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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제약·바이오업계, ‘리더십 재편’ 본격화…“차세대 성장 위한 새판짜기”

바이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대대적인 리더십 재편에 돌입했다. 기존 경영진 교체를 넘어, 각자 대표 체제 확대·여성 임원 전면 배치·신사업 조직 신설 등 업계 전반에서 체질 전환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오너 가문 3세를 전면에 내세우며 책임경영과 신사업 가속화 시도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오너 3세 전면에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SK그룹 계열 바이오 기업에서 오너 3세가 핵심 경영 리더로 등장한 사례는, 산업 전반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부사장을 각자대표로 선임하며 경영 전면에 배치했다.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와 그룹의 주요 신사업인 바이오 사업을 공동 지휘하게 된다. 이번 인사는 롯데가 ‘바이오’를 그룹의 미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확정하고, 오너 3세를 통해 실행력과 책임경영을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신 부사장은 롯데지주 내 신설되는 전략컨트롤 조직에서도 중책을 맡아,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 바이오·신사업 중심 체제 구축을 주도할 예정이다.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한 신 대표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으로서 그룹 내 차세대 경영을 총괄해 온 인물이다.특히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공장 인수 후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확대, 인천 송도에 대규모 바이오 생산캠퍼스 건설 등 글로벌 생산 역량 강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런 ‘대형 투자 + 확장’ 기로에 젊은 리더를 전면에 세워 안정적인 성장 전략을 구상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사업개발본부를 확대·재편해, 통합 전략 기능을 수행하는 전략본부를 새로 만들었다. 기존 사업개발본부를 이끌어온 최윤정 본부장을 전략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최 본부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다. 전략본부가 맡게 될 역할은 회사의 ▲중장기 방향 설정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글로벌 성장 전략 ▲신사업 검토 등 핵심 의사결정 기능이다. 즉, SK바이오팜의 미래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다. 특히 신사업·신모달리티(치료 접근법) 중심 조직 개편도 눈에 띈다. 미래 모달리티로 주목받는 방사성의약품(RPT) 사업을 위한 RPT 본부도 새로 만들었다. 이 조직은 원료 확보부터 ▲파이프라인 개발 ▲전임상 ▲글로벌 라이선스·사업개발까지 전주기를 아우르는 구조로, SK바이오팜이 RPT를 핵심 성장축으로 본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SK바이오팜의 이번 조직 개편과 오너 3세 기용은,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그룹의 바이오사업에서 3세 책임경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동시에 ▲미래 모달리티 ▲글로벌 성장 ▲신사업 다각화를 위한 실행 체계를 정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래 축 확보 위한 전략적 인사"또 다른 눈에 띄는 변화는 ‘투톱 리더십’의 확산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뿐만 아니라 광동제약도 최성원 회장이 전략·신사업을 총괄하고 박상영 사장이 경영을 담당하는 투톱 체제를 새롭게 도입했다. 제약·음료·헬스케어 등으로 사업군이 다각화되면서 경영과 전략을 분리해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장기 성장 전략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기 위한 조치다. 최 회장은 전략·신사업·연구개발(R&D) 총괄 최고경영자(CEO)로서 회사의 중장기 비전 수립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경영총괄 CEO로서 주요 사업본부와 지원조직을 총괄하며 조직운영 전반을 책임진다. JW중외제약 또한 기존 신영섭 대표 단독 체제에서 신영섭·함은경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영업·마케팅에 강점을 지닌 신 대표와 연구개발(R&D) 기반의 함 대표가 경영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핵심 사업 기능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조직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 JW그룹도 유전자치료제·세포치료제 등 신모달리티 연구를 강화하는 체제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C&C신약연구소 대표였던 박찬희 전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사임 이후 함 신임 대표를 선임했고, 김선영 헬릭스미스 전 대표를 R&BD 고문으로 영입하는 등 R&D 중심 개편을 이어가고 있다.연말 인사에서 이례적인 변화로 꼽히는 흐름은 ‘여성 임원’의 전면 부상이다. 다년간 남성 중심의 구조가 유지돼 온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이런 변화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사 이래 최연소 여성 임원 두 명을 동시에 배출했다. 40대 김희정 부사장, 30대 안소연 상무가 그 주인공이다.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 속에서 민첩한 대응으로 성과와 역량을 인정받았다. 김희정 부사장은 신규 바이오 의약품 공장 램프업(가동률 확대)과 생산 규모 확대에 맞춰 안정적인 원료의약품(DS) 생산 체계를 구축해 성과를 인정받았다. 안소연 상무는 4공장 준공 후 안정화 작업을 시작으로, 생산 공정 및 일정 관리 효율화를 통해 조기 완전 가동을 달성하고, 안정적인 의약품 생산으로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GC녹십자홀딩스 역시 외부 출신 박소영 전략기획실장을 신규 영입해 그룹 차원의 중장기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을 총괄하게 했다. 박 실장은 바이오·세포치료·디지털 헬스 등 미래 사업 전반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동제약그룹은 일동생활건강 대표이사에 박하영 상무를 선임하며 창사 첫 여성 CEO를 배출했다. 박 대표는 학술·임상·브랜드 전략 등 헬스케어 전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아왔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이번 리더십 재편은 글로벌 경쟁 환경 변화 속에서 미래 성장 축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인사’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최근 글로벌 시장은 ▲바이오 CDMO 경쟁 격화 ▲신약 상업화 성공 여부 ▲방사성의약품·세포치료제 등 신모달리티 확산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속도 경쟁까지 업계의 판이 급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연말 인사는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구조적 전환”이라며 “현재 제약·바이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연구 역량 그 자체가 아니라 연구를 사업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실행력”이라고 평가했다.

2025.12.15 07:00

4분 소요
뱃속에서 통장 만든다…토스·카카오뱅크, 키즈금융 경쟁

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이 ‘키즈금융’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토스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영업점 없이도 비대면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한 강점을 앞세워,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금융 플랫폼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단순한 아이 통장·적금 판매를 넘어, 자녀의 성장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가족 금융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특징이다.토스뱅크, 아이 통장 100만좌 돌파…부모 고객 “증여 미리 준비”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가 지난 10월 21일 출시한 ‘태아적금’의 누적 계좌 수는 12월 8일 기준 약 1만1300좌로 집계됐다. 가입 고객 4명 중 3명이 20대 후반~30대 후반으로,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 세대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태아적금은 임신 단계부터 아이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자유적립식 적금이다. 기본금리는 연 1.0%, 우대금리는 연 4.0%이며 월 최대 20만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임신확인서 등 별도의 증빙서류를 제출할 필요 없이 출산 후 태아적금 만기 전까지 자녀 명의 ‘토스뱅크 아이 통장’을 개설하면 우대금리가 자동 적용된다.앞서 토스뱅크는 지난 2023년 10월 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먼저 미성년자 자녀의 계좌를 부모가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는 ‘아이 통장’을 출시했다. 현재 ‘아이 통장’의 누적 계좌 수는 100만좌를 넘어섰다.토스뱅크 아이서비스는 ▲아이 통장 ▲아이 적금 ▲아이 체크카드 ▲이자 받는 저금통 등으로 구성된다. 0세부터 16세까지 자녀를 둔 부모라면 영업점 방문이나 복잡한 서류 제출 없이 앱에서 통장 개설부터 적금 가입, 체크카드 발급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아이 통장은 단순한 예금 계좌를 넘어 부모가 송금·조회·적금 납입을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개설 이후에는 최고 연 5.0% 금리의 아이 적금도 가입 가능하다. 아이 적금은 거래 실적과 상관없이 자동이체만 성공하면 최고금리가 적용되며, 15세까지 월 최대 20만원을 12개월간 납입할 수 있다.실제로 아이 통장을 증여 목적으로 활용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미성년 자녀에게 10년간 증여할 수 있는 비과세 한도는 2000만원으로, 매달 적금을 쌓아두는 방식으로 자녀에게 자산을 이전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토스뱅크 관계자는 “아이 적금의 납입 한도를 월 20만원으로 설정한 것도, 단순 저축을 넘어 기념일이나 용돈 등 아이를 위한 소규모 증여성 자금 관리까지 고려한 결정”이라며 “과도한 부담 없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이처럼 토스뱅크는 태아적금에서 아이 통장·아이 적금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설계했다. 뱃속에서부터 아이를 위한 저축을 시작하고, 출생 이후에는 아이 이름으로 통장과 적금을 만들어주는 흐름을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인 금융 습관을 형성하고,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꾸준히 모으는 경험’을 제공한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태아 단계부터 아이가 성장하는 전 과정에서 연속성 있는 자산 형성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아이 성장에 따라 토스뱅크와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도 ‘우리아이’로 맞불…한 달 만에 10만명카카오뱅크도 키즈금융 시장 경쟁에 본격 가세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9월 15일 ‘우리아이통장’과 ‘우리아이적금’을 동시에 출시했다. 서비스 출시 이후 하루 평균 4000명의 고객이 꾸준히 찾아, 약 한 달만에 이용자 수 10만명을 넘어섰다.‘우리아이통장’은 0세부터 만 16세 이하 자녀를 대상으로,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본인의 휴대폰을 이용해 100%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가족관계증명서 등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설계된 ‘쬬르디’ 챗봇을 통해 간편하게 가입 가능하다.특히 부모가 함께 자녀의 계좌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공동 참여 구조’가 눈에 띈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통장을 개설한 뒤, 어머니에게 초대 링크를 보내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이후 부모는 각자의 휴대폰에서 자녀 계좌 내역을 동시에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으며, 자녀가 본인 명의의 휴대폰을 보유한 경우 직접 계좌를 확인하며 금융생활을 경험할 수도 있다.금융 거래에 가족 간 정서를 녹인 점도 카카오뱅크의 차별화 요소다. 부모가 입·출금 시 ‘첫 걸음마 한 날’, ‘첫 번째 세뱃돈’과 같은 메시지나 이모지를 남기면, 자녀가 이를 확인하고 ‘좋아요’를 누를 수 있다. ‘우리아이’ 서비스 페이지 화면을 자녀 사진으로 꾸밀 수 있어, 성장 과정을 금융 기록과 함께 남기는 것도 가능하다.함께 출시된 ‘우리아이적금’은 금리 경쟁력이 강점이다. 기본금리 연 3.0%에 자동이체 조건을 충족하면 추가로 연 4.0%포인트를 더해 최고 연 7.0%의 금리를 제공한다. 가입 기간은 12개월이며, 매월 최대 2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만기 시 자녀 나이가 만 18세 미만일 경우 자동 연장 기능이 적용돼 장기적인 자산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카카오뱅크는 키즈금융을 단기 상품이 아닌 장기 고객 확보 전략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우리아이통장·적금’과 같은 차별화된 상품 출시가 신규 고객 유입과 수신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우리아이 서비스는 통장·적금을 시작으로 펀드 등 다양한 금융 상품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미성년자 고객과 부모의 락인(Lock-in) 효과를 통해 수신을 확대하고, 보유 한도에 제한 없이 장기간 저축을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2025.12.15 07:00

4분 소요
'갤럭시맨' 노태문 vs '가전왕' 류재철, 데뷔 미션은 도전보다 '1등 굳히기'

IT 일반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과 류재철 LG전자 사장이 회사 지휘봉을 잡자마자 글로벌 무대에서 맞붙는다. 첫 신경전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데, 막상 두 리더는 같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일단 흔들리는 주력 사업의 왕좌 굳히기에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업계에 따르면 노태문 사장과 류재철 사장은 내년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 나란히 출격한다. 지난달 말 수장에 오른 노 사장과 류 사장은 회사에 몸담은 뒤 한 우물만 판 뚝심의 사나이들이다.노 사장은 직무대행을 떼고 DX(디바이스 경험)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반도체 사업을 책임지는 전영현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장과 투톱 체제를 완성했다. 지난 1997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3팀에 입사해 28년간 휴대전화에 역량을 쏟은 정통 삼성맨이다. 혁신제품개발팀장·개발실장·MX(모바일 경험)사업부장에 이어 디바이스 사업을 총괄하는 DX부문장에 올랐다.류 사장 역시 37년 LG맨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89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 가전연구소에 입사해 세탁기·냉장고 생산담당, 에어컨 사업담당을 거쳐 2021년부터 본부장을 맡아 가전 사업을 이끌어왔다. LG전자 측은 “류 사장의 경영 철학은 ‘문제 드러내기’와 ‘강한 실행력’”이라며 “사업의 본질적 격차를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철저한 자기 인식을 주문한다”고 전했다.노태문·류재철 입 모아 ‘AI 퍼스트’두 리더는 CES 개막 전 사전 행사를 열어 미래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먼저 삼성 노 사장은 ‘CES’ 이틀 전 라스베이거스 윈 호텔에서 열리는 신제품 행사 ‘더 퍼스트룩’에서 대표 연사로 마이크를 잡는다. DX부문장에 선임된 이후 첫 공식 석상이다. 각각 TV와 가전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용석우 사장과 DA사업부장 김철기 부사장도 무대에 올라 사업 계획을 공유한다. 가전과 모바일을 아우르는 첫 데뷔전인 만큼 기존에 회사가 추진해 온 인공지능(AI) 홈·초개인화 AI 스크린 전략을 소개할 것으로 관측된다.그는 올해 9월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삼성전자는 반세기가 넘는 역사 속에서 TV·가전·모바일까지 지금보다 더 척박한 환경을 딛고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거듭난 저력을 가지고 있다”며 “혁신의 DNA를 바탕으로 AI 홈 역시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현실화하며 글로벌 선구자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이어 LG 류 사장은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개최하는 프레스 콘퍼런스 ‘LG 월드 프리미어’에 미디어, 파트너사 관계자 등 1000여명을 초청해 ‘공감지능’의 진화한 모습을 공개할 계획이다.공감지능은 전임 조주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초에 제시한 회사의 차별화 AI 비전이다. 기술적 관점을 뛰어넘어 AI가 고객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미래를 지향한다. 류 사장도 앞서 수립한 미래 전략의 틀을 다지는 데 주력한다. 그렇게 나흘간의 CES 일정을 마치고 복귀한 두 CEO는 숨 돌릴 틈 없이 신년 전략 구상에 돌입할 전망이다. AI를 필두로 한 신사업에 일부 힘을 쏟으면서도, 맹렬한 추격에 위태로운 글로벌 리더십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삼성전자의 경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격변의 시기를 마주하고 있어 바짝 긴장한 상태다. 애플이 14년 만에 판매량 1위를 찍는 것도 모자라 출시 전략을 대폭 수정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애플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판매량) 기준 19.4%의 점유율로 삼성전자를 누르고 1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프리미엄 라인업을 주로 내놨던 애플은 매출로는 줄곧 1위를 지켜왔지만, 출하량으로 삼성전자를 제치는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여기에 애플은 연 1회 가을 출시 전략을 상반기(보급형)와 하반기(프리미엄)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보급형으로도 시장을 넓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삼성전자도 보급형 라인업을 강화해 애플의 물량 공세에 맞설 것으로 예측된다. ‘아이폰16’ 시리즈가 점령한 올해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톱5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삼성전자 제품은 S 시리즈도, Z 시리즈도 아닌 저가의 ‘갤럭시A16 5G’였다. 마침 3년 전 출시가 마지막이었던 ‘갤럭시A7X’ 모델의 부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불안한 1등’ 탈피 과제LG전자도 녹록지 않은 경쟁 환경에 직면했다. 중국 브랜드들이 TV에 이어 가전으로 영토를 확장해 안방을 공략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만 앞세웠던 과거와 달리 품질 경쟁력도 확보했다.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올해 3분기 세계 TV 시장 매출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29.0%, 15.2%로 선두를 지켰다. 중국 TCL(13.0%)과 하이센스(10.9%)가 바짝 뒤쫓고 있다.그런데 출하량 기준으로 봤더니 순위가 확 바뀌었다. LG전자(10.6%)가 TCL(14.3%), 하이센스(12.4%)에 밀려 4위로 주저앉았다. LG전자가 프리미엄 라인업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주력으로 내세우기는 하지만, 전체 TV 시장에서 매출 순위까지 따라잡히면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글로벌 1위 위상을 자랑하는 가전 사업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필수 가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로봇청소기는 중국 로보락이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넘어서며 막강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는 올해 여의도 IFC몰·구의·마곡·잠실새내 등에 오프라인 매장을 잇달아 오픈한 데 이어 용산에 첫 서비스센터를 구축해 고객 접점을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류재철 사장은 IFA 2025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추격을 두고 “위협이 엄중한 건 사실이나 넘을 수 없는 수준은 아니다”고 자신했다.

2025.12.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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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은 맞지만 내 마음대로 못 하는 저작권도 있다 [백세희의 컬처&로(LAW)]

전문가 칼럼

2000년대 초반에도 법과대학에는 ‘저작권법’ 수업이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실제 문화예술 업계에서 저작권이라는 것은 마치 ‘공중도덕’ 내지는 ‘미풍양속’처럼 막연히 지켜지면 좋지만 그렇지 못해도 달리 도리가 없는 것 정도로 여겨졌다.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사람들은 이제 저작권침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게 되었다.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저작권은 주로 ‘돈’이 되는 권리의 측면이다. 과거 히트곡 하나로 저작권 수입이 짭짤해 살만한 가수, 소프트웨어 저작권침해를 이유로 내용증명을 날려 합의금 장사를 했다는 사람 등등 주로 재산권적인 측면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저작권이 독립된 두 개의 권리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저작권은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이라는 별개의 권리로 이뤄져 있으며 저작권은 이들 권리의 복합권으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별개인지 하나인지 왜 중요할까? 소송물 이론이라는 법논리를 빼고 우리에게 와닿게 핵심만 말하자면, 돈이 이중으로 움직이는 게 중요해서다. 저작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과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는 따로 받거나 따로 물어줘야만 한다.작품은 곧 ‘작가의 인격적 발현’불법 다운로드는 저작재산권 침해의 문제다. 그렇다면 저작인격권은 무엇일까. 저작인격권은 창작물과 창작자 사이에 발생하는 특별한 ‘인격적 이익’의 보호다. 작품의 소유권자와는 별개로 오로지 창작자에게만 인정된다. 특별한 인격적 이익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일까. 이러한 권리의 모호함이 저작인격권의 본질이다. 그래서 이른바 ‘소유권 절대의 원칙’에 입각한 영미법계에서는 애당초 저작인격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다가 차차 받아들이게 됐다.반대로 유럽의 대륙법계 국가들의 경우 저작인격권은 창작자 자신조차도 포기할 수 없는 ‘자연법적 권리’라는 상반된 견해를 갖고 있다. 태생적으로 알쏭달쏭한 권리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일본은 독일의 영향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지만, 발전 과정에서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영미법계의 논리나 제도도 많이 수용하고 있다. 이제 우리 저작권법이 인정하는 저작인격권을 알아보자. 저작인격권은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으로 구성된다.먼저 공표권은 미공표 저작물의 공표 여부를 결정하는 권리다. 공표할 경우 어떠한 형태나 방법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권리 및 공표 시기를 결정하는 권리가 포함돼 있다. 이들은 저작자의 명성이나 지위, 권익 및 저작물의 상업적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판단을 전적으로 저작자에게 맡긴 것이다.성명표시권은 자신의 성명 또는 이명 등을 표기해 자신이 저작자임을 주장할 권리와 저작자명을 표시하지 않고 무명으로 공표할 권리를 포함한다. 저작자명을 표시하는 것은 창작물의 내용에 대한 책임과 평가가 귀속되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밝힐 뿐만 아니라 저작물과 저작자를 연결하는 명예권과도 관련이 있다. 동일성유지권은 창작자의 의사에 반하는 변형을 통한 작품의 왜곡을 금지하는 원상유지권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저작물은 저작자의 인격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변경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저작자의 감정을 해치는 동시에 창작의욕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무단 변경행위를 금하는 것이다. 현재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소유자라 하더라도 함부로 작품을 변형할 수 없는 근거가 바로 동일성유지권이다. 내 것이지만 내 맘대로 바꿀 수는 없다는 뜻이다.동일성유지권이 문제된 실제 사례들동일성유지권과 관련해서는 흥미로운 사례들이 다수 있다. ‘지하철 벽화 사건’은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이 모두 문제가 된 사례다. 서울시 도시철도공사는 2001년 원화 작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원화를 이용해 지하철 ▲약수역 ▲한강진역 ▲학동역 역사 내부에 벽화를 제작했다. 당연히 작가의 항의가 있었다. 하지만 벽화들은 계속 전시됐고 결국 작가는 2004년 손해배상 등의 소를 제기했다. 2006년 법원은 원화 작가의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 모두의 침해를 인정했다(서울중앙지법 2006. 5. 10. 선고, 2004가합67627 판결). 법원은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유지권과 관련하여 “원고의 연작 작품 중 일부만을 벽화화했거나 제작방식이 원고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됐으며(테라코타 방식에서 타일방식으로), 작품의 위·아래를 거꾸로 설계·시공함으로써 작가의 작품의도를 훼손해 설치되거나 전시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 설계업체와 도시철도공사는 원화에 대한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약수역과 한강진역에 설치된 벽화의 작가란에는 ‘작가미상’이라고 표시돼 있고, 학동역의 벽화는 아예 작가표시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저작인격권 중 성명표시권을 침해한 것이라고도 판단했다. 위 지하철 벽화 사건처럼 소송으로까지 비화되지 않았지만, 서울 대치동 포스코(posco) 본사 앞의 ‘꽃이 피는 구조물 – 아마벨’(이하 아마벨)이라는 조형물도 논란의 중심이 된 적이 있다. 아마벨은 가로·세로·높이 각 9미터, 무게 30톤의 거대한 철제 조형물로서 현대예술의 거장이라 불리는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이다. 비행기 잔해와 스테인레스스틸을 이용해 ‘폐기된 문명의 이기로 피어난 꽃’을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고철을 이용한 조형물이 난해하고 흉물스럽다는 비난을 받게 되자, 포스코 측에서는 작품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계획이 알려지자 작가와 그를 옹호하는 이들이 주장한 권리가 바로 저작인격권 중에서도 동일성유지권이었다. 일반적으로 작품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만으로 작품이 변형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에서 왜 동일성유지권이 문제 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아마벨은 철강기업인 포스코 본사에 설치되어 포스코라는 기업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작가가 처음부터 그곳에 설치할 것을 전제로 구상한 후, 현장에서 직접 고철과 준비된 철 조각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제작했으므로 작품과 그 장소와의 밀접한 상관성이 인정될 여지가 많다. 저작권법 제13조 제2항은 불가피한 변경은 허용하면서도 저작물의 ‘본질적인 내용의 변경’은 어떠한 경우라도 허용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우리 저작권법에 의할 때, 아마벨처럼 설치될 특정 장소를 전제했다면 그 장소의 변경이 ‘본질적인 내용의 변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포스코가 작품의 소유권을 갖고 있다고 해도 작가가 허락하지 않는 한 장소를 옮기기 어려운 것이다. 논란 끝에 포스코는 아마벨을 원래의 자리에 두는 대신 주변에 나무를 심고 아름다운 색 조명을 덧입히는 방법을 선택했다. 아마벨은 그 후로 한 신문사가 주최한 공공미술 기업문화 부분에서 대상을 수상했지만, 해외 미술 분야의 유명 매체인 ‘아트넷 뉴스’가 발표한 ‘가장 미움받는 조형물 10선’에 선정되는 등 엇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다.작가에게 작품이란 ‘자식’ 같은 존재작가에게 이런 일은 단순한 소송거리, 뉴스거리를 넘어 심한 상처로 남는다. 대부분의 작품은 구상 단계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예술가의 정신과 체력을 쏙 뽑아내기 때문에 ‘자식’과도 진배없다. 그런데 그런 자식이 위아래가 뒤집히고 부모가 누군지 모른다고 공표되고 전혀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어딘가 엉뚱한 곳에 가 있는 모습을 본다면…. 뒤늦게 소송에서 일부 승소해 금전적인 보상을 약간 받는다고 해도 그 상처가 전부 나을 리 만무하다.수년 전만 해도 주변 예술인들에게 이러 저러한 사례를 말해 주면 “어머, 그건 아니지. 당연히 안되는거 아냐?”라는 정도의 반응이 나올 뿐, 구체적으로 자신의 창작물에 대하여 어떤 권리를 갖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에 창작자들의 권리 의식이 함양되어 부당한 저작인격권 침해를 묵과하는 일은 점점 줄어드는 듯하다. 저작인격권이 침해됐다며 상담을 요청받는 빈도도 늘고 있다. 일이 많아진다는 것, 변호사로서는 참 다행인 일이다.백세희 법률사무소 아트앤 대표변호사

2025.12.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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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키즈금융’ 상품·플랫폼 속속…미래 고객 잡아라

은행

과거에는 동전을 차곡차곡 모으는 ‘돼지저금통’이 아이들의 금융 첫걸음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출생 이후 즉시 ‘아이통장’을 개설하는 흐름이 생겨났다. 은행들은 앞다퉈 ‘키즈금융’ 상품을 내놓으면서, ‘0세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0세부터 가입하는 적금 눈길…출생 연계 혜택 확대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는 출생 직후부터 가입 가능한 미성년자 전용 상품이 빠르게 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KB아이사랑적금’은 임신확인서 제출 시 우대금리를 더해 최고 연 1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아동수당 수령 여부, 미성년 자녀 수 등에 따라 우대금리가 추가되며 취약계층 대상 1%포인트 우대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의 ‘KB 영유스’(Young Youth) 적금도 최고 연 3.4%의 금리를 제공한다. 신규·재예치 시 자녀 연령(만 0·7·13·16·19세)에 따라 연 0.5%포인트를 우대해준다.신한은행은 ‘다둥이 상생적금’을 통해 다자녀·출산 가구 고객에게 최고 연 8% 금리를 제공한다. 가입 기간 12개월, 월 납입 한도 30만원으로, 결혼·출산·임신 등 저출생 대응 활동을 금리 혜택으로 연결한 것이 특징이다.하나은행의 ‘(아이)꿈하나 적금’은 최고 연 3.75%까지 금리를 준다. 기본금리 2.95%에 아동수당 수령 등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0.8%포인트를 추가 제공한다. 출생 후 1년 이내이거나 초·중·고교 입학 나이가 되는 해에는 1년간 연 3.0%의 특별금리를 준다.여기에 최근 출시한 미성년자 전용 상품 ‘꿈꾸는 저금통’은 세후 원리금이 성인이 될 때까지 자동 재예치되는 구조로, 부모의 장기 자산관리 수요를 반영했다. 기본금리는 연 2.0%, 최고금리는 연 4.0%이다. 하나증권 연계, 주택청약 가입 여부 등에 따라 우대금리가 최대 1.8%포인트까지 추가된다.하나은행 관계자는 “단순한 적금이 아닌 아이들의 첫 금융 경험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상품”이라며 “작은 저축이 큰 꿈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이외에도 우리은행의 ‘우리 아이행복적금2’는 기본금리 2.45%에, 경찰청 지문사전등록·자동이체 등 요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3.65% 금리를 제공한다.이처럼 은행권이 키즈금융 상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에게 첫 금융계좌를 만들어주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금융 습관 형성으로 이어지고, 은행 입장에서는 미성년자 전용 상품이 장기 고객 확보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 번 개설된 주거래 통장은 결혼·취업 이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수익 기반 확보 효과가 크다. 플랫폼 경쟁으로 확장…금융교육·생활 콘텐츠까지최근에는 ‘상품 출시’ 단계를 넘어 키즈 금융 플랫폼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기업은행은 아이성장 맞춤형 플랫폼 ‘아이 봄’을 선보였다. 임신·출산부터 청소년기까지 필요한 금융·생활·건강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로, 행정안전부와 협업해 산모 혜택과 정부 지원 정보를 한 앱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 봄’은 출산을 앞두거나 미성년인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이번 서비스는 기업은행 사내 학습조직에서 제안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것으로 행정안전부와 협업을 통해 업계 최초로 산모 맞춤 혜택과 정부의 아이 관련 혜택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예정된 일정과 혜택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알림 기능을 통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현재 출산 축하금 등의 이벤트도 진행해 사용자들의 반응도 뜨겁다는 후문이다.‘아이 봄’은 ▲아이의 자산관리를 돕는 ‘금융라운지’ ▲AI기반 작명 서비스, 산모수첩 등 출산 관련 혜택을 위한 ‘출산 비금융라운지’ ▲영유아 검진 등 육아 관련 혜택을 제공하는 ‘육아 비금융라운지’로 구성됐다. 해당 서비스는 개인고객용 모바일뱅킹 앱(i-ONE Bank 개인)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알파세대를 위한 체험형 금융플랫폼 별도 앱 ‘아이부자’를 운영하며 알파세대 금융습관 형성에 초점을 맞춘다. 용돈 관리, 금융 퀴즈, 습관 형성, 학교 급식·시간표 연동 등으로 자녀와 부모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국민은행도 어린이·청소년 전용 금융 서비스 ‘스타틴즈’를 통해 만 6세 이상~만 18세 이하 고객을 사로잡았다. 고객들은 선불지갑인 ‘포켓’ 서비스로 출금·송금·충전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만보챌린기·한국사 매일퀴즈 등 앱테크 기능으로 재미요소도 넣었다.김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금융회사는 유소년 대상 금융플랫폼을 제공해 금융이해력 제고 외에도 ▲미래고객 선점 ▲가족고객 확보 ▲구독서비스에 따른 수수료수익 창출 효과를 기대한다”면서 “국내 금융회사도 금융교육과 융합된 유소년 전용 금융플랫폼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실천과 수익창출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5.12.15 06:00

4분 소요
불황에도 홀로 성장…럭셔리 브랜드의 새 주인공 ‘하이 주얼리’ [이윤정의 언베일]

전문가 칼럼

최근 소비 패턴을 살펴보면 몇 년 전에 비해 럭셔리 브랜드의 인기가 주춤한 모습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럭셔리 브랜드 활황’과 비교하면 요즘의 럭셔리 브랜드 시장 상황은 낯설게 느껴진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중심의 소비가 이뤄지면서 럭셔리 브랜드 제품 구매가 감소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럭셔리 브랜드의 판매 아이템별 매출을 비교해 보면 여전히, 아니 예전보다 훨씬 잘 나가는 품목이 있다. 바로 ‘하이 주얼리’(고급 장신구)다. ‘원석’ 중심 디자인…자산 가치 상승하이 주얼리는 자주 접하는 펜던트·반지·팔찌 등과는 다르게 최고의 원석을 사용해 장인이 수십 혹은 수백 시간 동안 수작업으로 만드는 제품으로 예술 작품에 비견되기도 한다. 흔히 3대 주얼리 브랜드로 불리는 까르띠에·타피니·불가리를 포함한 다수의 브랜드는 매년 여름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소개한다. 부호들이 휴가를 가기 전 프랑스 ‘생 트로페’, 이탈리아 ‘포르토피노’ 등 유명한 휴양지에서 선보이는 각 컬렉션은 패션과 마찬가지로 주제가 있다. 각 컬렉션에 소개되는 제품은 한 점씩만 만들어진다. 누군가 이미 선점했다면 웃돈을 주더라도 똑같은 피스를 만들 수 없을 만큼 ‘희소성’이 중요하다. 하이 주얼리의 또 다른 특징은 원석에 맞춰 디자인한다는 점이다. 옷이나 가방이 디자이너의 철학이나 콘셉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과 다르다. 진귀한 오팔을 구했다면 그 오팔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디자인으로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올해 까르띠에가 선보인 하이 주얼리 컬렉션 ‘앙 에킬리브르’(En Equilibre)의 카파야테(Cafayate) 목걸이는 원석 중심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프레드의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인 ‘1936, 솔레이 도르 선라이즈’(Soleil d’Or Sunrise)에서 옐로 다이아몬드를 이용해 소개한 목걸이도 하이 주얼리에서 원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원석의 중요성은 자연스럽게 하이 주얼리를 자산의 일부로 여기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지난 2020년 핑크 다이아몬드 채굴로 알려진 호주의 아가일 광산은 문을 닫았다. 영국의 광물 채굴 및 판매사인 젬필즈(Gemfields)의 보고서에 따르면 루비의 주 산지인 미얀마와 모잠비크 등에서는 산출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점점 채굴이 어려워지고, 가치는 높아지면서 자산으로서 원석의 매력은 상승하고 있다. 불황이 계속되고 경제가 어려울 때 타격을 많이 받는 계층은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중산층인 경우가 많다. 초고소득층은 오히려 불황에 돈을 더 버는 일도 왕왕 있다. 다이아몬드·사파이어·골드·에메랄드·루비 등의 최고급 원석으로 만들어지는 하이 주얼리는 대개 가격이 몇억원부터 시작하고,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 피라미드상에서 최상단에 있다. 하이 주얼리의 고객은 경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계층인 셈이다. 결혼반지로 ‘인기’…패션 브랜드도 비중 늘려하이 주얼리의 인기를 경기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주얼리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한몫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중장년층에게 보석은 결혼할 때 구매해 집 안에 고이 모셔놓는 존재다. 요즘 소비자는 주얼리도 자신의 취향을 나타내는 하나의 요소라고 여기고 스타일에 따라 주얼리를 구매한다. 예물 반지로 무조건 ‘다이아몬드 반지’를 택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최근 결혼하는 부부는 유명 브랜드의 반지를 선호한다. 취향을 드러내면서 일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결혼반지로 특히 인기 있는 부쉐론의 ‘콰트로’, 까르띠에의 ‘러브’와 ‘트리니티’의 매출에 본사도 깜짝 놀랄 정도다. 인기 브랜드의 지형도 바뀌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까르띠에·불가리·티파니 등 결혼반지로 유명한 3대 브랜드 외에도 몇 년 전부터 반클리프 아펠·프레드·쇼메·부쉐론·다미아니·그라프 등의 인기가 높아졌다. 하이 주얼리가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며 루이비통·디올·샤넬 등의 패션 브랜드도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하이 주얼리의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국내 소비자의 취향과 매출이 알려지면서 각 브랜드의 본사에서는 한국 소비자를 잡기 위해 한국에서 우수고객(VIP) 행사를 열거나 한국에서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소개하는 일도 잦아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유럽이나 중국에서 주로 선보였던 사실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하이 주얼리는 국내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소개됐지만 국내 고객의 눈을 사로잡지 못했다. 하이 주얼리를 구매하더라도 유럽이나 홍콩처럼 착용하고 나갈 사교 행사도 턱없이 적었다. 점차 주얼리에 대한 인식이 유연해지면서 각 브랜드에서는 VIP 행사를 통해 VIP가 하이 주얼리를 과시할 기회를 제공한다. 필자가 참석한 주얼리 브랜드 VIP 행사에서 자사의 주얼리를 개성 있게 착용한 고객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영국 패션 전문 매체 ‘더 비즈니스 오브 패션’(BoF)에 따르면 향후 몇 년간 주얼리 매출은 패션 매출의 4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8년까지 주얼리는 매년 약 5.3~5.6% 성장할 전망이다. 럭셔리 브랜드의 성장이 다소 주춤할 거라는 전반적인 예상과 다르게 하이 주얼리의 독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하이 주얼리는 각 브랜드가 최고의 원석으로 숙련된 장인을 통해 만드는 예술 작품이다. 럭셔리 브랜드의 필수 조건인 ‘희소성’과 ‘작품성’을 충족하는 하이 주얼리는 럭셔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프리미엄 패션·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노블레스’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럭셔리 브랜드가 국내에 진출한 초기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명품 시장의 성장과 변화를 가까이서 지켜봐왔다. 현재 브랜드와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며 디엘(DL)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025.1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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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의 최고 히트작 AI와 로봇, 다음 단계는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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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중국 남쪽으로 여행할 계획이라는 중국인 장모씨. 여행 일정을 어떻게 짰냐고 물으니 “‘딥시크’(DeepSeek)에 물어봤다”고 했다. 그가 보여준 화면엔 중국 남부 광시성의 4박 5일 일정이 빼곡히 담겨있었다. 우리가 한때 궁금한 것을 ‘지식인’에게 물어봤던 것처럼 이제 중국에서 어지간한 질문은 모두 딥시크가 답한다.올해 중국 최고의 히트작을 딥시크라고 꼽는데 이의는 없을 듯하다. 이전에도 알리바바의 ‘퉁이첸원’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있었으나 딥시크의 충격은 더 컸다. 챗GPT 수준의 기능을 갖췄음에도 훨씬 저렴하게(게다가 무료로 사용 가능) 만들어진 딥시크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때부터 주목받은 중국의 AI 기술력은 휴머노이드 로봇 열풍으로 이어졌다. 중국 AI 기술을 적용한 로봇들이 경기장에서 뛰어다님은 물론 실제 공장에 투입하며 양산화의 기반을 다졌다. 내년에는 어떤 중국의 첨단 기술이 불쑥 등장할까, 기대와 걱정이 함께 나오고 있다. 중국 경쟁력, AI와 로봇 열풍 속 성장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중국에서 출시된 생성형 AI 딥시크는 오픈AI의 챗GPT와 비견될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았다. 딥시크가 최소한의 AI 칩으로도 개발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에 10% 이상 급락하는 등 세계적으로 여파가 컸다. 중국의 춘제(음력 설) 연휴 직후 첫 업무일인 지난 2월 5일 항저우에 있다는 딥시크 본사를 직접 찾은 적이 있다. 아무런 정보도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 그곳엔 한국은 물론 일본과 홍콩, 중국 등에서 1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결국 딥시크 창업자인 량원평 인터뷰나 기업 내부 탐방은 무산됐으나 그만큼 딥시크에 쏠린 관심을 보여줬던 사례다.딥시크를 필두로 중국 기술 기업들은 생성형 AI 육성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알리바바의 퉁이첸원 ▲바이두의 ‘원신’(어니봇) ▲텐센트의 ‘훈위안’ 등이 대표적이다. 하반기엔 중국 스타트업 문샷AI가 대형언어모델(LLM) ‘키미’를 내놔 또다시 전세계 업계가 들썩였다.중국 기술 기업들은 AI에 막대한 금액을 쏟아붓고 있다. 알리바바는 앞으로 3년간 클라우드와 AI 분야에 38억위안(약 79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에 비해 첨단 기술에 대해선 개인정보나 지적재산권(IP) 분야 규제가 상대적으로 포용적인 것도 중국의 강점이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정책을 주도하니 상대적으로 민간 업체간 협조도 잘 이뤄지는 편이다.중국의 AI 기술이 더 주목받은 점은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급속한 성장이다. 올해 4월 베이징에서는 20여대의 휴머노이드 로봇 참가한 하프마라톤 대회가 열렸는데 마치 사람처럼 뛰어가는 모습에 많은 사람이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8월 개최한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대회는 본격적으로 100~1500m 달리기부터 높이뛰기, 멀리뛰기와 축구, 농구, 격투기 등 다양한 종목이 진행된 ‘로봇 올림픽’이었다.대회가 열렸다는 사실보다 더 놀라웠던 건 휴머노이드 로봇만으로 올림픽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중국의 기업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첨단 기술' 분야 전환, 중장기 경제정책 기조 중국 첨단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놀라움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실제로 AI와 로봇 관련 산업은 물론 금융시장에도 돈이 유입되는 추세다.중국 기술 기업이 주로 상장한 홍콩의 항셍종합지수는 올해 27% 가량 오르며 중화권 상승세를 주도했다. AI 대표 기업으로 분류되는 알리바바의 경우 올해 주가 상승폭이 83%에 달한다.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주도하는 유니트리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유니트리 기업 가치가 500억위안(약 10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중국의 로봇 기술이 실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국내에서도 중국 로봇 관련주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나와서 거래되고 있다.중국은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이에 따른 수요 둔화로 극심한 경기 부진 상태다. 연간(11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제로(0%)일 정도로 경기 침체 속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다. 밖으로는 미국과 관세 전쟁이 진행 중이다.안팎의 불안정에도 중국은 올해 5% 안팎의 경제 성장률 목표 달성을 자신하고 있으며, 최근 발표한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초안에선 2035년 1인당 총생산(GDP)의 중등 선진국 진입을 공식화했다.중국이 경제 성장에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첨단 기술의 성장 때문이다. 지금까지 부동산이나 전통 제조업으로 키웠던 중국 경제를 앞으로는 AI 같은 첨단 분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겠다는 게 중장기 경제 정책의 기조다.물론 이러한 중국의 청사진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중국은 첨단 기술에 대해 미국 등 선진국 의존도가 높은데 중국을 견제하는 통상 환경이 수시로 변하고 있다.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중국 정부가 언제까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이에 비례하는 성과를 거둘지도 미지수다.그렇다고 바로 옆 이웃국 중국의 무서운 성장세를 무시할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중국의 기술 자립도가 높아질수록 대중 수출은 물론 첨단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마침 한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고 여러 지정학적 정세에 따라 최근 한·중 관계가 개선의 신호를 찾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협력과 경쟁을 통해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25.12.14 11:00

4분 소요
자동차 빅딜 ‘연타석 홈런’...진격의 LG엔솔

자동차

완성차 업계가 너나없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을 찾고 있다. 북미와 유럽을 잇는 합작·단독 공장, 전기차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고니켈·원통형·LFP(리튬인산철)까지 아우르는 제품군 등이 맞물리면서다. LG엔솔의 몸값이 날로 높아지면서, 업계에서는 '진격의 LG엔솔'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완성차 러브콜 잇따라LG엔솔의 저력은 완성차 빅딜에서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다. 지난 2023년 10월 LG엔솔은 토요타 미국법인과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파우치형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해 토요타의 북미용 배터리 전기차(BEV)에 탑재하는 조건이다. 토요타는 2030년까지 연간 최대 350만대 BEV 생산을 목표로 잡고 있다. LG엔솔은 해당 계약으로 혼다에 이어 두 번째 일본 완성차 고객을 확보했다. LG엔솔은 GM·포드·스텔란티스 등 북미 주요 완성차에 더해 토요타·혼다·현대자동차그룹과 모두와 협력하는 업체가 됐다.LG엔솔은 멈추지 않는다. 지난 7월에는 6조원 규모에 이르는 초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냈다. 단일 계약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 역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고객사는 미국 대표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LG엔솔은 자동차용이 아니라 ESS에 들어가는 LFP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 8월 1일부터 2030년 3월 31일까지다. 여기에 메르세데스 벤츠 물량이 더해졌다. LG엔솔은 12월 벤츠와 2조601억원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공급 지역은 유럽과 북미다. 계약 기간은 2028년 3월부터 2035년 6월까지다. 이는 2024년 10월(50.5GWh), 2025년 9월(총 107GWh) 등 앞서 체결된 세 건의 공급 계약에 이어지는 추가 물량이다. 이 때문에 2028년 이후 벤츠 전기차 라인업에서 LG엔솔 비중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북미 완성차와의 합작도 공격적이다. LG엔솔은 GM과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Ultium Cells)를 설립해 미국 오하이오와 테네시에서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해당 공장은 내년 1월 5일부터 약 6개월간 가동을 멈추지만, LG엔솔이 선제적인 대미 투자로 미국 내 다수 생산 설비를 이미 구축한 만큼 ‘기초 체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혼다와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연간 40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했다 총 44억달러(약 6조원)이 투자됐다. 해당 공장은 올해 말 설비 설치를 끝내고 양산을 계획 중이다. 공장이 가동될 경우 고성능 순수 전기차 약 50만대 분량의 배터리 생산이 가능해진다.현대차·기아와는 미국 조지아주에 합작공장을 세워 연간 30GWh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북미 지역만 놓고 보면 LG엔솔은 ▲미시간주 ▲오하이오주 ▲테네시주 등 8개의 생산 거점을 갖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는 ‘우려’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는 배터리 업체들에 ‘시험대’가 됐다. 이런 상황 속 LG엔솔은 상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먼저 전기차 부문에서는 차량 세그먼트별로 배터리 솔루션을 세분화해 대응한다. 고출력·급속충전이 요구되는 고성능 차종에는 파우치형 '하이니켈 NCMA' 배터리와 니켈 함량을 94% 이상으로 높인 원통형 46시리즈를 적용한다. 표준형 모델에는 고전압 미드 니켈 제품을 공급해 에너지 밀도와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중저가급 모델에는 연말 양산을 앞둔 LFP 파우치형 제품을 투입한다. 여기에 향후 건식 전극 기술을 더해 가격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NCM·LFP·LMR 등 다양한 라인업에 더해 파우치형·원통형·각형까지 모든 폼팩터를 공급할 수 있는 ‘풀 라인업’ 체제를 갖추는게 LG엔솔이 그리는 청사진이다.ESS 분야 주도권 강화도 나선다. ESS 사업에서는 셀부터 시스템 운영·관리까지 전 단계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롱파우치형 폼팩터 기반 고밀도·고집적 셀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용량을 키우고, 단위당 비용을 낮춘 신제품을 개발 중이다. 2027년까지는 각형 기반 LFP ESS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충북 오창 공장에는 ESS 전용 LFP 라인을 구축해 2027년 양산을 시작하는 계획도 공개했다. 고니켈 삼원계(하이니켈)와 함께 LFP까지 포트폴리오를 늘리며, ‘프리미엄 전기차–보급형 전기차–ESS’를 모두 커버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물론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는 장기전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로 인한 가격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추세다. 특히 LFP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거세다. LG엔솔이 ESS용 LFP부터 시작해 보급형 전기차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려 하는 것도 이 경쟁 구도 속에서 해법을 찾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현지 생산 확대도 양날의 검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현지 보조금이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건 맞지만, 동시에 미국·유럽의 인건비·에너지 비용, 환경 규제, 노조 변수 등 새로운 리스크도 안게 된다. 완성차의 생산 계획이 바뀌거나, 보조금 제도가 수정되면 합작공장의 가동률·수익성은 곧바로 영향받게 된다.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서구 지역은 주로 삼원계 배터리를 많이 활용하는데, 삼원계 배터리는 LG엔솔의 주력이기 때문에 주목 받는 것”이라며 “다만,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선 충분히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5.12.14 10:00

4분 소요
체질 개선·신뢰 회복 과제...‘리스크 관리’ 시험대 오른 엄주성 [CEO열전]②

증권 일반

금융감독원이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을 대상으로 해외투자 영업 실태 점검에 착수하면서, 리테일 시장 최강자로 꼽혀온 키움증권이 리스크 관리와 신뢰 회복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 고환율·고변동성 기조 속에서 해외투자 거래가 급증한 만큼, 수수료·환율 고지 체계부터 파생상품 판매 관행까지 전반적인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는 평가가 나온다.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초 키움증권에 대한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당국은 ▲해외투자 마케팅 적정성 ▲환전 수수료 및 환율 적용 기준의 투명성 ▲외환 리스크 관리 체계 ▲통합증거금 운영 방식 등 리테일 고객 거래에 직결되는 영역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최근 고위험 파생상품 관련 불완전판매 논란이 다시 부각된 만큼, 증권사들의 공격적 마케팅이 존재했는지 여부도 점검됐다.특히 정부와 금감원은 고환율 국면에서 해외주식 환전 수요가 오전 9시에 집중되며 환율을 왜곡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당국은 통합증거금 시스템 운영 실태도 면밀히 확인했다. 키움증권은 국내 주식 거래대금 점유율 1위를 장기간 유지하며 리테일 시장에서 확고한 지배력을 확보해 왔다. 해외주식 거래 역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개인투자자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규모 성장’에서 ‘질적 성장’ 요구받아다만 리테일 중심 구조가 확대된 만큼 리스크 관리 취약성이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주식·해외선물처럼 변동성이 큰 상품 비중이 커지면서 고객 손실 위험이 구조적으로 확대됐고, 환전 수수료와 환율 적용 방식의 불투명성은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파생형 상품 마케팅 확대는 규제 변화에 민감하게 흔들릴 수 있고, 통합증거금 시스템 운영 방식이 시장 충격을 증폭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리테일 강자라는 지위는 공고하지만, 그만큼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키움증권은 기존의 ‘거래량 기반 성장 모델’을 넘어, 지속 가능한 리스크 관리 체계와 소비자 신뢰 확보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해외투자 플랫폼 전면 개선 필요엄주성 대표 취임 이후 키움증권은 리테일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자은행(IB)·대체투자·기업금융 확장 전략을 강화해 왔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IB 인력을 대폭 확충했고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인가를 확보해 조달 기반을 다변화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체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발행어음은 조달 규모 확대가 곧 위험자산 투자 확대 가능성과 연결되는 만큼,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 사업 진출은 조달력 확대로 이어지지만, 동시에 리스크 감내 능력과 내부통제 체계가 강화되지 않으면 부메랑이 될 수 있다”며 “이번 금감원 점검은 키움증권의 내부 시스템 수준을 외부에서 검증하는 첫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장 점검을 계기로 키움증권이 수수료 구조·고지 방식·위험 안내 체계 등을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우선 환전 수수료 및 기준 환율 고지 방식의 투명성이 높아지면 소비자 불만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파생상품의 위험도에 대한 설명 강화, 고위험군 상품의 자율 차단 기능 도입 등도 실효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통합증거금 시스템의 운영 개선은 단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시장 안정성과 신뢰 확보의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환전 수요 집중과 환율 변동성 확대를 막기 위한 알고리즘 기반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금감원의 이번 현장 점검은 제재 목적보다는 증권사 내부 시스템과 소비자 보호 체계를 재정비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키움증권이 이를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을 경우 리테일 1위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반면 환전·수수료·파생상품 마케팅 등 반복되는 논란이 지속될 경우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키움증권은 거래 규모와 플랫폼 경쟁력에서 업계 최상위권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지금 회사가 요구받는 핵심 과제는 리스크 관리·내부통제·투명성 강화로 이어지는 질적 전환이다. 결국 엄 대표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조직 체계를 재정비하느냐가 키움증권의 중장기 전략과 시장 내 위상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투자 시장이 커질수록 고객은 플랫폼의 안정성과 투명성에 더욱 민감해진다”며 “리테일 1위 사업자인 키움증권은 고객 보호 기준을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준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5.12.14 09:00

3분 소요
카드 결제 수수료, 이제 ‘인하’ 아닌 ‘개편’ 필요할 때 [스페셜리스트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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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통령 선거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나왔던 정책이 있다. 바로 카드 수수료율이다. 지난 18년 동안 14차례 카드 결제 수수료율의 변화가 있었다. 또한 2012년부터는 업종별 카드 수수료율을 적용하던 것을 가맹점별 연매출액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엔 이상할 만큼 조용하다. 그 이유는 카드 결제 수수료율이 더 이상 내려가기 힘들 정도로 낮아져서다. 카드 결제 수수료율은 다른 페이서비스와 비교해서도 낮고, 배달 수수료율 보다도 훨씬 낮기 때문에 더 이상 관련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해 국민이 부담을 덜게 된 금액은 상당하다. 2012년 말 개편으로 3300억원, 2015년 6700억원, 2018년 1조4000억원, 2021년 6900억원, 2024년 말 개편으로도 30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했다.하지만 이 부담 경감은 결국 카드사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카드 결제 중개 사업’은 이미 적자를 보고 있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카드론(현금 대출)으로 수익을 메워왔지만, 대출은 확대할수록 연체와 부실 위험이 커진다. 최근 카드사들이 카드론 규모를 줄이는 이유다.“카드 수수료 법으로 정하는 나라, 한국뿐”문제는 카드 수수료율을 법으로 직접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카드 수수료를 법에 명시한 국가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차라리 제도를 폐지하거나, 어려우면 상한선만 두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는 카드 수수료를 '적격비용'이라는 이름으로 산정하고 있다. 적격비용이란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승인·정산비용 ▲마케팅비용 등을 더해 계산하는 구조다.하지만 문제는 비용이 늘어도 수수료율에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금리가 오르면 카드사의 자금 조달 비용도 증가하지만, 상한제가 있어 수수료에 반영하기 어렵다. 연체율이 오르거나 부실 위험이 커져도 마찬가지다.온라인 결제가 보편화되면서 카드사가 부담하는 승인·정산비용 역시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카드 결제가 이뤄질 때마다 결제 승인과 정산을 중개하는 부가가치통신사업자(VAN)에게 상당한 수수료를 지급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결제 비중이 대폭 늘어나면서 이 비용 역시 이미 상당 수준까지 인하된 상태다. 즉, 카드사 입장에서 승인·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줄일 수 있을 만큼 이미 충분히 줄였고, 구조적으로 더 낮추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도달해 있다.일반관리비용 역시 마찬가지다. 카드사들은 수년간 이어진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그 결과 지점 통폐합, 인력 감축, 조직 슬림화 등을 통해 인건비와 영업비용을 지속적으로 축소해 왔다. 카드업계 전반에 걸쳐 비용 절감 기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일반관리비용 절감은 서비스 질 저하나 추가적인 인력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현실적인 여력이 크지 않다.마케팅비용도 크게 줄어든 영역이다. 과거 카드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할인 서비스나 포인트 적립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카드사들은 이러한 마케팅 지출을 급격히 축소하고 있다. 그 결과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예전처럼 카드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추가 혜택을 누리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마케팅비용은 단순히 광고비가 아니라, 사실상 소비자에게 직접 돌아가는 혜택으로 쓰이는 돈이다 보니, 이 부분의 축소는 곧 소비자 권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이처럼 각종 비용을 모두 감안해 원가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2024년 기준 카드사가 감당할 수 있는 최저 카드수수료율은 약 1.92% 수준으로 추정된다. 즉, 카드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최소한의 수수료가 이미 현재 수준에 근접해 있다는 의미다. 특히 소비자 혜택에 해당하는 마케팅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카드사의 비용 구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자금조달비용과 위험관리비용이다. 카드사는 예금을 받을 수 없는 구조여서 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영향을 받으며, 연체율이나 경기 침체가 심화될수록 대손 비용 부담도 함께 커진다.이러한 이유로 정부 역시 더 이상 카드 수수료를 낮출 곳이 거의 없다는 현실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카드 수수료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3년마다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왔지만, 최근에는 이 주기를 6년으로 늘렸다. 이는 단기간 내 추가적인 인하 여지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또한 최근에는 수수료를 산정할 때 단순한 연도별 통계가 아니라 ‘장기평균부도율’과 같은 지표를 활용해 경기 변동까지 반영하는 방식으로 계산 구조가 바뀌었다. 이는 일시적인 경기 악화나 금융 위기 상황에서도 카드사가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보완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카드사에만 불리한 규제세제 측면에서도 카드 수수료 제도는 폐지하거나 상한선만 두는 방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가맹점 입장에서 보면 카드 단말기를 설치한다고 해서 반드시 비용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 제도’ 때문이다. 부가가치세법에 따르면,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신용카드나 전자결제수단으로 대금을 받거나 현금영수증(연 매출 10억원 이하)을 발급한 경우, 2026년 12월 31일까지 연간 1000만원 한도 내에서 결제금액의 1.3%를 세금으로 환급받는다. 다시 말해 연매출 10억원 수준까지의 가맹점은 카드 수수료로 낸 돈보다 세액공제로 돌려받는 금액이 더 많을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정부 역시 공식 자료를 통해 밝히고 있다. 또한 이를 ‘우대 수수료’라고 부르기도 애매한데,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카드 거래가 늘어날수록 정부의 세금 환급 규모도 커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카드 사용 비중이 특히 높은 나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50%, 최종 소비지출의 78%가 카드 결제로 이뤄지고 있어 세금 환급 규모 또한 매우 크다.빅테크의 페이서비스와 비교해 보더라도 카드 수수료 제도는 폐지 또는 상한제가 필요하다. 현재 페이서비스에는 별도의 수수료 규제가 없어, 카드사와의 형평성이 맞지 않으며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구조다. 카드사는 금융회사로서 각종 금융 규제를 받지만, 페이서비스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다. 동일한 결제 서비스라면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빅테크 페이서비스를 카드사와 같은 수준으로 규제하거나, 반대로 카드 수수료 규제를 해제해야 한다. 만약 페이서비스 규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카드 수수료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페이서비스는 단순 결제뿐 아니라 주문 관리, 배송, 교환 등 다양한 기능을 함께 제공하므로 수수료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신용카드 역시 결제 중개에 대한 수수료일 뿐, 본질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사업 구조는 아니다. 실제로 페이서비스 수수료는 카드 수수료보다 2배에서 많게는 6배까지 높지만, 규제가 없기 때문에 이를 제어할 수단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지급결제 환경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한 데 이어, 소비자 편의를 이유로 다른 카드사들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 기업이 시장에 들어올 때가 아니라, 오히려 국내 금융회사가 높은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유럽·일본에서는 카드 거래액의 0.15%를 애플에 지급하고, 중국은 0.03~0.07%, 영국은 0.02~0.03%를 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카드사들이 카드 수수료 외에도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단말기 설치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더 나아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통화 주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한다면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주체인 카드사가 발행과 유통을 담당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일반 기업에 맡길 경우 자금 이탈(코인런), 보안 문제, 신뢰 붕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운영하더라도 결국 수수료 문제는 피할 수 없게 된다.한편 지급결제 시장의 변화는 국내 카드사에게 해외 진출의 기회이기도 하다. ▲비자 ▲마스터카드 ▲아멕스 ▲JCB ▲유니온페이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사가 이미 존재하지만, 국내 카드사는 아직 세계적인 결제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환경 변화에 따라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카드사는 글로벌 유통망과 연계한 카드 상품을 출시할 수 있고, 은행 계열 카드사는 국내 브랜드를 앞세운 K-카드 모델로 진출할 여지도 있다. 애플페이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 들어온다는 것은, 역으로 우리 카드사들도 해외 시장으로 나갈 기회가 열린다는 의미다. 카드사는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서도 기술 경쟁력이 높은 업종이다. 따라서 브랜드사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과정에서도 가맹점 수수료는 중요한 수익원이 된다. 결국 현재와 같은 카드 수수료 구조는 유지되기 어렵고, 폐지하거나 상한선만 두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필자는 금융·통화정책과 지급결제 시스템을 연구해 온 금융경제 전문가다. 지난 2009년부터 한성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카드산업·핀테크·중앙은행 정책과 금융규제 개편을 주요 연구 주제로 다뤄왔다. 금융시장 구조와 소비자 보호 이슈에 대해 활발히 언론 기고와 정책 제언을 해왔으며, 현재는 한국신용카드학회 부회장 겸 편집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화폐금융론」,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위한 인공지능이론」, 「신용카드의 이해」 등이 있다.

2025.12.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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