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로 시작된 ‘라인야후 사태’…어쩌다 외교분쟁까지 벌어졌나
[라인야후 사태 네이버가 잃은 것]③
일본 총무성 개입하며 외교분쟁으로 번져
라인야후 이사진 전부 일본인으로 꾸려져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라인야후 사태’가 장기간 계속되는 모습이다. 네이버에 라인야후 경영권을 넘기라고 압박해 온 일본 정부가 최근 입장을 선회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라인야후 사태의 시작은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네이버는 2019년 일본 최대 포털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소프트뱅크와 협의해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을 결정했고 2021년 A홀딩스를 세웠다.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과 검색 서비스인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라인야후의 최대 주주는 지분 64.4%를 보유한 A홀딩스다. A홀딩스의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가 보유한 A홀딩스 지분 중 단 한 주라도 소프트뱅크 측에 넘어간다면 경영권을 상실하는 구조다.
일본 국민 메신저로 성장한 라인 서비스
라인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9600만명에 달한다. 일본인 10명 중 8명이 라인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라인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뿐 아니라 간편 결제와 송금·만화·음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한다. 일본에서 라인은 한국의 카카오톡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라인은 일본뿐만 아니라 태국과 대만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등에서 이용자를 확보하면서 현재는 전 세계 약 2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거대 메신저 서비스가 됐다.
일본에서 승승장구하던 라인 서비스는 2023년 11월 약 51만9000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당시 라인앱 이용자의 연령·성별·구매 이력과 거래처 종업원 성명 그리고 이메일 주소 등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클라우드 및 라인 협력사 PC에 심어져 있던 악성코드가 클라우드 서버를 타고 라인 시스템에 접근해 발생한 사고다.
이후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 라인야후에 첫 행정지도를 내리고 ‘네이버의 관리 미흡’을 지적했다. 라인야후는 이에 따라 지난 4월 1월 재발 방지 및 개선 보고서 제출했다.
일본 총무성이 개선 보고서를 받아본 뒤에도 4월 16일 재차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라인야후 사태’는 외교적 분쟁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보안 강화를 넘어선 ‘네이버와 라인야후의 지분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내용이 행정지도에 담겼기 때문이다. 일본 총무성이 같은 사안에 두 차례 행정지도를 그것도 한 달 사이 내린 건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4월 29일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일본 총무성 발표와 관련해 “네이버와 협의해 왔으며 앞으로도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지원이 필요한 경우 이를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8일에는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가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해 기술적인 협력 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보 유출 문제 대응책과 관련 라인야후 측은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를 과반으로 늘리고 경영과 집행 분리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라인야후는 기존 사내이사 4명에 사외이사 3명이던 이사회를 사내이사 2명에 사외이사 4명 체제로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신중호 라인야후 CPO는 이사진에서 빠지게 됐다. 라인야후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신 대표이사 겸 CPO의 사내이사 퇴임 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상황이 네이버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우리나라 과기정통부도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시했다. 과기정통부는 5월 10일 ‘네이버 라인 관련 현안 발표문’을 통해 “일본 정부는 행정 지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표현이 없다고 확인했지만 우리 기업에 지분매각 압박으로 인식되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정부는 네이버를 포함한 우리 기업이 해외 사업, 해외 투자와 관련해 어떤 불합리한 처분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며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와 우리 기업의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5월 26일 진행된 한일정상회담에서도 ‘라인야후 사태’가 언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회담에서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는 이 현안을 한일 외교관계와 별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한국 기업을 포함해 외국기업들의 일본에 대한 투자를 계속 촉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불변이 없다는 원칙하에서 이해되고 있다”며 “이번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이미 발생한 중대한 보안 유출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해 보라는 요구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국 정상들의 원만한 해결 의지를 내비쳤지만 라인야후는 지난 7월 1일 일본 총무성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시스템과 업무 양면에서 네이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단 입장을 명확히 했다.
네이버 영향력 줄인 라인…향후 행보는?
당초 1차 행정지도에 대한 조치 보고서엔 라인야후가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 간의 완전한 시스템 분리를 2026년 12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라는 계획이 담겼다. 네이버 위탁 업무도 라인야후는 2025년 3월, 라인야후 일본 자회사는 2026년 3월까지 종료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두 번째 보고서엔 네이버와 네트워크 분리를 계획보다 9개월 앞당겨 2026년 3월까지 완료하고, 네이버 및 네이버클라우드에 대한 업무 위탁도 내년까지 종료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네이버와의 결별을 서두르겠단 의지다.
일본 총무성 개입 후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라인야후 주총을 통해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이사회에서 제외하는 안건이 최종 통과된 바 있다. 신 CPO가 라인야후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이사회는 전원 일본인으로 꾸려지게 됐다. CPO 직위는 유지됐으나, 핵심 경영 의사결정에선 배제된 구조다. 신 CPO는 NHN재팬 시절부터 메신저 앱 개발과 사업을 주도하며 ‘라인의 아버지’로 불린 인물이다.
라인야후는 앞서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의 일본 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또한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페이페이’(PayPay)와 통합을 추진하면서 ‘네이버와 선 긋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다만 일본 정부는 줄곧 네이버에 라인야후 경영권을 넘기라고 압박했던 입장을 바꿨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은 7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본적 관계의 재검토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며 라인야후가 최근 제출한 행정지도 보고서와 관련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네이버의 향후 행보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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