이다. 오프라인 매장 혁신은 중요한 과제이고, 이를 위한 아마존의 노력은 눈여겨 볼 점이 많다. 그럼에도 저스트 워크 아웃이 소비자에게 진정한 가치를 주기보다는 AI와 데이터, 자동화 등을 내세운 ‘테크놀로지의 서커스’에 더 가까웠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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