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밥심’ 옛말...새로운 한 끼로 급부상한 ‘둥근 빵’
[K베이글 열풍]①
오픈런·품절대란 일으키며 꾸준히 인기
전문점 인기에 제과·편의점업계도 동참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베이글(Bagel) 전성시대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빛을 본 도넛 모양의 단단한 빵이 한국에서도 먹히기 시작했다. 바쁜 뉴요커들의 한 끼 식사였던 베이글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4~5년 전이다. MZ세대 사이에서는 ‘인증샷’ 열풍까지 불러올 정도로 인기다. 50대 이상 중년들도 유명 매장 앞에 2시간씩 줄을 선다. 단순한 빵을 넘어 하나의 식(食)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국내 기업들도 베이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둥그런 빵에 푹 빠졌다
“손님 오늘 주문은 마감됐습니다.”
오후 3~4시 이후 국내 대표 베이글 매장인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방문한다면 명성과 달리 매우 한산할 가능성이 높다. 인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미 오늘 판매분이 다 팔려 더 이상 소비자들이 구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발걸음을 돌린 셈이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 운영사인 엘비엠은 한국인의 베이글 사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엘비엠은 지난해 연매출 3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90억원) 대비 300%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21년 9월 런던 베이글 뮤지엄 1호점(안국점)의 문을 열고 성공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토종 베이글 브랜드인 ‘코끼리베이글’도 연간 수십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베이글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화덕에 굽는 베이글로 급부상한 이 회사는 내년 매출 1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베이글이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4~5년 전이다. 1990년대 처음 국내 유입된 베이글은 지금과 같은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코끼리베이글이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9년이다. 당시 줄을 서서 먹는 베이글로 TV 등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업계는 베이글 시장 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식습관 변화를 꼽는다. KB국민카드가 집계한 간식 품목별 전문점 성장률(2019~2022년 기준) 데이터에 따르면 베이글 전문점의 2022년 매출은 2019년 대비 216% 늘었다. 같은 기간 전통 인기 간식류인 떡 및 한과(66%)·와플 및 파이(65%)·쿠키(55%) 등을 압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이후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식사 대용 빵으로 베이글이 주목받기 시작했다”면서 “대파 등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식재료가 함께 첨가되면서 다른 빵을 대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치아바타, 바게트 등이 식사 대용 빵으로 인기가 높지만 베이글도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흥행 보증’ 너도나도 베이글
베이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판매 채널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대형 제과 프랜차이즈부터 편의점까지 앞다퉈 베이글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성장세가 기대되는 국내 양산빵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함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관련 시장은 오는 2025년 8645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식빵·베이글 등 일반 빵류도 포함된다.
파리바게뜨는 1년여간의 연구 끝에 대표 베이글 메뉴인 ‘두번쫄깃 베이글’을 출시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2월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누적 판매 200만 개를 넘어섰다. 하루 약 7만 개 이상 팔린 셈이다. 이는 기존 스테디셀러(꾸준히 잘 팔리는 제품)인 단팥빵, 소보루빵의 하루 판매량을 웃도는 수치다.
회사는 베이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특화 매장이자 연구소 역할을 하는 ‘베이글 랩’도 오픈했다. 현재 피자, 샌드위치 등 베이글 변형 메뉴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베이글은 올해도 작년과 유사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를 발 빠르게 따라가는 편의점업계도 베이글 열풍에 몸을 실었다. CU는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8종의 베이글 신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지난 1월 출시한 ‘망곰이 치즈포테이토 베이글’은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판매 5만 개를 돌파하며 베이글 인기 상품으로 등극했다. 이에 힘입어 CU의 베이글 매출(1~5월) 신장률은 400.1%를 기록했다.
GS25가 지난 3월부터 판매하는 ‘성수 베이글’ 2종은 출시 두 달여 만에 누적 판매 70만 개를 돌파했다. 해당 제품은 크림치즈와 어니언 크림이 각각 40만 개, 30만 개씩 팔렸다. 베이글은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GS25 냉장디저트 빵 부문 매출 1·2위를 차지했다. 세븐일레븐의 베이글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홈 브런치족을 겨냥해 지난 5월 선보인 ‘오늘도쫄깃베이글’ 2종은 출시 1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만 개를 돌파했다.
당분간 베이글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짝 인기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완벽히 자리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베이글이 미국식 문화를 대변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하나의 식사 대용 성격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100% 자체 브랜드(PB)를 판매하는 미국의 코스트코가 국내에서 인기인 이유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이글은 잠깐 반짝하는 유행이 아니라 한 끼 식사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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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런 빵에 푹 빠졌다
“손님 오늘 주문은 마감됐습니다.”
오후 3~4시 이후 국내 대표 베이글 매장인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방문한다면 명성과 달리 매우 한산할 가능성이 높다. 인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미 오늘 판매분이 다 팔려 더 이상 소비자들이 구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발걸음을 돌린 셈이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 운영사인 엘비엠은 한국인의 베이글 사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엘비엠은 지난해 연매출 3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90억원) 대비 300%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21년 9월 런던 베이글 뮤지엄 1호점(안국점)의 문을 열고 성공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토종 베이글 브랜드인 ‘코끼리베이글’도 연간 수십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베이글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화덕에 굽는 베이글로 급부상한 이 회사는 내년 매출 1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베이글이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4~5년 전이다. 1990년대 처음 국내 유입된 베이글은 지금과 같은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코끼리베이글이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9년이다. 당시 줄을 서서 먹는 베이글로 TV 등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업계는 베이글 시장 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식습관 변화를 꼽는다. KB국민카드가 집계한 간식 품목별 전문점 성장률(2019~2022년 기준) 데이터에 따르면 베이글 전문점의 2022년 매출은 2019년 대비 216% 늘었다. 같은 기간 전통 인기 간식류인 떡 및 한과(66%)·와플 및 파이(65%)·쿠키(55%) 등을 압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이후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식사 대용 빵으로 베이글이 주목받기 시작했다”면서 “대파 등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식재료가 함께 첨가되면서 다른 빵을 대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치아바타, 바게트 등이 식사 대용 빵으로 인기가 높지만 베이글도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흥행 보증’ 너도나도 베이글
베이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판매 채널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대형 제과 프랜차이즈부터 편의점까지 앞다퉈 베이글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성장세가 기대되는 국내 양산빵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함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관련 시장은 오는 2025년 8645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식빵·베이글 등 일반 빵류도 포함된다.
파리바게뜨는 1년여간의 연구 끝에 대표 베이글 메뉴인 ‘두번쫄깃 베이글’을 출시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2월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누적 판매 200만 개를 넘어섰다. 하루 약 7만 개 이상 팔린 셈이다. 이는 기존 스테디셀러(꾸준히 잘 팔리는 제품)인 단팥빵, 소보루빵의 하루 판매량을 웃도는 수치다.
회사는 베이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특화 매장이자 연구소 역할을 하는 ‘베이글 랩’도 오픈했다. 현재 피자, 샌드위치 등 베이글 변형 메뉴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베이글은 올해도 작년과 유사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를 발 빠르게 따라가는 편의점업계도 베이글 열풍에 몸을 실었다. CU는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8종의 베이글 신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지난 1월 출시한 ‘망곰이 치즈포테이토 베이글’은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판매 5만 개를 돌파하며 베이글 인기 상품으로 등극했다. 이에 힘입어 CU의 베이글 매출(1~5월) 신장률은 400.1%를 기록했다.
GS25가 지난 3월부터 판매하는 ‘성수 베이글’ 2종은 출시 두 달여 만에 누적 판매 70만 개를 돌파했다. 해당 제품은 크림치즈와 어니언 크림이 각각 40만 개, 30만 개씩 팔렸다. 베이글은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GS25 냉장디저트 빵 부문 매출 1·2위를 차지했다. 세븐일레븐의 베이글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홈 브런치족을 겨냥해 지난 5월 선보인 ‘오늘도쫄깃베이글’ 2종은 출시 1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만 개를 돌파했다.
당분간 베이글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짝 인기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완벽히 자리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베이글이 미국식 문화를 대변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하나의 식사 대용 성격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100% 자체 브랜드(PB)를 판매하는 미국의 코스트코가 국내에서 인기인 이유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이글은 잠깐 반짝하는 유행이 아니라 한 끼 식사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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