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벤처투자자가 된다면 어떨까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샤킬 오닐 농구 선수 은퇴 후 벤처 투자가로 나서 성과 이뤄
일본 축구 스타 혼다 케이스케 직접 벤처캐피탈 설립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해외 벤처 투자자와 미팅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글로벌 스포츠 스타의 이름을 듣는다. 놀랍게도 함께 투자자로 활동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스포츠 스타들을 좋은 투자자라 여기고 있다.
스포츠 스타와 창업자는 공통점이 많다. 그들은 세상의 편견에 도전하고 자신이 세운 고지를 향해 열의를 다해 달려간다. 비전을 정하고 목표에 도달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들에게는 없는 길이라도 만들어 내려는 개척자 정신이 있다. 승리를 향한 열정과 승부욕(winning mentality)이 가득하다. 팀 스포츠의 선수라면 기업을 이끄는 창업자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한다. 입지전적인 성취를 만들고 사회적 아이콘이 되면 산업과 사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이런 수많은 공통점 때문인지 해외에서는 유명 스포츠 스타가 스타트업 투자에 뛰어들어 벤처 투자자로 전향한 사례가 많다.
로저 페더러 운동화 스타트업 투자해 대박
미국 프로 농구 NBA 스타 샤킬 오닐(Shaquille O'Neal)은 은퇴 후 벤처 투자가로 방향을 돌린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이다. 그는 초창기 구글에 투자하면서 큰돈을 번 이후에도 여러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작년 가을에 열린 북미 스타트업 행사 ‘테크크런치 디스럽트(TechCrunch Disrupt)’에 등장해 자신이 투자한 교육 스타트업을 소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임팩트 투자에도 관심을 보이며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외에도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 스테픈 커리(Stephen Curry) 등 쟁쟁한 현역 NBA 스타들도 벤처 투자에 합류하고 있다. 북미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스포츠 스타 출신 투자자들을 만나는 일은 더는 낯설지 않다.
테니스의 전설적인 선수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는 운동화 스타트업 온홀딩(On Holding)에 투자해 대박을 터트렸다. 그는 투자 기업의 개발 및 디자인에 직접 참여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운동화까지 출시하는 등 기업 운영에도 적극 관여했다. 2021년 9월 회사가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로저 페더러는 선수뿐만 아니라 투자자로서도 명성을 떨쳤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기업 상장에 로저 페더러의 명성과 투자 경력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평가한다.
스포츠 스타가 벤처 캐피털을 주도해서 만든 사례도 있다. 일본의 축구 스타 혼다 케이스케(Honda Keisuke)는 올해 초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결성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투자 영역을 가리지 않는 에인절 투자자가 되겠다는 게시물을 올해 초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렸다. 본인이 잘 아는 스포츠 영역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한 스포츠 스타 출신 투자자들과 비교해 보면 그의 행보는 상당히 파격적이다. 그는 올해 초 국내 스타트업 행사에 참석하는 등 한국 스타트업과 생태계에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국내 스포츠 스타들이 에인절 투자자로 활약한다면
해외 스포츠 스타들의 활발한 벤처 투자 행보와 달리, 국내 스포츠 스타들의 벤처 투자 활동은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다. 박찬호와 박세리 등 일부 스포츠 스타들이 국내 창업 기획자가 주최하는 행사에 초청되어 기조연설을 했다는 소식은 이따금 들려온다.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투자 활동에 얼마나 활발하게 관여하는지는 알 수 없다.
국내 스포츠 스타들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함께 한다면 여러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스포츠 스타라는 사회적 아이콘이 벤처 투자를 한다면 대중적 관심을 얻을 수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면서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아이콘으로 등장한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그에게 투자한 벤처 투자자 피터 틸(Peter Thiel)은 실리콘 밸리에서 업계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스포츠 스타들이 새로운 우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포츠계의 아이콘이었던 그들은 벤처 투자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며 스타트업계에서도 떠오르는 별이 되었다. 국내 스포츠 스타들이 벤처 투자자로 활동한다면 국내 창업 생태계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스포츠 스타의 벤처 활동은 특히 에인절 투자 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에인절은 초기 스타트업에 참여하는 개인 투자자를 지칭한다. 현재 국내 에인절 투자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에인절 투자 시장은 필요하지만 규모도 작고 역동성도 부족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약점으로 줄곧 지적되었다. 최근 몇 년간 몇몇 유명 배우들이 에인절 투자에서 큰 성과를 거두면서 대중의 관심을 반짝 얻기도 했지만, 여전히 성장세는 미약하다.
젊고 부유한 스포츠 스타들이 전문 에인절 투자자로 활약한다면 초기 투자 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이미 여러 창업 선진국에서는 스포츠 영웅들이 은퇴 후 그들의 관심 분야에서 에인절 투자자로 왕성한 행보를 보이면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특이하게도 국내 스포츠 스타들은 시스템이 부족하거나 부재한 불모지 영역에서 많이 등장했다. 골프, 수영, 배구, 피겨스케이팅 등 비인기 종목에서 세계적인 스포츠 영웅이 탄생했다. 야구와 축구 같은 인기 종목의 선수들은 지원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스포츠 본고장에 진출해 글로벌 스타가 되었다. 이 작은 나라에서 어떻게 이렇게 수많은 스포츠 영웅이 나왔는지 의아할 정도다.
그들이 걸어온 길과 성취 과정을 살펴보면, 그들은 매우 훌륭한 스타트업 투자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이상적인 창업가의 모습과 최정상 스포츠 영웅의 모습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이것이 스포츠 스타가 창업가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잠재력을 잘 파악할 것이라 기대하는 이유이다.
얼마 전 손흥민 선수가 한 인터뷰에서 은퇴 후 지도자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의류 브랜드를 내놓고 운영하고 있는 그가 벤처 투자가가 되었으면 하는 막연한 바람을 해보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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