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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절 다 갔다’…실적 악화에 조직개편 나선 게임사들

[역대급 위기 맞은 게임업계]②
지난해 실적 부진 겪어…조직 개편으로 위기 극복 나서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큰 위기를 맞이한 모습이다.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은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섰다.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발표한 ‘게임업계 실적 부진 원인과 향후 차별화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들(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더블유게임즈·네오위즈·펄어비스·위메이드·컴투스)의 합산 영업이익은 지난 2020년 3조8000억원에서 2023년 2조3000억원으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사들의 실적 부진은 엔데믹전환 이후 게임 이용시간 감소 및 소비 지출 둔화, 신작 출시 공백, 인건비 등 비용 부담 상승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는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 둔화 ▲획일화된 장르와 과금구조 ▲신작 흥행부진과 출시 연기, 인건비 부담증가 등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감소하고 인건비는 크게 늘어

2023년 기준 국내 주요 게임사의 합산 모바일게임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9.2%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야외활동 증가와 경기둔화, 숏폼 미디어 등 수동적 콘텐츠 소비유행, 모바일게임 이용자 및 유료 콘텐츠 소비감소 때문으로 분석된다.

모바일 MMORPG 위주의 게임포트폴리오 역시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 상위권을 점유중인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은 ‘페이투윈’(Pay to Win)과 랜덤 박스시스템을 주로 쓰고 있어 많은 과금을 요구한다. 이는 신규 유저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 유저풀 감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신작들의 부진도 게임사들의 실적 악화에 한 몫을 차지했다. 한신평 관계자는 “신작 흥행 성과를 통해 빨라지고 있는 기존 게임들의 진부화를 상쇄해야했으나, 주요 게임사들의 신작 흥행부진 및 출시공백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재택근무 활성화로 인한 개발효율저하, P2E 게임 등 블록체인·메타버스 기반 게임개발로 인한 개발자원 분산 등으로 신작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한 인건비도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2023년 주요 게임사들의 합산 매출은 2019년 대비 39.9% 증가한반면, 인건비는78.3% 상승했다. 아울러 인건비/매출액 비율 역시 2020년 22.6%에서 2023년 29.9%로 상승한 반면 같은기간 영업이익률은 30.6%에서 16.5%로 급감했다. 이는 온라인플랫폼 성장과 AI·클라우드 서비스발달, 디지털전환(DX) 수요로 국내외 개발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건비 수준도 함께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게임사들은 올해 초부터 조직개편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넷마블은 올해 신임 각자 대표에 김병규 부사장을 선임했다. 김병규 대표는 1974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나와 삼성물산을 거쳐 지난 2015년 넷마블에 조인했고 전략기획, 법무, 정책, 해외 계열사 관리 등 넷마블컴퍼니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업무를 맡아온 ‘전략기획통’이다. 넷마블은 “법무 뿐만 아니라 해외 계열사 관리와 전략 기획 등에도 전문성을 가진 40대 김병규 신임 각자 대표가 넷마블의 새로운 변화와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슨도 올해 이사회를 열고 강대현·김정욱 신임 공동 대표이사를 공식 선임했다. 기존 이정헌 대표는 같은 날 넥슨 일본법인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이하는 넥슨은 약 14년 만에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넥슨 고유의 역량 강화와 사내 문화 개편을 필두로 다음 30년을 위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

강대현 대표는 2004년 넥슨에 입사해 ‘크레이지 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넥슨의 대표 타이틀들의 개발을 맡아 왔으며, 2017년부터는 넥슨의 인공지능 및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연구 조직인 인텔리전스랩스를 이끌었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등 블록체인 기반 신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등 게임 및 신기술 분야에 정통한 인물이다. 2020년부터는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맡아 넥슨의 개발 전략 수립 및 운영 전반을 맡아왔다.

2013년 넥슨에 합류한 김정욱 대표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넥슨의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해왔으며 2020년부터 CCO(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를 맡아 넥슨의 경영지원 및 커뮤니케이션 부문 전반을 이끌었다. 또한 2018년 설립된 넥슨재단의 이사장을 겸임하며 넥슨컴퍼니의 사회공헌 활동을 주도하는 등 넥슨의 기업 이미지 제고 및 사회적 책임 강화에 큰 역할을 했다.

창사 첫 분사 계획 밝힌 엔씨소프트

가장 큰 규모의 조직개편에 나선 곳은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박병무 공동대표 선임과 함께 창사 이래 처음으로 최근 분사 계획을 밝혔다. 엔씨는 1997년 설립 이후 창업자 김택진 대표의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돼왔다. 박 대표 영입에 따라 김택진 대표와 박병무 공동대표 투톱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분사는 본사가 가진 기능과 인력을 나눠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게임업계에서는 엔씨의 결단이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산업 트렌드와 이용자 니즈를 따라잡기에 적절한 방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9일 엔씨 박병무 공동대표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NC 변화 방향성 설명회’를 통해 현재 회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이를 해결할 전략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당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로 입을 뗀 박 공동대표는 이날 각종 성장 전략과 함께 분사를 통한 조직 개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공동대표가 밝힌 분사의 골자는 ‘경영 효율화’다. 본사에 집중돼 있는 우수 인력과 기술력을 독립된 법인으로 나눠 운영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경쟁력 제고를 꾀하는 방향이다. 1997년 스타트업으로 발을 뗀 엔씨는 현재 임직원 수가 5000명이 넘을 만큼 급속하게 성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본사에 인력과 기능이 급격히 집중되다 보니 주요한 의사 결정이 둔화되거나,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부작용을 낳은 것으로 추측된다.

분사 소식을 접한 게임업계에서는 엔씨가 멀티 게임 제작 스튜디오 체제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멀티 스튜디오 체제는 하나의 지붕 아래 다양한 게임 제작사가 공존하는 만큼 짧은 기간 안에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는 방식이다. 넥슨, 넷마블,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유수 게임사들은 이미 멀티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게임을 제작 중이다.

엔씨는 국내 주요 게임기업 중 유일하게 본사 중심의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 방식을 고수해왔다. 인하우스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문화는 높은 품질의 게임 퀄리티를 보장하지만 다양한 작품을 빠르게 제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생존을 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엔씨 입장에서 멀티 스튜디오 체제는 하나의 적절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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