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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주행’의 꿈 현실로…라이드플럭스가 달려온 ‘9500시간’ [이코노 인터뷰]

박중희 라이드플럭스 대표
라이드플럭스, ‘무인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최초 허가
“라이드플럭스의 철학과 체계, 모두 이용자 안전에 초점”

박중희 라이드플럭스(Rideflux) 대표이사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뒷좌석 승객을 태운 자동차가 앞으로 나아간다. 덩달아 핸들도 바삐 움직인다. 도로 위 벌어지는 돌발 상황도 문제없다. 보란 듯이 능숙하게 대처한다. 베테랑 기사가 운전하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정작 운전석엔 사람이 없다. 완전 자율주행 딥테크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Rideflux)가 갈고닦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실력이다.

지난 2021년 3월 국토교통부는 무인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 활성화를 위해 관련 허가 규정을 개정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라이드플럭스는 해당 규정을 통해 운전석에 안전 요원이 타지 않는 무인 자율주행차 임시 운행 허가를 받았다. 국내 최초다. 

라이드플럭스는 자체 안전성 검증을 마친 후 올해 중 서울 상암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에서 무인 시험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래 모빌리티 핵심 먹거리 ‘자율 주행’의 포문을 연 라이드플럭스의 철학은 무엇일까.

라이드플럭스가 자율주행실험도시(K-City)에서 무인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실시하고 있다. [영상 라이드플럭스]

“우리 제주도 갈 거야”

라이드플럭스의 본사는 제주에 자리 잡고 있다. 박중희 라이드플럭스 대표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이다. 그가 제주에 라이드플럭스 본사를 세운 이유는 단 하나. 제주 고유의 환경이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유리한 까닭이다.

박 대표는 “제주도라는 섬 안에선 다양한 도로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공항이나 항구, 산악·해안 도로와 복잡한 도심 등 다채롭다”며 “이 밖에도 렌터카를 운전하는 미숙련 운전자, 변덕스러운 기상까지 제주도라는 섬 안에선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여러 환경을 경험할 수 있어 기술 고도화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18년 5월 서울에서 첫 시작을 알린 라이드플럭스의 당시 인원은 10명. 박 대표는 함께하는 이들에게 말했다. “우리 제주도 갈 거야.” 약 11개월이 흐른 2019년 4월, 라이드플럭스는 약속대로 제주로 향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주에서 ‘자율 주행’이라는 꿈이 태동하기 시작한 순간이다.

구성원들의 불만도 없었다. 이들 모두 제주에서의 기술 개발 필요성에 공감했다. 제주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라이드플럭스는 현재 제주 50명, 서울 30명의 구성원과 함께하고 있다.

라이드플럭스 자율주행차량 [사진 라이드플럭스]

누구나·어디든·안전하게·자유롭게

라이드플럭스는 누구나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미래를 꿈꾼다. 그중 핵심 가치는 ‘안전’이다. 박 대표는 국내 최초 ‘무인 자율주행차 임시 운행 허가’가 주는 기쁨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부담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무인 자율주행은 주행 중 발생하는 모든 돌발 상황에 대해 스스로 대응이 가능해야 한다. 운전자 없이 스스로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져야 하기에 기술 난이도가 높다. 무엇보다 승객의 안전이 담보돼야 진정한 의미의 상용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무게감이 있는 사업이다. 라이드플럭스가 자율 주행의 첫발을 내딛었다는 긍정적인 면도 존재하지만, 부담도 존재한다. 무인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스스로 안전에 대한 확신이 섰을 때 본격적인 확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에 대한 라이드플럭스의 철학은 장인정신에 가깝다. 지난해 12월 라이드플럭스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자율주행실험도시(K-City)에서 ‘무인 자율주행 성능평가’를 통과했다. 일반도로 운행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이어 올해 안전 운행계획서 등 추가 검토도 거쳤다.

데이터도 충분하다. 라이드플럭스의 누적 순수 완전자율주행 시간은 9500시간을 훌쩍 넘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누적 이동 거리도 30만km가 넘는다. 자랑할 만한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는 조심스러웠다.

박 대표는 “누적 주행 시간 9500시간은 국내에서 매우 높은 수치다. 그만큼 운행 데이터를 많이 확보한 것”이라며 “라이드플럭스의 누적 주행 거리도 국내에서 최상위권에 속한다. 교차로 및 비보호 구간 통과 데이터도 50만 건에 달한다. 그럼에도 이 같은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박 대표는 “숫자만 놓고 보면 매우 높은 수치다. 다만, 해외에서는 단순히 지표를 늘리기 위해 아무런 위험 요소가 없는 곳에서 자율 주행을 실시하기도 한다. 단순히 수치를 높이기 위해 안전을 뒤로한 채 악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어 “무인 자율주행에서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교차로 통과 및 비보호 구간이다. 해당 구간에서 무인 자율주행으로 좌·우회전하거나, 양보하는 운행은 매우 어렵다. 이와 같이 안전과 직결된 데이터 없이 단순히 수치만 높으면 안전하다는 오해가 생길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박중희 라이드플럭스 대표이사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우리의 ‘삶’ 바꿀 자율 주행

박 대표는 자율 주행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경우 우리의 삶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 전망했다. 단순히 이동 편의 영역을 넘어 국내 산업 전반에도 큰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자율 주행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단기적으로 항상 높은 질의 안전한 운행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며 “높은 승차감의 자율 주행 차 안에서 불필요한 대화 없이 사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하는 것이 단기적인 이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내다볼 경우 쇼핑도 가능하다. 원하는 옷과 신발 등을 실은 차량이 집 앞에 오는 경험도 할 수 있게 된다. 또, 차량 내부를 사무실로 꾸며 드라이브하면서 업무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적으로 내다볼 경우 도시에 주차 공간을 줄일 수 있다. 해당 공간에 주거 공간을 마련한다면 주거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또 자가용 보유율이 떨어질 경우 교통 혼잡도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이 같은 모습을 가까운 현실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라이드플럭스는 누구나 안전하게 이동하고, 또 안전한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저희의 모든 철학과 모든 체계는 모두 안전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장 상용화도 중요하지만 안전하게 상용화시키는 걸 굉장히 좀 중요하게 보고 있다. 또 우리는 우리가 제일 잘하는 걸 한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으로서 소프트웨어 관련 기술 개발을 제일 잘할 수 있고, 지난 6년 동안 여기에만 집중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라이드플럭스가 K-City에서 무인 자율주행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 라이드플럭스]

아직은 낯선 ‘무인 자율주행’...믿고 탈 수 있도록

라이드플럭스는 자율 주행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네모라이드 ▲탐라자율차 서비스 ▲제주국제공항~중문관광단지 유상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상상자율차 서비스 ▲서귀포 혁신도시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제주국제공항~쏘카스테이션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 등이다.

괄목할 만한 점은 사고율이다. 다양한 자율 주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단 1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정식 서비스 전 테스트 중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토대로 문제점을 보완하고 개선해 나간 덕에 받은 기분 좋은 성적표다.

박 대표는 “공식적으로 라이드플럭스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고 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물론 정식 서비스 전 테스트 단계에서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이를 좌시하지 않고 꾸준히 보완해 나간 결과”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대중에겐 여전히 낯선 영역으로 통하는 ‘자율 주행’에 대한 걱정도 공감했다. 다만, 완전 무인 자율 주행이 국내에 상용화되기 위해선 ‘자율 주행’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첨언했다.

박 대표는 “자율 주행의 경우 차량의 360도 전방위를 항상 쉬지 않고 보고 있다. 사람의 시야에선 볼 수 없는 부분까지 파악해 사각지대가 없는 셈”이라며 “또 졸음운전, 부주의, 운전 중 휴대폰 사용과 같은 안전 운행에 부정적인 행위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밖에도 차량에 탑재되는 레이저와 센서, 전파 등을 통해서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운행 시 가장 안전한 행위를 매 순간 계산해서 반영하기에 오히려 사람이 운행하는 것보다 더욱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상용화를 위해선 이용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중들이 자율 주행 차량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이 상용화되기 위해선 대중들이 부정적 인식이 개선될 수 있는 실증들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무인 허가 획득을 계기로 글로벌 수준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입증하고, 국내 시장에서 무인 자율주행 상용화를 선도할 것"이라며 "주변 차량, 보행자 등 도로 이용자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기술 및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라이드플럭스의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292억원이다. 주요 주주로는 ▲쏘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등이 있다. 이밖에 ▲카카오모빌리티 ▲타다 ▲LG전자 ▲LG유플러스 ▲한국교통연구원 등과 기술·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박중희 라이드플럭스 대표는_서울대와 미 매사추세츠 공과대(MIT)에서 지능형 로봇 및 자율주행을 연구했고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 라이드플럭스를 창업해 완전 자율주행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고, 다양한 공개 서비스를 통해 국내 무인 자율주행 상용화 촉진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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