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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 상실’ 우려 종식한 선구안…유영상 SKT 대표, AI 도약 통했다

[韓 ICT 미래 이끌 통신 3사 CEO]①
‘인적분할’ 직후 수장 임명…취임 때 제시한 SKT 2.0, 순차 구현
‘AI 컴퍼니’ 도약, 자체 역량 강화·글로벌 협력으로 성과 ‘뚜렷’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사장)는 ‘변곡점’이 나타날 시기 취임했다. SK텔레콤(존속회사)과 SK스퀘어(신설회사)로 인적분할이 이뤄질 때 경영권을 쥐었다. 2021년 11월 1일, SK스퀘어를 떼어낸 존속회사의 수장 자리를 맡은 터라 당면한 과제가 산적했다.

SK스퀘어엔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다수의 기업이 포함됐다. 당시 ▲원스토어(앱 스토어) ▲11번가(커머스) ▲ADT캡스(융합보안) ▲티맵모빌리티(모빌리티) ▲웨이브(OTT) 등이 SK스퀘어 산하로 자리를 옮겼다. 기존 SKT 내에서 신사업으로 불렸던 분야를 담당한 곳들이다. 존속회사 SKT엔 사실상 통신 사업만 남은 구조라 시장에선 곧장 ‘성장 동력 상실’이란 우려가 나왔다. 유 대표가 견뎌야 하는 ‘왕관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던 셈이다.

유 대표가 취임과 동시에 ‘SKT는 성장할 수 있다’라며 시장설득에 나선 배경이다. 그는 수장 자리에 오르자마자 회사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간담회 ‘타운홀 미팅’을 열고 ‘SKT 2.0’이라 불리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SKT는 1등 서비스 컴퍼니라는 엄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 가치 창출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메시지도 던졌다.

구체적인 비전도 제시했다. 3대 핵심 사업 영역을 ▲유무선 통신 ▲디지털 인프라 서비스 ▲인공지능(AI) 서비스로 규정하고, 각 영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단 전략을 내놨다. 이를 통해 2025년엔 매출을 22조원으로 성장시킬 수 있단 자신감도 내비쳤다.

2년 6개월이 지났다. 취임 때 제시했던 목표는 순차적으로 현실에 구현되고 있는 모양새다. 윤 대표는 앞서 제시한 비전에 더해 ‘신성장 사업’에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을 추가하기도 했다. 경영을 본격화한 지 1주년을 맞이했을 땐 SKT 2.0을 구체화해 ‘AI 컴퍼니 전환’으로 재정립한 바 있다. “본업인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연결 기술에 AI를 더하는 SKT만의 차별화된 AI 컴퍼니로 도약할 것”이란 취지다.

SKT는 AI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해 ▲핵심 사업을 AI로 재정의 ▲AI 서비스로 고객 관계 혁신 ▲인공지능 전환(AIX)을 3대 추진 전략으로 내걸었다. 회사는 또 각 사업부 특색에 맞춰 3대 추진 전략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추진하겠단 계획도 내놨다.

챗GPT 등장 전 제시한 ‘AI 컴퍼니’ 도약 비전

유 대표가 ‘AI 컴퍼니’ 도약을 목표로 제시한 시점은 미국 기업 오픈AI(Open AI)가 챗GPT(Chat GPT)를 내놓기 한 달 전이다. 챗GPT 등장 이후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개발 열풍이 불었다. 세계 빅테크를 중심으로 챗GPT와 유사한 서비스 개발에 나섰고,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다. 초대규모 AI(Hyperscale AI) 혹은 대형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로 불리는 기반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다양한 편의 서비스도 마련됐다. 검색과 생성형 AI가 결합하거나 업무 효율성을 높일 솔루션이 등장한 식이다.

생성형 AI 열풍이 거세질수록 유 대표의 ‘선구안’이 탁월했단 평가가 나왔다. 챗GPT 등장 전부터 ‘AI 컴퍼니’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조직을 정비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SKT가 생성형 AI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단 분석이다. SKT가 챗GPT 등장 이전부터 준비해 온 다양한 서비스는 생성형 AI 시장 확대와 맞물리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SKT는 실제로 2022년 5월 오픈 베타로 내놓은 ‘에이닷’(A.)을 생성형 AI 열풍에 맞춰 발 빠르게 고도화해 2023년 9월 정식 출시했다. 애플리케이션(앱) 콘셉트는 기존 ‘성장형 AI 서비스’에서 ‘AI 개인비서 서비스’로 확장됐다. 에이닷 정식 출시 후 회사는 ▲아이폰 통화 녹음·요약 ▲통화 중 실시간 통역 등을 추가하면서 점차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AI 앱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에이닷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023년 1월 37만명에서 같은 해 12월 125만명으로 237.6% 증가할 정도로 빠르게 일상을 파고들었다.
SKT의 ‘에이닷’(A.) 통화 중 실시간 통역 기능 설명 이미지. [사진 SKT] 

글로벌 ‘새판’ 짜는 유영상號

SKT는 글로벌 연합을 통한 AI 역량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에이닷 정식 출시와 함께 발표한 ‘AI 피라미드 전략’에 따른 협력이다. 윤 대표는 당시 구체적으로 ▲AI 인프라 ▲AI 융합(AIX) ▲AI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자체 역량을 고도화하면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추진하겠단 전략을 제시했다. AI 관련 투자 비중도 과거 5년(2019년~2023년) 12%에서 향후 5년간(2024년~2028년) 33%로 약 3배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유 대표의 이런 구상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를 통해 현실화했다. 세계 굴지의 통신사와 AI 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한 합작법인(Joint Venture) 설립 추진에 나섰기 때문이다.

SKT는 MWC에서 본격적인 활동 시작을 알린 글로벌 통신사 AI 연합체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의 창립 멤버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SKT 외에도 도이치텔레콤·이앤(e&)그룹·싱텔그룹·소프트뱅크가 이 연합체에 함께한다. 이들은 ‘텔코 LLM’(통신사 특화 거대언어모델) 개발에 나설 계획을 MWC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한국어·영어·일본어·독일어·아랍어 등 5개 국어를 시작으로 전 세계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다국어 LLM 개발이 목표다. 창립총회엔 유 대표와 함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참석, AI 컴퍼니 도약 비전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 대표가 AI와 함께 ‘미래 먹거리’로 삼은 UAM 영역에서도 경쟁력 확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SKT는 지난해 6월 UAM 기체 제조사 조비 에비에이션에 1억 달러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양사는 이를 기반으로 연내 전남 고흥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에서 진행되는 실증사업 1단계에 참여한다. 조비 기체(S4)를 활용해 ▲통합 정상 운용 ▲소음 측정 ▲비정상 상황 대응 능력 ▲충돌 관리 등 비행 시나리오별 운항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왼쪽부터)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회장, 클라우디아 네맛 기술혁신담당이사, 하템 도비다 이앤그룹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위엔콴문 싱텔그룹 CEO,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이다 다다시 소프트뱅크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가 MWC 2024 SKT 부스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만들고 AI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사진 SKT]

유 대표의 그간의 경영은 ‘성장 동력’ 마련으로 축약된다. AI를 주력 사업으로 일찍이 점찍고 경쟁력을 강화한 점은 ‘생성형 AI’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를 기반으로 실적 성장을 이뤘다는 점도 시장 주목을 받고 있다. SKT는 특히 이동통신 3사(KT·LGU+) 중 2023년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유일하게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SKT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7조6085억원, 영업이익 1조75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8%, 8.8% 증가한 수치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KT는 2.4%, LG유플러스는 7.7% 감소한 점과 사뭇 대조된다.

SKT는 성장 비결로 ‘AI 피라미드 전략’을 꼽았다. AI 데이터센터·AI 엔터프라이즈·AI 반도체 등 AI 컴퍼니 추진에 따라 강화하고 있는 사업 부문에서 성과가 나타나면서 성장을 이뤘단 설명이다. 특히 AI 인프라 사업 내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30% 증가하며 실적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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