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부동산 경기 하강시 PF 추가손실 최대 1조9000억원
“증권사 자본적정성 영향은 감내 가능한 수준”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국내 증권사의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추가 손실이 최대 1조9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12일 ‘부동산PF 손실인식 현황과 추가 손실 전망’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 했다. 나신평에 따르면 국내 25개 증권사의 기적립 대손충당금·준비금 규모 2억원을 감안하면 부동산 경기 하강 시나리오에 따라 최소 1조1000억원에서 최대 1조9000억원의 추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나신평은 경락가율(경매 시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에 따른 세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해 증권업계의 손실 규모 가정치를 도출했다. 부동산 경기 둔화추세를 고려해 2023년 평균 경락가율의 ▲하위 40%(1안) ▲하위 30%(2안) ▲하위 25%(3안)를 유지하는 시나리오로 구분했다.
나신평은 “올해 들어 신규 경매 건수가 증가한 점과 현재 부동산PF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경우 경락가율은 작년보다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가정했다.
그 결과 시나리오 1안은 3조1000억원, 2안은 3조7000억원, 3안은 4조원의 손실 발생이 추정됐다. 이미 적립한 대손충당금·준비금 규모 2조원을 빼면 시나리오에 따라 1조1000억∼1조9000억원의 손실이 추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시나리오 예상대로라면 초대형사 보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자기자본 규모별로는 초대형사가 약 3000억~6000억원, 대형사 약 6000억~1조원, 중소형사 약 2000억~3000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이 예상된다. 대형사와 중소형사는 각각 자기자본의 3∼6% 규모를 추가로 손실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증권사의 수익성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다.
이는 초대형사는 본 PF 비중이 높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는 브릿지론 비중이 30%이상인데다, 중후순위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많기 때문이다.
초대형사에는 미래·NH·한국투자·삼성·KB·하나·메리츠·신한투자증권 등 8곳, 대형사에는 키움·대신·한화·유안타·교보·신영·현대차·하이·IBK·BNK투자증권 등 10곳, 중소형사에는 유진·이베스트·DB·다올·부국·SK·한양증권 등 7곳이 포함된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위탁매매, 전통 투자은행(IB) 등 부동산을 제외한 사업부문에서 경상적으로 창출하는 수익규모의 차이가 있다“며 ”부동산 외의 사업 부문에서 창출하는 이익이 많은 초대형 증권사가 아니면 수익성 하방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가장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가정 하에서도, 증권업의 자본적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감내 가능한 수준이다”라며 “지난 몇 년간의 이익 누적, 자본확충 등으로 증권업의 자기자본이 확대된 가운데, 충당금 및 준비금을 적극적으로 적립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회사별 부동산 PF포트폴리오와 기적립 충당금 및 준비금 규모에 따라 추가손실 부담이 상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릿지론 및 중후순위로 투자한 본PF 비주거용 사업장을 중심으로 손실이 확대될 전망이다.
작년 말 기준 국내 25개 증권사의 국내 부동산PF 관련 우발부채, 대출채권, 사모사채 등 익스포저 총액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26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PF 익스포저의 질적 구성을 보면 증권사의 중후순위 비중은 42%로, 타 업권(캐피탈 30%·저축은행 11%)보다 컸다. 또한 80% 이상의 브릿지론 사업장과 약 30%의 본PF 사업장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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