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약사들이 동물약국 개국에 몰리는 이유 [이코노 인터뷰]
[‘개르신’ 모셔라]③
김현익 휴베이스 대표 인터뷰
휴베이스 약국 700곳 중 70% 동물약국 개설
“약국은 전문가와 편히 소통하는 공간 돼야”
매년 약사 150명 모을 것…가치 확대 ‘박차’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동물약국’은 ‘동물병원’과 달리 아직 생소한 단어다. 하지만 국내에 허가받은 동물약국의 수는 벌써 1만개 이상이다. 카페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의 국내 매장 수가 1800여 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많은 동물약국이 운영되고 있다.
동물약국이 늘어난 이유는 새로운 의약품을 판매하려는 젊은 약사가 많아져서다. 서울 서초구 휴베이스 본사에서 만난 김현익 대표는 “회사에 개국을 문의하는 약사 중 70%는 동물약국을 함께 연다”며 “젊은 약사를 중심으로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약국 개국 연령대가 낮아진 점도 동물약국이 늘어난 배경이다. 김 대표는 “30년 전까지만 해도 3~4년 동안 경력을 쌓고 약국을 여는 약사가 대다수였다”며 “최근에는 대학입시(대입) 제도 등이 개편되며 약사의 졸업 나이도 늦춰져 바로 약국을 여는 약사가 많다”고 했다. 개국 약사들이 다른 약국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약국 경영에 도움이 되는 품목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약사와 약국의 수는 늘어나는데 인구의 수는 줄고 있다”며 “약사 입장에선 약국 경영을 위한 전략의 하나로 동물약국을 여는 것”이라고 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며 약국 풍토도 바뀌었다. 김 대표는 “국내 약국의 수는 2만5000개 정도이고 약국 중심의 의약품 시장은 30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며 “동물용 의약품 시장은 1조원 규모인데 아직 시장이 작아도 성장세는 가파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약의 본질은 결국 ‘생명체’를 다룬다는 점”이라며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꾸준히 늘고 미디어 등을 통해 반려동물 가구가 지속해서 노출되다보니 동물용 영양제나 의약품 출시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주도성’이 기업 성장 비결
김 대표는 2014년 휴베이스를 창업했다. 휴베이스는 약국 프랜차이즈다. 새로운 약국의 문을 열려는 약사들이 휴베이스를 찾는다. 올해 4월 말을 기준으로 휴베이스와 개국한 약국은 700여 곳, 약사는 832명이다. 온누리약국, 메디팜 등 1990년대 생겨난 약국 프랜차이즈보다 출발이 늦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했다.
약사들이 약국을 경영하며 운신의 폭을 넓히도록 지원한 점이 성장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젊은 약사들은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해보려고 한다”며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에선 재량을 발휘할 수 없으니, 사람을 대상으로 건강기능식품을, 동물을 대상으로 영양제를 향한 약사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했다.
약국 프랜차이즈는 다른 산업의 프랜차이즈와 달리 ‘약사’가 중심이다. 프랜차이즈마다 규정은 다르지만, 본사에서 지정하는 영양제나 의약품을 의무적으로 공급받지 않는다. 약사가 약국의 위치와 특징 등을 고려해 환자에게 판매할 의약품을 직접 선택한다. 동물용 영양제나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휴베이스의 역할은 약사가 약국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지침(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일이다. 휴베이스는 동물약국을 연 약사에게 동물용 의약품과 관련한 교육을 지원하고 시장 동향과 약국 경영 자료 등을 제공한다. 이에 힘입어 휴베이스 회원약국에서 판매하는 동물용 영양제와 의약품의 품목은 400여 개에 달한다. 개별 약국에서 판매하는 품목을 모두 합친 수다.
동물약국에서 판매하는 동물용 의약품이 늘어나면 반려가구의 비용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동물용 의약품은 동물병원과 동물약국에서 판매한다. 이때 동물약국에서 판매하는 동물용 의약품의 가격은 동물병원 판매 가격의 통상 4분의 1 수준이다.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에 평소 많은 비용을 쓰는 사람이라면 동물약국 활성화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물약국에서 모든 동물용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물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일부 해외 기업이 동물약국에는 제품을 공급하지 않아서다. ‘안정성’이 이유다. 김 대표는 “심장사상충이나 구충제는 반려동물을 키울 때 익숙하게 급여하는 의약품”이라며 “동물약국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한다면 소비자 선택권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약사로 20년, 창업자로 10년
휴베이스의 성장에는 김 대표의 약사 경력 20년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약국을 직접 운영하며 환자를 만났고 창업 기회를 모색했다. 환자들이 찾아가고 싶은 약국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휴베이스의 목표도 가치를 공유할 약사를 매년 150명씩 모으는 일이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약국이라는 ‘공간’을 환자 중심의 공간으로 바꾸기로 했다.
김 대표는 “기존의 약국은 작은 매대와 복잡한 내부 등 약사 중심으로 구성됐다”며 “약국이 환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환자가 약국을 더 편하게 찾겠다고 판단했다”라고 했다. 이어 “약국은 ‘약을 사러 가는 곳’이 아니라 ‘전문가와 편하게 소통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공간을 바꾸려면 약사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약사가 사용하는 정보기술(IT) 솔루션인 약국관리시스템(PMS)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가 언제든 약국을 찾아 약사와 상담하려면 환자의 정보를 통합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환자 중심의 공간을 완성하기 위해선 IT 솔루션의 고도화와 데이터의 수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내 IT 솔루션은 아직 기술 수준이 낮다. 약사가 환자 정보를 폭넓게 살펴볼 수 있는 인프라도 없다. 김 대표는 “환자의 건강 정보와 생활 습관, 복약 정보 등을 충분히 제공받을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도 “PMS 등 IT 솔루션 측면에서 부족해 아직은 시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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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약국이 늘어난 이유는 새로운 의약품을 판매하려는 젊은 약사가 많아져서다. 서울 서초구 휴베이스 본사에서 만난 김현익 대표는 “회사에 개국을 문의하는 약사 중 70%는 동물약국을 함께 연다”며 “젊은 약사를 중심으로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약국 개국 연령대가 낮아진 점도 동물약국이 늘어난 배경이다. 김 대표는 “30년 전까지만 해도 3~4년 동안 경력을 쌓고 약국을 여는 약사가 대다수였다”며 “최근에는 대학입시(대입) 제도 등이 개편되며 약사의 졸업 나이도 늦춰져 바로 약국을 여는 약사가 많다”고 했다. 개국 약사들이 다른 약국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약국 경영에 도움이 되는 품목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약사와 약국의 수는 늘어나는데 인구의 수는 줄고 있다”며 “약사 입장에선 약국 경영을 위한 전략의 하나로 동물약국을 여는 것”이라고 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며 약국 풍토도 바뀌었다. 김 대표는 “국내 약국의 수는 2만5000개 정도이고 약국 중심의 의약품 시장은 30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며 “동물용 의약품 시장은 1조원 규모인데 아직 시장이 작아도 성장세는 가파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약의 본질은 결국 ‘생명체’를 다룬다는 점”이라며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꾸준히 늘고 미디어 등을 통해 반려동물 가구가 지속해서 노출되다보니 동물용 영양제나 의약품 출시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주도성’이 기업 성장 비결
김 대표는 2014년 휴베이스를 창업했다. 휴베이스는 약국 프랜차이즈다. 새로운 약국의 문을 열려는 약사들이 휴베이스를 찾는다. 올해 4월 말을 기준으로 휴베이스와 개국한 약국은 700여 곳, 약사는 832명이다. 온누리약국, 메디팜 등 1990년대 생겨난 약국 프랜차이즈보다 출발이 늦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했다.
약사들이 약국을 경영하며 운신의 폭을 넓히도록 지원한 점이 성장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젊은 약사들은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해보려고 한다”며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에선 재량을 발휘할 수 없으니, 사람을 대상으로 건강기능식품을, 동물을 대상으로 영양제를 향한 약사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했다.
약국 프랜차이즈는 다른 산업의 프랜차이즈와 달리 ‘약사’가 중심이다. 프랜차이즈마다 규정은 다르지만, 본사에서 지정하는 영양제나 의약품을 의무적으로 공급받지 않는다. 약사가 약국의 위치와 특징 등을 고려해 환자에게 판매할 의약품을 직접 선택한다. 동물용 영양제나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휴베이스의 역할은 약사가 약국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지침(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일이다. 휴베이스는 동물약국을 연 약사에게 동물용 의약품과 관련한 교육을 지원하고 시장 동향과 약국 경영 자료 등을 제공한다. 이에 힘입어 휴베이스 회원약국에서 판매하는 동물용 영양제와 의약품의 품목은 400여 개에 달한다. 개별 약국에서 판매하는 품목을 모두 합친 수다.
동물약국에서 판매하는 동물용 의약품이 늘어나면 반려가구의 비용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동물용 의약품은 동물병원과 동물약국에서 판매한다. 이때 동물약국에서 판매하는 동물용 의약품의 가격은 동물병원 판매 가격의 통상 4분의 1 수준이다.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에 평소 많은 비용을 쓰는 사람이라면 동물약국 활성화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물약국에서 모든 동물용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물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일부 해외 기업이 동물약국에는 제품을 공급하지 않아서다. ‘안정성’이 이유다. 김 대표는 “심장사상충이나 구충제는 반려동물을 키울 때 익숙하게 급여하는 의약품”이라며 “동물약국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한다면 소비자 선택권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약사로 20년, 창업자로 10년
휴베이스의 성장에는 김 대표의 약사 경력 20년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약국을 직접 운영하며 환자를 만났고 창업 기회를 모색했다. 환자들이 찾아가고 싶은 약국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휴베이스의 목표도 가치를 공유할 약사를 매년 150명씩 모으는 일이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약국이라는 ‘공간’을 환자 중심의 공간으로 바꾸기로 했다.
김 대표는 “기존의 약국은 작은 매대와 복잡한 내부 등 약사 중심으로 구성됐다”며 “약국이 환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환자가 약국을 더 편하게 찾겠다고 판단했다”라고 했다. 이어 “약국은 ‘약을 사러 가는 곳’이 아니라 ‘전문가와 편하게 소통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공간을 바꾸려면 약사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약사가 사용하는 정보기술(IT) 솔루션인 약국관리시스템(PMS)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가 언제든 약국을 찾아 약사와 상담하려면 환자의 정보를 통합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환자 중심의 공간을 완성하기 위해선 IT 솔루션의 고도화와 데이터의 수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내 IT 솔루션은 아직 기술 수준이 낮다. 약사가 환자 정보를 폭넓게 살펴볼 수 있는 인프라도 없다. 김 대표는 “환자의 건강 정보와 생활 습관, 복약 정보 등을 충분히 제공받을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도 “PMS 등 IT 솔루션 측면에서 부족해 아직은 시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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