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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장 “커뮤니티 맛집이라 불러주세요”[이코노 인터뷰]

[비이자 업고 뛰어]③
‘가문관리형 PB’ 추구…비재무 서비스 중요
손님 모여 예술 감상부터 남녀 맞선까지
해외 은행 벤치마킹하고 적극 협업 나서

지난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7층 ‘뉴시니어 라운지’에서 김영훈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자산가들이 모여 소통하는 사랑방, 자산가가 되기를 꿈꾸는 공간. 이 곳은 바로 하나은행 자산관리(WM) 서비스가 이뤄지는 곳을 소개하는 말이다. 해당 공간에서 김영훈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장을 만나 추후 하나은행 WM 사업의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자산관리명가’ 하나은행에서 “꿈꾸고 향유하세요” 
지난 5월 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하나은행 본점을 찾았다. 1층 로비 옆쪽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 ‘뉴 시니어 라운지’까지 올라갔다. 보안이 삼엄하기로 소문난 금융사의 본점이지만 외부인인 본지 기자를 가로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의아했다. 이 의문점은 김영훈 그룹장과의 인터뷰가 끝나고서야 비로소 풀렸다. 

김 그룹장은 하나은행의 자산관리그룹을 총괄하고 있다. 자산관리그룹은 ▲WM본부 ▲신탁사업본부 ▲투자상품본부 총 3개의 본부로 구성돼 있다. 그룹 내 약 180여명의 직원들이 자산관리의 선봉에 서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300여명의 프라이빗뱅커(PB) 또한 그룹차원에서 관리한다. 

김 그룹장은 “하나은행의 자산관리 역사는 국내 자산관리의 역사 그 자체”라고 소개했다. 하나은행은 1995년 맥킨지 PB 컨설팅을 통해 현대적 개념의 PB 비즈니스모델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했다. 

30여 년간 국내 자산관리 시장을 선도해온 하나은행은 최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날 김 그룹장과 만난 ‘뉴 시니어 라운지’ 공간 또한 기존에는 전산실이었다. 최근 해당 공간을 손님들을 위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했고, 6월 초 공개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의 자산관리 손님들이 드나드는 공간에, 본지 기자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 그룹장의 사업 방향성에서 찾을 수 있었다. 김 그룹장은 ‘뉴시니어 라운지’에서 손님들이 상담을 받는 것은 물론, 커뮤니티 시설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김 그룹장은 “대부분의 자산관리 공간은 은행 직원이 꼭 동행해야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하나은행의 WM 공간 개념은 ‘개방성’”이라면서 “자산 관리뿐만 아니라 자산 형성기에 있는 손님들도 중요한 미래 손님이고, 그분들 또한 편하게 방문해 WM 공간을 향유하고 꿈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김영훈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장이 지난 5월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7층 ‘뉴시니어 라운지’입구 쇼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비이자이익 늘리려면…어차피 답은 ‘손님’
최근 은행의 경쟁력은 ‘비이자이익’ 실적에서 크게 판가름 나고 있다. 이에 하나은행의 비이자이익 실적의 큰 축인 자산관리 부문도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김 그룹장은 자산관리 비이자이익의 핵심은 ‘손님’이라고 강조했다.

김 그룹장은 “비이자이익이 중요하고 그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건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비이자이익이라는 것은 애초에 있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그룹장은 “그 중에서도 시니어 손님에 대한 자산관리, 대중 부유층을 위한 디지털 자산관리, 가문관리‧인생관리를 위한 패밀리 오피스 자산관리 중심의 서비스 제공에 좀 더 포커스를 두고 역량을 집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그룹장은 손님 증대의 답을 비재무 서비스에서 찾았다. 그는 “손님은 개별 금융사의 상품 판매 수준에 따른 차이를 별로 못느낀다”면서 “이제 자산 관리의 핵심은 손님이 얼마나 우리 공간에 머물게 하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손님을 모을 수 있는 전략을 비재무적인 영역에 찾고 있으며, ‘자산관리’ 하면 생각나는 은행이 ‘하나은행’이 되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라고 덧붙였다. 

“손님 잃었던 과거 경험에서 배운 것”
‘자산관리그룹’이라는 부서명에서부터 돈·수익률과 같은 재무적인 요소가 절로 떠오르지만, 김 그룹장은 계속해서 ‘비재무’를 강조했다. 김 그룹장은 과거 직접 겪은 실패 사례에서 이같은 WM사업 방향성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김 그룹장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홍콩에서 PB로 일할 당시 처음 잃었던 손님이 생각난다”며 “금액도 수백억대에 달한 큰 손님이었는데, 유럽계 PB 하우스로 옮기겠다고 연락이 왔다”면서 과거를 회상했다. 

당시 유럽계 한 금융사는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을 후원 중이었다. 이에 PB 손님에게 아트페어 ‘VIP프리뷰’라는 비재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반면 한국계 은행들은 낮은 금리, 재무 상품 등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해외경험이 많은 자산가들은 이미 재무서비스를 넘어 비재무서비스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이같은 실패 경험은 김 그룹장에게 큰 교훈으로 다가왔다.

김 그룹장은 은행에서 재무·비재무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유럽 금융사의 자산관리를 ‘가문관리형 PB’ 모델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하나은행 역시 현재는 가문관리형 PB 모델을 표방하고 있다”면서 “재무서비스는 한계가 존재하고 경쟁사에서도 따라하기가 쉽지만, 비재무적서비스는 창조·상상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추후 김 그룹장은 하나은행이 ‘커뮤니티 맛집’으로 불렸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생각도 꺼내놨다. 김 그룹장은 “하나은행에 가면 내가 배울 수 있거나, 가고자 하는 방향을 미리 경험한 멘토가 손님으로 이미 있다”면서 “손님들 간의 주선자 역할을 하나은행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아트뱅킹’이나 ‘맞선행사’ 등으로 모임을 주선하고 있다. 아트뱅킹 서비스는 금융권에서 하나은행만이 유일하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하나은행은 서울 을지로 소재의 폐쇄점포를 활용해 복합문화공간 겸 개방형 수장고인 하트원(H.art1)을 운영하며 다양한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하나은행은 20여년 째 단체맞선 행사도 진행 중이다. 행사에 참여한 손님들 중 연인이 되어 장성한 자녀를 둔 부부도 있으며, 연인이 되지 않더라도 한번 모인 사람들은 커뮤니티를 꾸려 지속적으로 교류한다는 후문이다. 
김영훈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장이 지난 5월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7층 ‘뉴시니어 라운지’에서 하나은행의 자산관리서비스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손님에게 만만하고 편한 존재가 되기를”
하나은행은 끊임었이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김 그룹장은 모든 금융사가 자산관리 분야의 경쟁자며, 배울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앞서 노령화·고령화 사회에 도달한 일본에서 금융의 미래를 일부 찾겠다는 복안이다. 

김 그룹장은 “일본의 신탁전문은행 스미트러스트와 전략적 협업을 통해 유산정리서비스를 국내에 처음 도입했고 이는 하나은행의 강점인 신탁과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그룹장은 싱가포르 DBS은행의 디지털 자산관리 모델도 눈여겨 봤다. DBS은행의 인공지능(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서비스, 개인화된 투자 콘텐츠 제공 등을 참고했다. 이를 통해 하나은행은 AI 기반 자산관리 플랫폼인 ‘아이웰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었다. 

끝으로 김 그룹장은 “손님이 미래를 꿈꿀 때, 그 미래에 닿는 가장 빠르고 동시에 가장 쉬운 길을 찾도록 계속 고민하겠다”면서 “손님들이 언제나 찾을 수 있는 만만하고 편한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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