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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미야, 국에 조미료 넣었니?”…MSG 오해와 진실

[스페셜리스트뷰]
다시마 등 천연성분서 추출한 글루탐산
전 세계 식품기관 “MSG는 안전한 물질” 발표

대표적인 MSG 제품 미원.[사진 연합뉴스]
[문백년 한국기술사협회 사무총장] #.한 며느리가 주방에서 국을 끓이고 있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주방으로 들어와 며느리에게 “애미야! 너 혹시 국 끓일 때 미원 넣으니? 우리 집 식구들은 미원은 딱 질색이니 절대 넣지 말거라”라고 했다. 며느리는 이 말을 듣고 미원을 넣지 않았다. 하지만 음식 맛이 점점 맛이 없어지자 며느리는 시어머니 몰래 미원을 조금씩 넣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항상 며느리의 국을 맛있게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가 깜빡하고 국에 미원을 넣지 않은 사고(?)가 발생했다. 시어머니는 국을 한 입 맛보고는 며느리를 다그쳤다. “애미야! 너 또 미원 넣었구나!.”

이 일화는 L-글루타민산나트륨(MSG·Mono Sodium Glutamate)에 대한 부정적 소문이 사람들을 어떻게 오해시키고 행동을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MSG의 대명사격인 제품 ‘미원’ 맛의 효능을 오히려 입증해버린 재미있는 사례다.

MSG와 같은 식품첨가물은 인간이 음식을 섭취하는 데 있어 여러 도움을 준다. 하지만 ‘식품에 무언가를 첨가하면 해롭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대표적인 식품첨가물로 알려진 MSG는 이미 수년 전 여러 미디어에서 마치 인체에 해로운 것처럼 비춰진 바 있어 이런 부정적인 인식은 더욱 확대됐다. MSG는 정말 인체에 해로운 식품첨가물일까. 

MSG, 어떻게 만들어졌나

사람이 살아가면서 먹는 즐거움을 모르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 이 땅 위 인류의 생존이 시작되면서부터 우리는 식품을 섭취하기 시작했다. 특히 인간은 태어나기 전에도 탯줄을 통해 식품(영양분)을 섭취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처럼 ‘음식 섭취’에 진심이었던 사람들은 점차 맛과 영양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식품에 첨가하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 식품위생법에서 말하는 식품첨가물이란 ‘식품을 제조·가공·조리 또는 보존하는 과정에서 감미·착색·표백 또는 산화방지 등을 목적으로 식품에 사용되는 물질’을 말한다. 

2016년 이전까지의 식품첨가물 분류는 ▲천연첨가물과 화학적 합성품·혼합제제로 구분됐다. 하지만 현재는 화학적 합성품이나 천연첨가물 구분 없이 ‘식품첨가물’로 개편해 사용하고 있다. 식품첨가물은 식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유해세균으로부터 지키는 역할을 하고 맛이나 색택, 향 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식품 섭취가 쉽도록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하며, 장기보존성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대표적인 식품첨가물로는 단연 MSG를 꼽을 수 있다. 단백질 구성 단위를 아미노산이라 부르는데, 이때 이 아미노산은 종류만 20개 정도이며 그 중 하나가 바로 MSG다.

또 MSG는 글루탐산에 나트륨이온이 포함된 것을 말한다. 이때 나트륨이온은 용해도를 높이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글루탐산은 자연식품에도 많이 함유돼 있다. 천연식품에 함유된 글루타산의 양은 ▲토마토(1400ppm) ▲고등어(360ppm) ▲소고기(330ppm) 등이 있다. 유가공 제품인 치즈에는 나트륨이온이 무려 1만2000ppm 정도가 함유돼 있다.

이 외에도 다시마·사탕수수, 심지어 모유에도 100㎖당 20㎖정도의 MSG가 함유돼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생명체들이 MSG를 함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이처럼 MSG는 자연에서 추출한 물질로 인위적인 화학성분으로 보는 것은 완벽한 오해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MSG를 화학성분으로 인식해왔을까.

MSG가 처음 발견된 시기는 18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일의 화학자 칼 하인리히 리트하우젠(Karl Hinrich Ritthausen)은 MSG의 주성분인 글루탐산을 발견했다. 하지만 글루탐산 자체는 특별한 맛이 나는 물질은 아니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후 글루탐산을 MSG로 완성한 사람은 일본의 대표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池田 菊苗)다. 그는 1908년 다시마에서 유기산 추출에 성공했다. 유기산에서 산미(酸味)를 제거하면 감칠맛이 나는 MSG가 된다. 그리고 이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미원의 원조 성분이기도 하다.

미원은 상품 제조 초기 다시마와 같이 단백질이 풍부한 해조류가 주원료로 쓰였다. 이후에는 사탕수수·사탕무·옥수수·카사바와 같은 식물성 원재료를 사용했다. 원재료에서 원당 및 당밀을 추출한 후 발효 미생물을 넣고 약 40시간 발효시키면 글루탐산을 만들 수 있다.

이후 발효액에서 글루탐산을 분리한 다음 나트륨과 혼합하면 감칠맛을 내는 MSG가 된다. 이 제조과정에서 나트륨을 넣는다는 이유로 MSG가 화학적인 물질이며 인체에 해로울 것이라는 오해를 받게 됐다. 

하지만 사실 나트륨은 소금에도 많이 들어있는 물질이다.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추출한 후 남은 당밀에 발효 미생물을 넣어 발효시키면 글루탐산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산된 글루탐산은 토마토나 버섯·고등어·쇠고기에서 추출한 글루탐산과 화학적 측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MSG에 대한 부정적 소문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긴 것일까. MSG 유해성 논란이 처음 생긴 것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의 로버트 호만 곽이라는 의사가 중화요리를 먹은 뒤 목과 등이 마비되는 이상 증상을 겪었다고 주장하며 이 논란이 시작됐다.

그의 이런 주장 후 다른 사람들도 중화요리를 먹은 후 무감각증상·두통·두근거림 등을 호소하며 MSG에 대한 유해성 소문이 확산됐다. 그리고 이 현상은 ‘중식당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이 증후군에 대해 현재까지도 알려진 과학적 근거는 없다. 다만 증상이 ‘불쾌함’이라는 이유로 의학문헌에서는 ‘MSG 증상 콤플렉스’로 명시한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의사들은 이 증상의 원인이 MSG의 주성분인 글루탐산나트륨 때문이라 추측했다. 1969년에는 갓 태어난 쥐에 MSG를 주입했더니 유해한 신경학적 영향이 있었다는 발표가 있었고 이와 유사한 내용의 책까지 출간됐다. ‘MSG=유해’는 인식은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또한 이 시기에 국내 한 대형 식품회사는 자신들이 만드는 조미료에 ‘화학적 합성품인 MSG를 넣지 않습니다’라고 광고를 내면서 MSG 유해성 소문은 국내로까지 퍼지게 됐다. 또 시청률이 상당히 높았던 시사 고발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에서는 뚜렷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MSG는 무해하다는 연구결과는 외면한 채 MSG를 무조건 해로운 물질로 인식하게 하는 내용을 담아 방영했다. 당시의 여파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여전히 상당수의 음식점들은 ‘저희 음식점에서는 MSG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라고 써 붙여놨다.
미원의 감칠맛을 강조한 광고캠페인.[사진 대상]

MSG는 매우 안전한 식품첨가물

100년 이상 사용된 MSG는 광범위하게 연구돼 왔지만 부작용이나 유해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인과관계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MSG의 주성분인 글루탐산은 신체 단백질 구성원의 원료이며 남는 것은 우리 몸의 에너지가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MSG에 대해 일일섭취허용량(ADI)을 특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많이 먹어도 상관없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MSG는 평생 먹어도 안전한 물질’이라는 결론을 내 발표한 바 있다.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도 MSG에 대한 독성자료를 검토한 결과, 건강에 위해 영향이 없어 섭취량을 제한할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별도의 제한이나, 섭취량을 권고하는 국가는 없다.

대부분 사람들의 뇌리에는 천연은 ‘무조건 안전하고 좋은 것’, 화학적인 것은 ‘무조건 해로운 것’이라는 인식이 쌓여있다.

천연식품은 사람이 손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섭취해야 해당 식품의 영양소를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최근 현대인들은 음식을 날로 먹을 시 오히려 탈이 나거나 문제가 생기는 편이다. 또 열에 익히거나 불에 굽거나, 발효를 시켜 우리 몸이 섭취하기 좋은 음식으로 가공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신체가 적응돼 있다.

특히 천연식품 속에는 위해요소들이 의외로 많다. 예를 들면 설익은 살구나 매실·고구마·흰강낭콩·은행 열매 속에는 ‘시아노겐’이나 ‘시안’ 생성 배당체가 들어있다. 이 물질이 분해되면 청산이라는 독극물이 생성된다. 청산가리로 알려져 있는 이 물질이 우리 몸 속에 들어가면 혈액속 헤모글로빈을 마비시키고 급속히 중독시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물질이다.

또 설익은 토마토의 푸른색 부분이나 감자를 잘못 보관했을 때 햇빛을 쪼여 싹이 움트게 되면 주위가 초록색으로 변한다. 이 부분에서 발생되는 것은 ‘솔라닌’이라는 독이다. 0.05% 정도 극미량이기는 하지만 이 물질은 독성이 강해 신경을 마비시키고 혈액을 파괴하기도 한다.

우리 주위에 많은 과일 중 하나인 감에도 ‘탄닌’ 성분이 많다. 탄닌은 단백질과 만나게 되면 단백질 소화를 어렵게 만들고 비타민B를 우리 몸이 잘 이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도토리에도 떫은맛 성분인 탄닌이 들어있다. 이에 도토리는 가공과정을 거쳐 탄닌 성분을 반드시 제거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이 도토리를 ‘도토리묵’으로 만들어 먹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MSG는 다시마나 사탕수수 등에서 추출한 글루탐산에 나트륨을 수소이온과 치환시켜 만든 사실상 ‘천연성분’이다. 전 세계 모든 식품기관·식품안전당국은 MSG가 ‘안전한 물질’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니 더 이상 우리는 MSG에 대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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