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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 에이징’ 넘어 ‘에이지리스’ 세상 꿈꾼다 [이코노 인터뷰]

[전문가 3인에게 듣는 저출산·고령화 해법]③ 권정현 더뉴그레이 대표
옷’ 매개로 시니어·젊은 세대 간극 허물어
“새로운 것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 없이 경험하길”

6월 17일 권정현 더뉴그레이(THE NEW GREY)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나이는 누구나 든다. 피할 수 없는 진리다. 시간이 흐를수록 삶의 나이테는 신체 곳곳에 자리 잡는다. 그렇게 늙어간다. 영원한 젊음은 없다. ‘더뉴그레이’(THE NEW GERY)를 이끄는 권정현 대표도 이를 안다. 그렇기에 맹목적으로 젊음을 쫓지 않는다. 다만, 시니어들이 젊음 곁에 머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연구한다.

더뉴그레이는 시니어 미디어 콘텐츠 스타트업이다. 시니어 메이크오버(사람이나 장소의 모습을 개선하기 위해 하는 단장) 프로젝트 ‘우리 아빠 프사 바꾸기’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어 더뉴그레이가 기획한 시니어 인플루언서 ‘아저씨즈’는 Z세대(90년대 중반~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숏폼 콘텐츠 플랫폼 ‘틱톡’에서 누적 조회수 1억 뷰를 달성하기도 했다.

엄청난 성적표와 달리 첫 시작은 단순했다. ‘멋있는 시니어’를 만들자는 목표가 전부였다. 외국에는 소위 ‘힙’(Hip)한 시니어가 많지만, ‘국내에선 왜 쉽게 보지 못할까’라는 물음이 여기까지 인도했다. 이 과정 에서 권 대표가 주로 활용한 매개체는 ’옷‘이었다. 

권 대표는 “하루 24시간 중에 타인에게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게 옷이다. 옷이 주는 느낌과 이미지가 그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젊게’, 혹은 ‘단정하게’ 가꾸고 다니는 시니어들이 동년배 어르신들과 젊은 세대 모두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현 더뉴그레이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본인의 역할을 잃는 순간 누구나 노인이 된다


늙음은 복잡다단하다. 이를 단순히 정의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노인복지법상 한국의 노인 기준은 만 65세. 연령이 늙음의 기준일까. 아니면 신체 기능이 본격적으로 쇠퇴해 가는 순간일까. 늙음에 대한 기준은 저마다 다르지만, 권정현 대표가 생각하는 늙음의 순간은 본인의 ‘역할’을 잃을 때다. 

그는 “사업을 이어가며 느낀 점은 누구든 은퇴하는 순간 확 늙는다는 것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본인의 역할이 줄어드는 순간이 늙음의 시작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가슴 한편 설렘과 호기심을 품고 살아간다. 시니어들이 이를 잊지 않고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멋’을 쫓던 더뉴그레이는 이제 시니어의 ‘심장’이 뛸 수 있는 일을 하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권 대표는 시니어들의 ‘역할’을 찾고자 했다. 그의 표현대로 이전처럼 ‘몸을 부숴가며’ 일할 필요는 없지만, 시니어들이 한 축이 될 수 있는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시니어의 역할을 만들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제작한 게 ‘더뉴그레이 시니어 아카데미’다. 시니어 인플루언서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탄생한 인플루언서가 ‘아저씨즈’다. 시니어계 방탄소년단(BTS)으로 통하는 아저씨즈는 총 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64.7세다. 막내의 나이는 59세, 리더의 나이는 68세다. 통상 은퇴 연령에 속하는 나이대지만 새로 부여된 역할에 그 누구보다 충실했다.

시니어 사업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요양원·장례·간병 등 웰 다잉(well-dying)의 영역이다. 반면 권 대표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보다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나아가 시니어 사업이 왜 ‘돌봄’에 국한돼야 하는지 오히려 반문해 보였다.

권 대표는 “남은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시니어 사업 모델은 개인적으로 달갑지 않다“며 “시니어를 ‘케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순간 그들은 보호받아야 하는 입장이 돼버린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도 여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시니어 세대는 더뉴그레이와 협업하며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동등한 파트너 관계다. 그렇기에 시니어들을 ‘돕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젊음을 쫓지 않되, 젊음 곁에 있도록

‘젊음을 쫓지 않는 것’이 더뉴그레이의 사업 철학이다. 오히려 시니어들이 젊음 근처에 머무르며 연결될  방법을 강구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삶 속에서 시니어들이 방향을 잃지 않게끔 곁에 서 있는다.

권 대표는 사업 철학에 대해 “우리는 젊음을 쫓지 않는다. 젊은 생각, 젊은 콘텐츠, 젊은 기술과 계속해서 연결돼 있으려고 노력한다. 젊음을 쫓느라 시니어들의 지혜와 삶의 경험을 잃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가진 삶의 자산이 많으니 이것만 디지털과 잘 접목하면 된다. 그저 그들이 살아온 삶을 ‘요즘 문법’에 맞게 전달하고자 할 뿐이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가 말하는 ‘요즘 문법’은 이른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들이다. 이를 통해 시니어가 계속해서 젊음 근처에 머무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이 마냥 쉽지 않았다. “권 대표, 당신은 너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고 있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는 “시니어들에게 모든 것을 맞추려 하지 않는다. 물론 시니어들이 신문물에 당장 적응하긴 어렵겠지만, 요즘 시대에 필요한 것들을 하게끔 유도한다. 이를 대부분 흔쾌히 승낙하진 않는다.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SNS도 여전히 시니어들에겐 익숙지 않은 매체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젊음 근처에 있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뉴그레이가 바라보는 다음 페이지는 잘 늙어가자는 의미인 웰 에이징(Well-aging)을 넘어 세대 초월을 뜻하는 ‘에이지리스’(Ageless) 세상이다. 사회가 규정하는 세대에서 벗어나 나이에 얽매이지 않는 세상을 최종 지향점으로 뒀다.

권 대표는 최종 목표로 “더뉴그레이가 시니어 관련 스타트업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언젠가 ‘시니어 스타트업’이 아닌 ‘스타트업’으로 불릴 날을 꿈꾼다. 시니어와 젊은 세대 사이 놓인 가장 높은 담벼락이 디지털이라 생각한다. 이 담벼락을 조금씩 허물면서 나이와 세대 경계 없이 서로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세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권 대표는 시니어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남겼다. 그는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배우고 경험하시길 바란다. 시니어는 노후 준비를 할 나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스스로를 얽매이게 두지 말고, 늘 주니어의 마음으로 사시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권정현 더뉴그레이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권정현 대표는_ 90만 팔로워를 보유한 시니어 라이프 스타일 미디어 커머스 더뉴그레이 대표를 맡고있다. 한양대 정보시스템학과를 졸업 후 삼성SDS를 거쳐 2014년 2014년 헬로우젠틀(더뉴그레이 전신) 을 창업한 후 시니어·패션·콘텐츠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시니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내고 있는 대표주자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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