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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채용 트렌드, 무엇이 뜨고 지나 [HR 인사이트]

WM뜨고 부동산금융 등 대체투자 시들
융합형 인재·스페셜리스트 선호 뚜렷

채용공고 게시판 살펴보는 구직자들 [사진 연합뉴스]

[정은주 유니코써치 전무] 채용은 한 산업의 성장 방향과 시장의 흐름을 제일 먼저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금융 부문 전문 컨설턴트로 16년간 채용 현장의 일선에서 활동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금융권의 채용 현장에서 나타나는 트렌드 짚어본다. 

채용 양극화는 채용시장의 기저 현상

개인이 보유한 부의 규모가 커지면서 고액자산가 대상 자산관리(WM) 분야는 매년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금융기관마다 상위 스타 프라이빗 뱅커(PB) 영입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는 추세다. 

반면, 최근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문의 대규모 손실로 인해 부동산금융을 비롯한 소위 국내외 대체투자 전문인력 채용은 급감했다. 이런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까지 활발하게 채용하던 부동산, 인프라 등의 국내외 대체투자 채용 건은 뚝 끊겼다. 

향후 부실 방지를 위해 리스크관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있다. 우수한 역량을 갖춘 대체투자 심사역과 리스크관리 전문가를 영입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으나, 이 또한 인재 풀 자체가 제한적이라 채용이 활발하지는 않은 실정이다. 

금리 인상, 채권가격 급등에 따른 채권 운용 분야의 막대한 손실 경험과 연이은 ELS 등 파생상품에서의 손실 그리고 금융기관의 사모펀드 부실판매 사태로 인해 자산운용사 및 증권사의 펀드 비즈니스 분야 채용은 확실히 많이 위축된 상태이다.

금융 시장 활황 시에 한창 활발했던 증권사의 자기자본 운용역 채용이나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 인력 채용은 몇 년에 걸쳐 꾸준히 줄고 있다. 이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모펀드운용사(PE), 벤처캐피탈(VC)은 신중한 투자 심사를 통해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선봉장들이다. 이런 투자사들의 다양한 기업의 인수와 매각 등 투자 활동은 지속적으로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PE와 VC의 시니어 운용역과 투자심사역 포지션은 인력난을 겪고 있어 헤드헌터들은 핵심 투자 운용역풀 상시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향후 이 채용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극화 맥락에서 보면, 금융권 외에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은 포트폴리오 기업의 경우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역량이 있는 CEO나 CFO 등을 외부에서 영입하려는 노력을 더욱 활발하게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수익성과 투자 가치의 옥석이 차츰 가려지면서, 채용 분위기는 회사마다 큰 온도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인재를 뽑을 곳은 뽑고 나아가 뽑는 곳만 더 많이 뽑는 셈이다.

울의 한 시중은행에 대출 관련 광고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문 분야 뿐만 아니라 개인별로 연봉 격차도 벌어져

연초마다 지난해 연봉을 CEO보다 높게 수령 한 금융기관 직원에 관한 기사를 접하게 된다. 주로 기업금융(IB) 또는 WM PB영업분야 최상위권 인재들이 CEO보다 높은 고액 연봉자로 회자된다.

지난해 모 증권사 부장급 지점 영업 PB는 성과급 포함 약 27억원의 연봉 수령자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일부 고액 연봉자의 인센티브를 포함한 총 연봉은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대다수 직장인의 경우 오히려 자신의 연봉이 줄었다고 체감하고 있다.

금융 산업이 최근 몇 년간 ▲금리인상 ▲연체율 상승 ▲사모펀드 사태 ▲부동산PF 부실 ▲해외대체투자 손실 ▲고위험 상품 부실판매 등의 여러 이슈로 불황이었다. 이에 많은 조직과 인력이 축소되거나 구조조정 됐고, 회사의 영업이익 감소로 인해 연봉 총 수령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금 금융권 채용팀은, 부동산으로 치면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는 전략과 비슷하게 채용 과정에 어려움이 많이 따르더라도 ‘똘똘한 인재 한 명’을 영입하는 방안에 몰두한다. 단순히 공석을 채우기 위한 채용은 줄고 시간과 비용을 치르더라도 타 경쟁사에 비해 초격차를 이루어 낼 수 있는, 스타 인재 채용 노력은 꾸준히 늘고있는 추세다. 

기업들은 우수 핵심 인력 특별 채용을 통해 경쟁사보다 우수인재를 선점하고자 한다. 공석을 충원하는 경우에도 기존 인력과 비슷한 수준의 역량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보다 능력 있는 인력을 영입하여 팀 전체의 역량과 수준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즉, 단순한 ‘충원’보다 ‘업그레이드·강화’ 전략인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인재 채용은 스페셜리스트이거나 융합형 인재이거나 둘 중 하나다. 금융기업은 아예 한 우물만 판 특정 분야의 ▲IT전문가 ▲HR전문가 ▲마케팅전문가 ▲주식 운용 전문가 등 스페셜리스트 혹은 차별성 있고 창의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갖춘 융합형 인재를 찾는다.

한 두가지 전문 영역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를 아우르는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인재를 선호하는 트렌드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가령 ▲금융과 디지털 ▲금융과 법률 ▲금융과 글로벌 ▲금융과 이커머스 ▲금융과 창업 등의 경험 같은 것이다. 최근 뜨는 인재 상 중 하나가 빨리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빠르게 잘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적응적인 융합형 인재인 것은, 급변하는 금융 산업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권의 디지털 인력 채용은 주춤하다. 몇 년 전부터 한동안 전통적인 금융권을 뜨겁게 달구었던 최대 화두는 ▲인공지능 ▲데이터분석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의 디지털 인력 대거 영입 트렌드였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인력 외부 영입은 감소하는 추세이다.

각 금융기관들이 수년 동안 ‘디지털라이제이션·서비스의 플랫폼화’의 기치 하에 부지런히 노력한 덕분에 디지털 역량의 내재화가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른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그리고 디지털 인력을 파격적인 처우로 대거 영입 후, 조직 문화의 차이와 조직 융화력의 문제 및 혁신 추진 환경 미비 등 여러 난관들을 만났다.

이로 인해 조직 내 성공적인 안착률이 떨어지는 경험이 누적되면서 디지털 인력 영입에 대해 신중한 행보를 보인다. 아울러 디지털 인력을 대거 찾을 필요 없이 대부분의 채용에 있어 디지털 역량은 기본 소양으로 자리매김 했다. 

여의도 직장인들 [사진 연합뉴스]
여의도는 세대교체 중

몇 년 전부터 주요 금융회사의 대표적인 장수 CEO들이 대거 퇴임하고 있다. 대표이사 교체의 명분은 대부분 ‘세대교체’이고, 후임 CEO는 대부분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 출생으로서 4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이다.

CEO뿐 아니라 임원 연령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최연소 임원 연령이 매년 갱신 중인데, 보수적인 대형 증권사 80년대생 상무, 전무급 임원이 이제는 더 이상 파격적이거나 생소하게 여겨지지 않을 정도이다. 자연스럽게 임원들의 평균 퇴임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보수적인 금융기관들도 채용 시 연령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과거 금융기관의 보수적인 조직 내 서열을 두는 분위기로 인해, 경력직 채용 시 연령에 제한을 엄격하게 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연령과 무관하게 역량이 우수하면 본인보다 나이 많은 팀원들을 둔 팀장급으로 기꺼이 채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리하면, 최근 금융기관 채용의 대표적인 트렌드는 채용 분야 및 연봉의 양극화 심화 그리고 세대교체 가속화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변화에 능동적인 인재들에게는 기회가, 변화를 대비하지 않은 인재들에게는 위기가 그 어느 시기보다 극명하게 드러나는 때임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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