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언젠가 아이를 낳는다면, 가장 먼저 가입할 상품일 겁니다.”카카오뱅크 ‘우리아이통장·적금’을 기획한 조관웅 수신서비스팀 매니저는 자신이 만든 상품을 이렇게 소개했다. 카카오뱅크의 우리아이통장·적금은 부모가 미성년 자녀 명의로 개설 가능한 키즈금융 상품이다. 그는 부모들이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 누구보다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 결과는 분명했다. 지난 9월 서비스를 출시한 뒤, 한 달 만에 가입자 10만명을 넘겼다. 출시 3개월을 앞둔 현재 이용자 수는 3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돈을 모으는 모든 출발점이 수신입니다”카카오뱅크 수신서비스팀은 ▲돈을 모으고 ▲굴리고 ▲불리는 금융의 출발점인 수신 상품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조 매니저는 이 팀에서 서비스 정책을 기획하며, 우리아이 프로젝트의 일정 전반을 총괄하는 프로젝트매니저(PM) 역할을 맡았다.2022년 카카오뱅크에 합류한 그는 이전에는 카카오뱅크의 청소년 전용 서비스 ‘mini’의 가입 가능 연령을 만 7세까지 낮추는 작업을 담당했다. 이 경험은 자연스럽게 ‘키즈금융’ 프로젝트 도전으로 이어졌다. 우리아이 서비스 논의가 시작된 시점은 2023년 말, 그리고 출시까지는 약 2년이 걸렸다. 특히 아빠와 엄마가 동시에 자녀 계좌를 관리하는 구조는 기존 금융권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였다.조 매니저는 “2023년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이 개편되면서 비대면에서도 부모가 자녀를 위해 통장을 개설해 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면서 “타 은행과 차별화를 위해 많은 시간 고민했고, 부모가 자녀의 통장을 볼 수 있는 기존과는 다른 성격의 서비스를 출시하다 보니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우리아이 상품 기획자 전원이 ‘무자녀’ 상태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이 검증해야 했다는 게 조 매니저의 설명이다. 주변 기혼 동료와 지인들에게 수차례 자문을 구했고, 상품 출시 후 “정말 편하다” “이게 필요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아이’ 통장이지만…‘부모의 사용성’에 집중‘왜 이렇게까지 번거로워야 하지?’ 우리아이통장·적금은 이같은 질문에서 시작됐다. 기존 자녀 명의 계좌는 개설부터 관리까지 번거로웠다. 가족관계증명서 제출·영업점 방문·자녀 인증서 발급은 기본이고, 계좌를 관리하려면 부모 앱에서 로그아웃한 뒤 자녀 인증서로 다시 로그인해야 했다.카카오뱅크는 이 불편함을 구조적으로 재설계했다. 부모가 자신의 휴대폰에서 자녀 계좌를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공동 참여 구조’를 설계했고, 가입 과정은 챗봇 ‘쬬르디’와 대화하듯 진행된다. 조 매니저는 “카카오뱅크 수신상품 중 챗봇 형태로 가입이 가능한 것은 우리아이 서비스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 블로그, 맘카페 등에서 고객 반응을 모니터링하면, 챗봇 형태의 통장 개설 과정이 매우 편리하다는 후기를 보고 매우 뿌듯했다”고 말했다. 우리아이통장·적금의 이용자 수는 출시 약 3개월만에 3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초기 목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이용자 특성도 뚜렷하다. 실제 30대 중반에서 40대 부모 고객이 많이 가입하고 있으며, 고객 중 부모 비중을 보면 엄마 고객이 70%, 아빠 고객이 30% 수준이다. 조 매니저는 “눈에 띄는 부분은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통장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가장 많고, 실제로 출생 다음 날에 개설된 경우도 많다”면서 “현재는 영유아부터 초등학생, 중학생까지 폭넓은 연령대가 고르게 가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숫자에 감성을 더하다…‘육아일기’ 대신하는 통장우리아이통장에는 숫자만 남지 않는다. 부모들이 작성하는 ‘육아일기’에 착안해 해당 서비스를 구성했다. 부모는 통장 입·출금 시 ‘첫 걸음마 한 날’, ‘처음 받은 세뱃돈’ 같은 메시지를 함께 남길 수 있다. 통장이 자연스럽게 가족의 기록장이 되는 셈이다.조 매니저는 “미성년자 금융 시장은 ‘이성적 편의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장이라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아이 통장을 대신 만들어주는 기능’에 그치지 않고, 금융 경험 속에서 부모와 아이의 감정적 연결이 자연스럽게 쌓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가 성장했을 때 부모가 남긴 메시지를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는 통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의 계획은 분명하다. 우리아이통장과 적금은 시작일 뿐이다. 향후 펀드 등 금융상품 확장은 물론,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생활 서비스까지 ‘우리아이 생태계’ 안으로 담아낸다는 구상이다.조 매니저는 “우리아이 생태계는 이제 ‘첫 삽’을 뜬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부모의 숫자만큼이나 자녀의 금융 관리에는 다양한 니즈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부모는 차곡차곡 저축해주고 싶은 반면, 어떤 부모는 투자를 하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며 “고객들의 이러한 다양한 니즈를 충족할 수 있도록 금융상품들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매니저는 다시 한 번 ‘이 통장을 받게 될 아이 고객’을 떠올렸다. 그는 “훗날 자녀가 이 통장·적금을 받았을 때, 엄마 아빠가 나를 위해 소중히 모아준 그 흔적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이를 위해 엄마·아빠, 더 나아가 자녀까지 가족에게 의미 있는 금융 여정을 카카오뱅크와 함께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