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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저감’ 약속보다 중요한 AI 투자…글로벌 빅테크 행보는? [한세희 테크&라이프]

MS, 배출량보다 더 많은 탄소 줄이는 ‘네거티브’ 선언
AI 경쟁으로 배출량 되레 증가…“뜻밖의 부작용 고민해야”

[그래픽 게티이미지뱅크]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를 달성하겠다.”

지난 2020년 마이크로소프트가 한 약속이다. 탄소 네거티브란 배출하는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탄소 중립’ 또는 ‘넷 제로’(net-zero)가 배출하는 탄소만큼 탄소를 없애거나 탄소배출권을 사들여 탄소 배출 순증량을 ‘0’에 맞추는 것이라면, 탄소 네거티브는 대기 중 탄소 총량이 실제로 줄어들게 하는 것이다.

아직 넷 제로도 요원한데 마이크로소프트는 10년 안에 탄소 네거티브를 이루겠다는 과감한 도전에 나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위해 자사 공급 기업들에 탄소 배출 저감을 요구하고, 10억 달러 규모의 기후혁신펀드를 조성해 대기 중 탄소 직접 포집(DAC)과 같은 탄소 저감 기술을 가진 기업들에 투자하는 등의 조처를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마이크로소프트 기업 활동 전반에 걸친 탄소 배출량은 줄곧 늘어났다. 최근 공개된 이 회사의 ‘2024 환경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탄소 배출량은 약 1535만 메트릭톤으로 2020년보다 29.1% 늘었다.

탄소 네거티브의 약속을 허언으로 만든 건 바로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탄소 네거티브 목표를 밝힌 2020년 이후 초거대 언어모델에 기반한 생성형 AI 연구에 돌파구가 열렸고, 급격히 관심이 높아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와 손잡고 윈도우·오피스 소프트웨어·검색 등 모든 제품군에 AI를 적용함에 따라 데이터센터 신증설 투자가 크게 늘었다.

‘탄소 네거티브’ 약속 못 지킨 이유

초거대 AI 모델의 학습·추론·서비스 적용을 위해서는 데이터센터가 많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려면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고, 가동 과정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 많은 물과 공기를 쓰는 냉각 시설이 필수적이다. 챗GPT를 하루 돌리는데 평균 미국 가정 50여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564메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추정된다. 더구나 구글·메타·아마존 등 모든 빅테크가 앞다퉈 생성형 AI 경쟁에 나섰으니 보다 공격적으로 데이터센터 등 AI 관련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

건설은 특히 탄소 배출이 많은 대표적 산업이다. 데이터센터를 많이 지으니 여기에 들어가는 건축 자재의 생산과 사용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늘어난다. 또 데이터센터에 설치되는 서버와 반도체 역시 생산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 활동에 의한 직접 배출 영역(Scope 1)이나 전기나 열 소비로 인한 간접 배출 영역(Scope 2)의 탄소 배출량은 2020년보다 6.3% 줄였으나, 데이터센터 건설과 같은 공급망 영역(Scope 3)에서 나오는 탄소는 30.9% 늘어났다. 직접 제조가 거의 없는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체 탄소 배출의 96%가 공급망 영역에서 일어난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하며 “탄소 네거티브는 (크고 어려운 과제를 이루기 위해 현재 기술을 뛰어넘는 혁신적 접근이 필요한) ‘문샷’(moonshot) 프로젝트였는데, (AI 열풍 때문에) 2020년에 비해 갑자기 달이 5배 멀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 투자를 늦출 생각은 없어 보인다. 지난 회계 연도에 AI를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에 계획된 예산이 500억 달러에 이르렀고, 다음 회계연도에는 더 큰 돈을 투자할 계획이다. 5월 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위스콘신주에 AI 인프라 구축 및 역량 강화를 위해 33억 달러(약 4조5000억원) 투자를 약속한 것을 비롯해 최근 몇 주 사이에 독일·일본·말레이시아 등에 각각 20억~3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밝혔다. 2025년까지 데이터센터 규모를 3배로 늘일 계획이다.
2022년 7월 스코틀랜드 인근 바다에서 인양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해저 데이터센터.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력 소모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프로젝트 나틱’이라는 이름의 해저 데이터센터 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AI와 기후 위기

데이터센터를 증설하면서 탄소 배출은 줄이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뿐 아니라 구글·아마존·메타 등 빅테크 기업의 공통 과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26년에는 2022년의 두 배인 1000테라와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AI 기업들은 더욱 효율 좋은 AI 전용 칩을 설계하고, 바닷속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등 열을 식히는데 드는 에너지 소모를 줄이려는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다. 지열이나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 사용 비중도 계속 높이고 있다. 아예 핵융합 에너지 같은 새로운 에너지 생산 방식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핵융합에너지 스타트업 헬리온에 투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8년부터 헬리온이 생산한 전기를 공급받기로 했다. 아직 실제 발전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는 빅테크 공급망에 납품하는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00개 주요 협력사를 대상으로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등 탄소 중립 관련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 등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아직 AI가 전체 전력 소모나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 편이다. 학술지 ‘네이처’에는 AI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전체 배출의 0.01%를 차지한다고 추산하는 논평이 실렸다. 하지만 AI의 전력 사용은 빠르게 늘고 있어 2027년엔 작년의 10배 이상이 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에서 연간 TV 시청에 쓰이는 전력 규모다.

AI 열풍은 현재 산업 전반에 걸쳐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발목 잡는 뜻밖의 부작용도 일으키고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AI의 발달과 확산으로 오염이 적고 효율이 높은 신소재를 개발하고, 물류나 빌딩 관리를 최적화하여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긍정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우리가 혁신 신기술에서 기대하는 바다. 하지만 기술이 사회에 긍정적 기여를 하려면 여러 경제적·사회적 노력과 조율도 필요하다. AI는 석유 시추 효율화에도 쓰일 수 있다. “AI는 부정적 환경 영향을 넘는 긍정적 결과를 낼 수 있다. AI의 확산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AI를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연구를 서두르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스미스 사장의 말이 사실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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