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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슈퍼리치 잡아라"…WM 확대로 활로 모색, 고객 유치 '경쟁 치열'

[초고액자산가를 잡아라] ①
조직 신설‧전담 지점 확대 잇따라…"WM으로 수익 회복"
PF조직은 축소…부동산 투자 추가 손실 가능성 '여전'

국내 대형 증권사가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자산관리(WM) 부문에 힘을 주고 있다. WM은 자산운용(AM) 사업 대비 높은 마진율을 자랑하기에 증권사 입장에선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다. 그간 수익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의 침체가 장기화하자, WM 부문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국내 대형 증권사가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자산관리(WM)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그간 수익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의 침체기가 길어지자, WM 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WM은 자산운용(AM) 사업 대비 높은 마진율을 자랑하기에 증권사 입장에선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라는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 ‘빅5’로 꼽히는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NH투자·KB증권의 지점 수는 281개로, 전년(315개) 대비 34개 줄었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의 국내 지점 수는 69개로, 작년 1분기 78개 대비 9개나 줄었다. 그간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70개가 넘는 지점을 확보하면서 뛰어난 고객 접근성을 자랑해 왔다. 그러나 1년 만에 지점 수가 대폭 줄면서 이제 국내에는 더 이상 70개가 넘는 지점을 확보한 증권사는 사라지게 됐다.

이밖에 NH투자증권의 지점 수는 1년 새 14개(69개→55개)가 줄었다. 그 뒤를 이어 신한투자증권 11개(75개→ 64개), KB증권 6개(75개→ 69개), 한국투자증권 5개(64개→ 59개)씩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점 감축은 국내 증권사에서 보이는 공통된 현상이다. 국내 전체 증권사의 지점 수 총합은 재작년 1분기 835개에서 올해 1분기 735개로 2년새 100개나 감소했다. 증권업계는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고객이 늘면서 지점 통·폐합 등을 통해 점차 지점 수를 줄이는 추세다. 

부촌 등지에 증권사 지점 몰리고, 영업 추진·관리본부 통합

특이한 것은 국내 증권사들이 강남권 등 고액자산가가 많은 부촌에는 오히려 지점 수를 늘리며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대형 증권사의 경우 주요 상업지구·부촌 등지 등에 위치한 고액 자산가를 위한 지점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증권 등은 서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에 집결해 고액 자산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대신증권도 여의도에 대형 금융센터를 열고 기업과 초고액자산가 서비스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관련 투자은행(IB) 조직을 줄이는 대신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WM부문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단행된 WM관련 조직 개편 등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삼성증권의 초부유층 고객 자산관리를 전담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이 금융과 세무, 부동산 등 종합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삼성증권]

지난해 NH투자증권은 기존 프라이빗뱅커(PB)본부와 WM 사업부를 통합하고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PWM) 사업부를 신설했다. 해당 조직은 고소득자산가 대상 서비스에 집중한다. 앞서 2020년 한국투자증권은 초고액자산가 전담조직인 GWM(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KB증권도 2021년 GWS(골드와이즈써밋)본부를 신설해 초고액자산가 맞춤형 자산관리를 위한 팀 단위 고객 관리 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하나증권은 중앙지역본부와 남부지역본부를 신설,지역 영업 활성화를 통한 영업력 극대화로 시장지배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영업 추진과 관리본부를 통합하고 상품별 영업 추진 기능을 강화해 수익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통해 WM부문을 강화했다. WM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WM사업부를 총괄해온 허선호 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WM사업부에는 고객자산배분본부 조직을 배치했다.

한화투자증권도 WM부문의 도약을 위한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기존 WM본부를 WM부문으로 격상하고 산하에는 연금본부와 리테일본부 등 2개 본부와 WM전략실과 플랫폼전략실 등 2개실로 운영하기로 하는 등 관련 조직을 키웠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WM부문은 자산운용(AM) 사업 대비 높은 마진율을 자랑하기에 증권사 입장에선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과거 증권사 실적을 견인했던 PF 관련 손실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며 “WM부문에서 수익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는 분위기는 적어도 내년까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고액자산가가 늘어나고 향후에도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업계에선 WM 강화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은 삼성증권 WM 지점. [사진 삼성증권]

업계에선 국내 증권사의 WM부문 강화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고액자산가 비중이 향후에도 꾸준히 늘어난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이상 100억원 미만을 보유한 자산가 수는 2022년 38만5000명, 2023년 41만6000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100억원이상 300억원 미만을 보유한 초고액자산가도 3만1000명에서 3만2000명으로 증가 추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 영업점은 고액자산가를 위한 장소로 운영되고 있는 추세”라며 “초고액자산가들은 전문적인 정보와 서비스를 중요시하는 측면이 있어 부동산·펀드 등 다양한 분야에 전문가들을 고용해 영업점에서 전문적인 상담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자산관리 분야는 고액자산가를 위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오프라인 채널 증가보다는 전문적이고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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