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삼성 8배’ 영업이익률 배민…“한국시장 이익 더 높여라” 요구

모회사 DH, 미국·유럽서 적자…배민에 의존
한국시장 이익 극대화 움직임에 비판 목소리↑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서울 송파구 배달 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배달료 보장, 지역 차별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국내 1위 배달업체 배달의 민족이 자영업자 수수료 44% 인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20%가 넘어 적자 상태인 경쟁 배달사는 물론,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유통기업보다 높은 상태에서 유독 한국 시장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다.

배민의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측은 글로벌 사업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수수료 인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DH의 적자는 미국, 유럽에서 발생하는 만큼 의문이 제기된다. 자영업자과 소비자들 사이에선 “한국 시장을 호구로 보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美·歐서 적자내고 곳간은 한국에서 채웠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피터얀 반데피트 대표는 지난 10일 오전 직원들과 미팅 자리에서 업주가 부담하는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율을 6.8%에서 9.8%(부가세 포함 10.8%)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반데피트 대표가 배민의 영업이익률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699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4000억원의 본사 배당을 실시했음에도 앞으로 이익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아시아 지역 영업이익률이 6%에 불과해 전 지역 평균 영업이익률(약 7%)보다 낮은 만큼 배민의 이익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DH의 지난해 연차 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현재 그룹 거래액의 56%는 배민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나오고 있는데 수익성이 독보적인 상황이다. 지난해 아시아 지역의 조정 에비타(상각 전 영업이익) 흑자 규모는 아시아 지역이 3억8500만유로(5759억원)로 전년(5700만 유로) 대비 7배 가까이 급증하며 지역 1위였다. 지난해 영업이익 6698억원, 순이익 5062억원을 낸 배민 덕분에 수익성 지표가 크게 개선된 것이다. 전년 대비 65%, 83.5% 증가한 수치다.

반면 유럽(1억6820만유로), 아메리카(4990만유로), 물류시설 운영 등 버티컬 사업부문(2억1790만 유로)은 줄줄이 조정 에티바 적자였다. 이런 이유로 DH는 지난해 23억 유로(3조415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 세계 75개국에 진출했지만 배달의 민족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요 기업 영업이익률.

문제는 배달의 민족이 이미 한국 주요 기업 가운데 이익률이 이미 매우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배민의 영업이익률은 20.5%로 같은기간 삼성전자(2.5%), 현대자동차(9.3%), SK텔레콤(10%) 같은 국내 대기업보다 높다. 또 동종 유통배달업계에서 신세계(10%)의 2배,쿠팡(1.9%)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단지 이익률만 높은게 아니라 영업이익 규모 면에서도 우위였다. 각종 앱 플랫폼을 운영하는 네이버(15.4%), 카카오(6.2%)는 물론이고 지난해 국내 코스피 상장사 615곳 평균 영업이익률(4.38%)의 5배다. 

7000억원 벌고 ‘생존’ 외쳐

그러다 보니 수수료 인상 배경을 “치열한 배달업계 경쟁에서의 생존과 위기의식”으로 설명한 배민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서도 이익률은 물론 절대적인 이익규모도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영업자 수수료를 올리면 그만큼 거래마진을 보전하려는 점주들의 음식 가격이 올라 소비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서비스를 무료화하거나, 중개 수수료를 인하해 점주와 소비자 수요를 더 끌어모으는 정책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업계 최다 수준인 한해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기업이 ‘생존’ ‘위기의식’을 운운하며 자영업자 수수료를 올리는 것은 모순에 가깝다”며 “독과점적 시장 지위를 이용해 모회사 곳간을 채우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63%, 쿠팡이츠 20%, 요기요 16% 수준이다. 배민의 월간 사용자 수는 2170만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같은 경쟁 배달업체의 영업이익률이 훨씬 높다면 명분이 생길 수 있지만, 쿠팡이츠나 요기요는 적자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고 했다. 중개 수수료가 배민 매출과 이익의 핵심인만큼, 배민의 이익 규모는 지난해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은 정부와 자영업자, 소비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수년간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 2%대를 목표삼은 정부는 배민의 수수료 인상이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배민의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어난 2022년 7.7%, 2023년 6% 올랐다. 외식 물가는 최근에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해리스는 우리가 아니다’…트럼프 인종공세에 美학계 “지독한 정치인”

2 '女양궁' 전훈영, 대만 레이첸잉 꺾고 8강행

3‘무심 사격’ 양지인, 사격 25m 권총 금메달을 쐈다 

4안세영, 야마구치와 접전 끝 짜릿한 역전승…4강 진출 

5 배드민턴 안세영, 야마구치에 역전승...준결승 진출

6양지인, 25m 권총 금메달…김장미 이후 12년 만 金

7새벽 근무서 복귀하던 소방관들, 시장 내 화재 조기 진압

8찜솥 된 경기도, 전역이 ‘폭염경보’…서울은 13일째 열대야

9불안불안한 중동 “이란, 수일 내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 가능성”

실시간 뉴스

1‘해리스는 우리가 아니다’…트럼프 인종공세에 美학계 “지독한 정치인”

2 '女양궁' 전훈영, 대만 레이첸잉 꺾고 8강행

3‘무심 사격’ 양지인, 사격 25m 권총 금메달을 쐈다 

4안세영, 야마구치와 접전 끝 짜릿한 역전승…4강 진출 

5 배드민턴 안세영, 야마구치에 역전승...준결승 진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