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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째 무산된 ‘제4이동통신’ 꿈...법정 다툼 예고

스테이지엑스 청문 오는 25일 시작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스테이지엑스 제4이동통신사 선정 언론간담회에서 사업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제4이동통신사 출범이 사실상 또 다시 무산되는 모양새다.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해 7번의 실패를 겪었던 제4이동통신 출범은 8번째 무산될 위기에 봉착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4일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대상법인인 주식회사 스테이지엑스가 제출한 필요서류 등을 검토한 결과 법령이 정한 필요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선정 취소 사유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자본금이 확보되지 않으면 할당 대가 납부와 설비 투자 등 사업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선정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청문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28㎓ 대역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를 통해 4301억원의 최고입찰액을 제시한 스테이지엑스를 지난 2월 5일 주파수 할당대상법인으로 선정했다. 아울러 주파수할당을 위해 스테이지엑스에 필요사항 이행을 증빙하는 필요서류를 3개월 이내인 5월 7일까지 제출하라고 안내했다.

이후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할당대가(할당대가의 10%인 430억1000만원) 납부 영수증, 법인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주식납입금 보관증명서, 할당조건 이행각서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자본금 확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할당 신청서에 자본금 2050억원을 적어 냈는데 실제로는 500억원도 안 되는 금액만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기정통부는 적시된 자본금과 납입 자본금 간 차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스테이지엑스는 올해 3분기까지 납입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복수의 법률 자문 결과 필요 서류 제출 시점인 5월 7일에 자본금 2050억원 납입을 완료하는 게 주파수 할당을 위한 필수 요건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당초 주파수할당신청서에 기재한 자본금을 납입하지 않은 것은 선정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구성주주와 구성주주별 주식소유비율도 문제가 됐다. 스테이지엑스가 제출한 추가자료에 따르면 신청 당시 5% 이상 주요주주 6개 중 자본금 납입을 일부 이행한 주주는 스테이지파이브 1곳 뿐이다. 나머지 다른 주주는 필요서류 제출기한에도 자본금 납입을 하지 않았다. 기타주주 4곳 중 2곳도 납입하지 않았다. 이에 구성주주 및 구성주주별 주식 소유비율도 주파수할당신청서의 내용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이번 과기정통부의 주장에 대해 스테이지엑스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스테이지엑스 관계자는 “올해 1월31일 주파수할당대상법인으로 선정됐고, 4월 19일 준비법인을 설립한 뒤 5월 7일 주파수대금의 10%인 430억1000만원 전액을 납부했다”며 “관계 법령 및 주파수이용계획서에 따라 과기정통부가 주파수를 할당하면 스테이지엑스는 주주들로부터 출자금을 완납받고 주파수이용계획서상의 남은 절차를 이행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가 ‘필요서류 제출시점인 5월7일에 자본금 2050억원 납입 완료가 필수요건’이라고 발표한 것을 두고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과기정통부로부터 할당신청 적격 통보를 받은 주파수이용계획서에 따르면 자본금 2050억원의 완납 시점이 주파수 할당 이후가 명백하다는 것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청문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필요한 법적·행정적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제4이동통신 출범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기존 통신 3사가 포기한 28㎓ 주파수 활용을 위해 무리하게 제4이동통신을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5G 28㎓ 대역은 굴절률이 낮고 전파 도달거리가 짧아 설비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도 비용 등을 이유로 해당 주파수 대역을 포기한바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8㎓ 대역은 LTE보다 20배 빨라 ‘진짜 5G’라고 불리지만 주파수 도달 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촘촘히 세워야하는 단점이 있다”며 “통신 3사 역시 비용 대비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사실상 주파수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자본금 부족 등을 이유로 제4이동통신사업자 후보 자격을 취소하기로 한 스테이지엑스 측의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청문 절차를 오는 25일 시작할 방침이다.

청문 과정에서 정부는 스테이지엑스의 입장을 청취한 뒤 청문 기록 조서를 작성, 사업자가 열람하도록 한다. 이후 청문 주재자의 최종 의견에 따라 사업자 후보 자격의 취소 여부가 결정된다. 최종 결정은 행정 절차에 걸리는 시일 등을 고려해 다음 달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스테이지엑스는 정부의 취소 결정이 부당하다는 뜻을 청문에서 적극 피력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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