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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올리는 ‘국민연금 개혁’ 부모님 전상서 [이근면의 시사라떼]

연금 더 많이 걷기 전에 지속 가능한 모든 수단 강구해야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5월 23일 KDI와 한국경제학회가 주최한 '바람직한 국민연금 개혁방안'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제5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와 합리적 연금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근면 사람들연구소 이사장] 아빠 엄마. 올해가 다 지나고 내년이 되면 저도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사회초년생이 됩니다. 취업에 온 정신이 팔린 저는 부쩍 뉴스에도 관심이 커졌어요. 저도 첫 월급 받으면 국민연금을 내야 하는데 얼마 전 뉴스에서 국민연금 공론화 500인 시민대표단이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선택했다 하더라고요. 지금은 월급의 9%를 연금보험료로 내고 65세가 되면 월급의 40%를 연금으로 돌려받는데 연금보험료를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도 50%로 올리는 1안과 연금보험료를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2안 사이에서 1안을 택했다더군요. 정말 걱정이에요. 

요즘 국민연금을 두고 친구들이나 직장인 선배들이 하는 이야기가 이대로 가면 2055년에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고 젊었을 때 실컷 돈만 내고 나중에 받지 못할 바에야 그동안 낸 돈 다 돌려받고 탈퇴하고 싶다고 해요. 이번에 논의 대상이 된 두 가지 안은 각각 기금의 소진 시점을 6년, 7년 늦출 것으로 전망된다는데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처방이라는 건 매한가지인 듯합니다. 여야 간 연금개혁이 갑자기 소득대체율이란 돌부리에 차여 22대 국회로 논의를 미룬다고 하니 저 같은 20대가 보기엔 기성세대가 쟁점을 보는 시각이 참 한가하다는 생각만 드네요. 연금개혁을 왜 한다고 했는지 생각하면 국어 독해력 문제 같아요. 국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수학 과외시키는 꼴이잖아요. 

고통 ‘전담’ 아닌 ‘분담’하는 연금개혁 필요

21대 국회가 뭐라도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통과시키면 그저 6년 늦출 뿐 2061년에 기금이 소진될 것이고 그때부턴 연금을 세금으로 걷어 지급해야 하겠죠. 이것이 개혁의 목표인 것 같아요. 못 받기는 거기서 거기인데! 저희 또래는 수급 개시를 몇 년 앞두고 기금이 소진되는 걸 목도해야 할 테고 내년에 태어날 아이들은 살면서 평균적으로 급여의 29.6%의 보험료율을 부담해야 한답니다. 그럼에도 이번 500인 대표단 중에서 40·50세대가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안에 많이 찬성했다고 하니 자식 입장에선 착잡한 마음뿐입니다. 부모님 세대는 살아있는 동안 기금 고갈에 대한 걱정 없이 연금 혜택을 받겠지만 남겨진 저희는 그야말로 번 돈의 1/3을 국민연금에 쏟아붓느라 허리가 휘어지겠죠. 

솔직히 저도 선배들 말처럼 국민연금에 저의 소득을 갈아 넣고 싶지 않아요. 나도 받을 수 있어야 보험료를 내고 싶지요. 하지만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공적연금의 장점을 잘 살려서 국민의 노후를 가능한 안정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거기에 희망을 걸고 싶습니다. 저희 세대의 눈에 기성세대가 고통을 분담하고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느끼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할 것 같아요.

첫째, 무턱대고 보험료를 더 많이 걷자고 이야기하기 전에 기금의 장기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해 주셔야 합니다. 전 국민이 지금보다 조금 더 일하고, 조금 늦게 연금을 수급하자는 데 동의하는 것이 선행돼야 보험료율 인상을 이야기할 명분이 생긴다고 봐요. 설계 당시에 비해 평균 수명이 20년가량 늘었고 어느덧 100세 시대라니 그때까지 연금이 지급되잖아요. 지금처럼 숫자를 먼저 이야기하는 개혁안은 후세대에 부담을 전가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한국 경제가 눈부신 고속 성장을 지속했을 때는 한 번도 요율을 조정하지 않다가 만성적인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드는 이제 와서 젊은이들에게 더 내라고 하는 것은 납득이 어렵지만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시기를 바랍니다.

둘째, 고통은 우리만 전담할 게 아니라 분담해야지요. 기득권에 대한 양보적 제한이 필요합니다. 지급액을 깎는 것도 대안이잖아요. 지금보다 보험금을 40% 이상 더 내야 된다면 지금 받는 어른들도 비슷하게 30%라도 적게 받아야지요. 활동력이 줄어들고 생활비가 적어지는 초고령자는 급여액을 제한해도 되지 않나요? 재앙에 가까운 지금의 초저출산은 국민연금 개혁에 가장 큰 어려움인 점을 잘 압니다만 이 문제를 피해 갈 수 있는 연금개혁안은 없다고 봅니다. 고통스럽지만 늘어난 기대수명 증가분에 비례한 지급액의 적절한 감액을 통해 (여러 가지 소득별 합리적 대안도 함께) 세대 간 부담의 형평을 맞추는 방안도 함께 논의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셋째, 다른 특수직역연금과의 통합 로드맵과 연계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이미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유지하고 있는 군인연금, 공무원연금과 2040년대 후반에 기금이 고갈될 예정인 사학연금을 그대로 둔 채 국민연금에만 메스를 들이대면 고통 분담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려울 거예요. 특수직역 연금 가입자들이 직무의 특수성과 더 오래, 더 많이 보험료를 낸다는 점을 모르지 않지만 한 해 수조원에 달하는 재정 부담을 마냥 모르는 체하며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긴 어렵다고 봐요.

스웨덴·일본 적게 받고 더 내는 국민연금 시행 중

다만 재정 투입이란 말은 절대 하지 말아 주세요.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돌려막기 하자는 조삼모사 같은 방안을 제시할 거면 폐지하고 우리한테 보험금 받지 말고 지금부터 다 세금으로 지급하면 되잖아요. 

스웨덴과 일본을 포함한 여러 국가는 적게 받고 더 내는 국민연금을 시행 중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보다 출생률이 더 높은데도 말이죠. 이대로 가면 저희 세대가 노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폭탄이 터질 게 뻔한데도 문제해결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고요. 6~7년짜리 땜질 처방이 아닌 30년을 내다본 근본적인 개혁안이 나올 수 있다면 저희는 기꺼이 고통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아빠 엄마는 어떠세요?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근면의 느낌

저는 이 문제에 기성세대로서 격하게 공감합니다. 일부 가능한 곳은 줄여서 지급하는 것도 타당한 듯합니다. 공무원 연금개혁도 기지급자가 대승적 고통 분담을 했습니다. 그리고 보험료 인상은 바로 기업의 인건비 상승을 의미하는데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국제경쟁력의 문제니까요. 

이근면 사람들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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