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핵심 먹거리 ‘자율주행’…美·中·日 경쟁 속도전
美, 크루즈 무인 로보택시 자율주행 시범 운행 재개
中은 우한서 24시간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 실시
韓·日도 미래 자율주행 시대 적극적 대응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자율주행과 관련해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자율주행의 선구자 격인 미국은 잇따른 로보택시 사고로 상용화가 주춤한 반면, 중국과 일본은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한국도 자율주행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 대응에 나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의 자율주행 시범 운행이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 운행은 애리조나주 피닉스와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실시된다.
앞서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크루즈’의 무인 로보택시 운행을 허가한 바 있다. 얼마 가지 않아 미 캘리포니아 자동차국은 지난해 10월 해당 주 내 크루즈 차량 운행 허가를 중단했다. 보행자가 로보택시에 끌려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사고 조사에 협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운행이 중단됐던 크루즈는 올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자율주행을 재개하지만 사고 우려가 존재해 운전석에는 사람이 탑승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는 레벨4 자율주행 구현을 포기했다. 2022년에는 폭스바겐과 만든 자율주행 합작사 아르고AI를 폐업시켰다. 애플도 장기간 자율주행 전기차 연구를 수행했던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산하고 자율주행차 개발을 포기했다.
이런 상황에 테슬라는 미국의 자율주행 업계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 FSD(Full Self-Driving) 소프트웨어로 중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FSD는 테슬라의 주행 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을 한 단계 높인 소프트웨어다. 테슬라 차량에 기본으로 탑재된 오토파일럿과 달리 별도 판매된다.
FSD를 사용하면 교통신호등 감지, 시내 자율주행과 같은 자율주행 기능이 향상된다. FSD는 현재 미국에서 시행 중이며, 지난 4월 중국 당국의 데이터 안전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업계는 중국 전기차 경쟁 심화로 테슬라의 판매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FSD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춤하는 美, 바짝 쫓는 中·日
중국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국가로 통한다. 중국 최대 검색기업 바이두는 2021년 베이징에서 첫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업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중국 10개 도시로 확대했다. 지난 3월에는 우한에서 24시간 로보택시 서비스를 실시했다.
중국 정부도 힘을 보탠다. 중국 당국은 BYD(비야디) 창안자동차 등 중국 9개 자동차업체가 베이징 등 7개 도시에서 자율주행 레벨 3·4 테스트를 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들 업체는 베이징과 상하이·광저우·선전 등 7개 도시 내 각사별로 정해진 도로에서 자율주행기능을 시험해볼 수 있다. 중국 당국이 레벨3·4 자율주행 기술 테스트를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율주행은 총 5단계로 구분된다. 레벨 2는 운전자가 핸들에 손을 올려놓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적 자율주행이다. 레벨3은 방향과 속도 조절, 모니터링 등을 시스템이 제어한다. 레벨4는 이에 더해 비상 시에도 시스템이 개입해 대처한다. 레벨 5는 완전한 자율주행이다.
일본도 자율주행 시대 대응에 적극적이다. 일본 완성차업체 닛산은 지난 5월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를 공개했다. 회사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은 보행자 행동 예측과 차선 변경 여부 판단 등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닛산은 올해 4분기 요코하마에서 실증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혼다는 일본 택시 업체 데이토, 고쿠사이와 손잡고 레벨4 로보택시 '크루즈 오리진' 500대를 2026년부터 도쿄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레벨4 차량의 본격적인 보급 시기를 2030∼2040년으로 예측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자율주행 사고를 조사하고 처분 방침을 결정하는 기관 설치도 검토 중이다.
일본 정부는 운전자가 없는 ‘레벨4’ 이상 자율주행 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주된 조사대상인 자동차 제조업체, 운행 사업자의 데이터 제공 의무화를 상정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이 규정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보안기준 등을 지켰다고 판단될 경우 제조업체에 대한 행정 처분을 보류한다는 운용도 검토한다.
자율주행 법적 근거 마련 나선 韓
한국도 자율주행 차량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가릴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 합정역~동대문구간(9.8km)에 레벨 4 수준의 ‘심야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할 만큼 자율주행 기술은 일정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이에 맞는 법이 뒤따르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재 한국 법에는 아직 자율주행을 하다 사고가 났을 경우 책임 소재를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할지 등의 기본적인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아마존이 소유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의 로보택시와 오토바이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미국 교통당국(NHTSA)이 곧바로 조사에 착수한 것과 대비된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산하 내부조직에 자율주행 사고조사 절차와 범위 등을 규정한 내부 지침은 존재하지만, 이번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해 조금 더 구속력 있는 규정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이와 관련한 행정규칙인 훈령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 훈령은 자율주행 사고가 났을 때 어떤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훈령은 현재 보고 작업이 마무리됐고, 늦어도 올해 3분기 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훈령은 고속도로 같은 특정 구간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는 레벨3 이상 자율주행차를 대상으로 한다”며 “우리나라에 레벨3 자율주행차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관련 법적 근거 마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서둘러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우리나라는 기술적으로 법적으로 모두 서둘러야 한다. 모든 면에서 서둘러야 하는데 그중 선진국과의 자동차 AI,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 격차를 우선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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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의 자율주행 시범 운행이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 운행은 애리조나주 피닉스와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실시된다.
앞서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크루즈’의 무인 로보택시 운행을 허가한 바 있다. 얼마 가지 않아 미 캘리포니아 자동차국은 지난해 10월 해당 주 내 크루즈 차량 운행 허가를 중단했다. 보행자가 로보택시에 끌려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사고 조사에 협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운행이 중단됐던 크루즈는 올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자율주행을 재개하지만 사고 우려가 존재해 운전석에는 사람이 탑승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는 레벨4 자율주행 구현을 포기했다. 2022년에는 폭스바겐과 만든 자율주행 합작사 아르고AI를 폐업시켰다. 애플도 장기간 자율주행 전기차 연구를 수행했던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산하고 자율주행차 개발을 포기했다.
이런 상황에 테슬라는 미국의 자율주행 업계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 FSD(Full Self-Driving) 소프트웨어로 중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FSD는 테슬라의 주행 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을 한 단계 높인 소프트웨어다. 테슬라 차량에 기본으로 탑재된 오토파일럿과 달리 별도 판매된다.
FSD를 사용하면 교통신호등 감지, 시내 자율주행과 같은 자율주행 기능이 향상된다. FSD는 현재 미국에서 시행 중이며, 지난 4월 중국 당국의 데이터 안전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업계는 중국 전기차 경쟁 심화로 테슬라의 판매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FSD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춤하는 美, 바짝 쫓는 中·日
중국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국가로 통한다. 중국 최대 검색기업 바이두는 2021년 베이징에서 첫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업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중국 10개 도시로 확대했다. 지난 3월에는 우한에서 24시간 로보택시 서비스를 실시했다.
중국 정부도 힘을 보탠다. 중국 당국은 BYD(비야디) 창안자동차 등 중국 9개 자동차업체가 베이징 등 7개 도시에서 자율주행 레벨 3·4 테스트를 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들 업체는 베이징과 상하이·광저우·선전 등 7개 도시 내 각사별로 정해진 도로에서 자율주행기능을 시험해볼 수 있다. 중국 당국이 레벨3·4 자율주행 기술 테스트를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율주행은 총 5단계로 구분된다. 레벨 2는 운전자가 핸들에 손을 올려놓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적 자율주행이다. 레벨3은 방향과 속도 조절, 모니터링 등을 시스템이 제어한다. 레벨4는 이에 더해 비상 시에도 시스템이 개입해 대처한다. 레벨 5는 완전한 자율주행이다.
일본도 자율주행 시대 대응에 적극적이다. 일본 완성차업체 닛산은 지난 5월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를 공개했다. 회사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은 보행자 행동 예측과 차선 변경 여부 판단 등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닛산은 올해 4분기 요코하마에서 실증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혼다는 일본 택시 업체 데이토, 고쿠사이와 손잡고 레벨4 로보택시 '크루즈 오리진' 500대를 2026년부터 도쿄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레벨4 차량의 본격적인 보급 시기를 2030∼2040년으로 예측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자율주행 사고를 조사하고 처분 방침을 결정하는 기관 설치도 검토 중이다.
일본 정부는 운전자가 없는 ‘레벨4’ 이상 자율주행 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주된 조사대상인 자동차 제조업체, 운행 사업자의 데이터 제공 의무화를 상정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이 규정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보안기준 등을 지켰다고 판단될 경우 제조업체에 대한 행정 처분을 보류한다는 운용도 검토한다.
자율주행 법적 근거 마련 나선 韓
한국도 자율주행 차량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가릴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 합정역~동대문구간(9.8km)에 레벨 4 수준의 ‘심야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할 만큼 자율주행 기술은 일정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이에 맞는 법이 뒤따르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재 한국 법에는 아직 자율주행을 하다 사고가 났을 경우 책임 소재를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할지 등의 기본적인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아마존이 소유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의 로보택시와 오토바이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미국 교통당국(NHTSA)이 곧바로 조사에 착수한 것과 대비된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산하 내부조직에 자율주행 사고조사 절차와 범위 등을 규정한 내부 지침은 존재하지만, 이번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해 조금 더 구속력 있는 규정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이와 관련한 행정규칙인 훈령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 훈령은 자율주행 사고가 났을 때 어떤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훈령은 현재 보고 작업이 마무리됐고, 늦어도 올해 3분기 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훈령은 고속도로 같은 특정 구간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는 레벨3 이상 자율주행차를 대상으로 한다”며 “우리나라에 레벨3 자율주행차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관련 법적 근거 마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서둘러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우리나라는 기술적으로 법적으로 모두 서둘러야 한다. 모든 면에서 서둘러야 하는데 그중 선진국과의 자동차 AI,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 격차를 우선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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