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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서 못 갔는데”…고물가 특수 누리는 ‘뷔페’

[역대급 ‘푸드플레이션’] ②
뷔페업계, 팬데믹 이후 매출 특수…빕스 40%↑·애슐리 25%↑
외식물가 치솟으면서 각광
“가격 인상 계획은 아직”

애슐리퀸즈 종각점 앞에 손님들이 붐비고 있는 모습. [사진 이랜드이츠]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23일 평일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뷔페 음식점 ‘애슐리퀸즈’ 앞은 오픈 전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어린 아이부터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손님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오픈 전부터 대기하고 있던 박영미(64)씨는 “친구들과 모임을 하기 위해 애슐리에 왔다”며 “다른 식당에서 밥 먹고, 커피 마시는 비용을 생각하면 뷔페에서 자유롭게 여러 가지 음식을 먹으며 오래 있을 수 있어 모임 장소로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의 평일 점심 이용가는 1만9900원이고, 만석 시 이용 시간은 2시간으로 제한된다. 

파인다이닝(고급 레스토랑)에 밀려 외면을 받았던 뷔페식 레스토랑과 무한리필 식당들이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폐점을 할 정도로 몰락의 길을 걸었던 뷔페 레스토랑들이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 중인 상황에서 특수를 누리는 모양새다. 

‘가성비’ 최고…얼마인가 보니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가 운영하는 ‘애슐리퀸즈’의 1~4월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상승했다. ‘피자몰’ 또한 동기간 전년 대비 24% 성장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평일 점심엔 직장인 고객들이 많고, 주말엔 가족 3대가 방문하는 등 가족 고객이 많다”며 “전 연령층이 좋아할 만한 메뉴 구성으로 가족 및 지인 모임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뷔페·무한리필 레스토랑 이용 요금.

애슐리퀸즈의 이용 가격은 성인 기준 ▲평일 점심 1만9900원 ▲평일 저녁 2만5800원 ▲주말·공휴일 2만7900원이다. 피자몰 뷔페 매장은 평일 점심 1만2900원, 주말·공휴일은 1만7900원 가격에 40여 종의 샐러드바 메뉴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의 5월 1~8일 매출과 고객 수는 전월 같은 기간보다 약 40% 늘었다. 5월 2주차까지의 주말 예약이 이미 4월 중순경 마감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주말은 오픈 시부터 디너타임까지 현장 웨이팅이 50~70팀에 달했다”며 “일부 매장에서는 웨이팅이 몰려 오후 5시쯤 현장 대기를 마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높아진 물가 탓에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급스러운 외식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빕스는 평일 점심 3만7900원, 평일 디너 및 주말 공휴일엔 성인 4만7900원에 이용 가능하다. 애슐리보다는 가격대가 높지만 와인과 맥주, 핑거푸드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와인&페어링존’도 이용할 수 있다. 빕스의 인기 등에 힘입어 CJ푸드빌은 지난해 영업이익 45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대치다. 전년 동기 대비 73.6%나 성장한 수치다.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1.2% 늘어난 8447억원을 기록했다.

‘갈비 무한리필’로 유명한 숯불돼지갈비 프랜차이즈 ‘명륜진사갈비’는 가성비 전략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2022년 8월 브랜드 리뉴얼을 한 이후 지난해에만 신규 가맹점 138개점을 출점했으며, 올해 600호점 돌파를 앞두고 있다. 가격은 1만9900원으로 다양한 종류의 고기부터 셀프바·밥·음료수까지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식자재·외식 물가 오르는데…뷔페는 

과거 뷔페는 높은 가격 때문에 주로 특별한 날에만 찾는 곳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물가 상승으로 외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다양한 메뉴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뷔페가 가성비 측면에서 낫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0%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9%)보다 0.1%포인트(p) 높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을 웃도는 현상이 2021년 6월부터 35개월 연속으로 이어졌다. 또 피자·햄버거 등 주요 외식 브랜드가 가격 인상 소식을 속속 발표하며 외식 물가 상승에 동참하고 있다. 

지속된 물가 상승으로 업계는 뷔페의 인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랜드는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신도시·복합몰 위주 출점 전략을 펼치며 가족 단위 소비자를 공략 중이다. 애슐리퀸즈 매장 수는 지난해 말 77곳에서 현재 90곳으로 늘었다. 올 연말까지 매장을 150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3개월마다 샐러드바 메뉴의 30%를 교체해 고객 재방문 주기를 높여 방문객 수를 늘릴 것”이라며 “이랜드이츠의 다른 외식 브랜드뿐만 아니라 이랜드킴스클럽과의 원재료 공동 소싱을 통해 더 좋은 품질의 제철 식재료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소싱해 비용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빕스 은평롯데점 키즈룸. [사진 CJ푸드빌]

CJ푸드빌도 가족 단위 고객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빕스는 나이 기준에 따라 어린이 요금제를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으며 모든 빕스 매장에 어린이 전용 의자와 식기, 색칠용 테이블 매트를 비치했다. 일부 매장에는 아기침대와 수유실까지 마련했다. 최근 오픈한 서울 은평롯데점에는 일반 좌석과 분리된 ‘키즈룸’을 별도로 뒀다. 어린이 친화적인 공간과 서비스에 전용 메뉴까지 내놨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은평롯데점의 경우 인근의 고양시나 서울 마포·서대문구에 거주하는 고객까지 찾아올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뷔페업계도 속사정은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식자재값에 뷔페 이용 요금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지만 가격 인상이 소비자 사이에서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에 쉽게 반영하긴 어렵다. 

뷔페업계 관계자는 “식재료뿐만 아니라 임대료·인건비 등 제반 비용 모두 올라 부담스럽지만 회사 내부에서 감내하는 방향으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가격을 올릴 수 없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요금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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